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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삶의 조미료 덧글 0 | 조회 14,514 | 2009-04-17 00:00:00
정동철  


-삶의 조미료, 잡념-

새벽 3시, 덥수룩한 수염을 깎으며 잠시 잡념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녀석, 병원엔 잘 나가고 있을까? 콜라에 삭은 이처럼 조만간 제임스 본드 섬의 외돌괴 같은 바위기둥(주: 태국 푸케에서 배를 타고 바이킹 섬으로 가다보면 대부분의 관광객이 보았을 돌기둥은 모래사장에 아이스 케키 막대를 꼽아놓고 번갈아 그것이 넘어질 때까지 밑 둥을 파고드는 장난의 끝자락에 온 듯 위태롭게 서 있는 바위가 있다. 저자의 저서 <어떻게 할까요?> 개정판-2001 표지에 저자의 작품으로 실렸다.)은 쓰러질지 몰라, 나라가 거덜나는 것은 아닐까?“
바이킹 섬 뒤편의 바다 속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나저나 거울 속에 말끔하게 깎인 턱을 보면서 이제 문명사회(文明社會)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잡념(雜念)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도대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잡다한 생각 때문이죠. 잡념을 없앨 수는 없나요? 잡념만 없으면 일을 기가 막히게 잘 할 것 같습니다.”
걱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 했다. 구체적으로 얘기할 만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눈만 떴다 하면 잡념에 휘말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으니 탈이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 치고 잡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철부지 어린아이나, 천치 바보가 아니면 그야말로 득도(得道) 초탈(超脫)의 경지(境地)에서 노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 모두의 공통적 숙제다. 아니 문제라 기 보단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자나깨나 생각하는 동물답게 우리는 어느 순간도 생각이 정지(停止)되는 법이 없다. 눈을 떴을 때는 그렇다 치고 잠을 자도 꿈이라는 현상을 통해 역시 잡념과 더불어 살게 되어있다.
정신적 활동이 건강하게 진행 중이라는 증거다. 생각이 문법(文法)에 맞추어 우리의 뇌리(腦裏) 속을 대형 슈퍼 매장처럼 정돈되어 있다고 보면 기계적이다. 길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가다보니 길이 생기고, 법이 있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법이 생긴 거처럼 잡념은 좌우간 규범(規範)을 인정하지 않는다.
수없이 흩어진 밤하늘의 총총히 박힌 별처럼 매우 다양한 단어들이 우리의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다. 그들은 자유롭게 떠돌지 않으면 진종일 무엇을 하던 정장(正裝) 속에 살아야 하는 것과 같아 질식할지 모른다. 잡념은 그래서 있어야 하고 건강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턱없이 불쑥 나타나는 잡념이라곤 하지만 과연 인과율을 벗어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경험되거나 어떤 희망 사항, 내지는 걱정이라는 단어들이 뒤섞여 있다가 잡념의 형태를 이용해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요컨대 준비된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잡념을 마음의 거울이라는 정도로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다.
잡념 때문에 일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이 힘들고 복잡하거나 싫증 때문에 잡념이 활개를 친다는 것이 공식이기 때문이다.
즐기되 그 참뜻을 알면 피식 입이 절로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