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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표현, 유전되나? 덧글 0 | 조회 14,717 | 2009-04-17 00:00:00
정동철  


-정신적 표현도 유전될까?-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의학적 환자는 대부분 유전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결혼이 무엇인지 모르는 철부지 어린이를 제외하곤 으레 묻는 말이 있다.
“정신분열증은 유전이라고 하는데 아이를 낳아도 되겠습니까?”
“불안하고 초조해서 약을 오래 먹고 있는데 결혼해도 될까요? 유전이 된다면 저의 고통만으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전 왜 이렇게 기분이 수시로 바뀌죠. 금방 백만장자가 될 것 같다가도 갑자기 아무 것도 못하는 바보가 될 것 같습니다. 시집에선 아이를 기다립니다. 유전이 되면 어떻게 하죠, 사실 시집에선 모르고 있습니다. 유전이 되나요?”
어려운 질문이다.
때로는 난감하고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설명을 못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진 유전에 관한 정보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지 그 점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는 자신 때문이다.
유전 과학은 주지의 사실대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언제 어떤 돌발적 발견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모른다. 그런데 추세로 보아 그런 가능성은 많은 것이 진리인 것 같다.
컴퓨터를 다소간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겐 적어도 비유적으로 현재의 입장에선 설명하기가 쉽다.
어떤 어머니가 눈물을 떨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 그렇지 않아요. 천재가 유전이듯, 우리 아이의 머리는 도박과 성에 집착한 성격을 유전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이 틀림없어요. 창피스런 얘기지만 애 아버지가 그랬습니다. 친정 집안에 당숙이 있어요. 장가들어 나이 50이 넘도록 친척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평생 그 성격은 변하지가 않았습니다. 고친다는 것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타고난 성격인 걸요. 불쌍하지만 우리 아이도 타고난 것 같습니다. 유전이 아니겠어요.”
천재라는 슈퍼컴퓨터가 나왔다고 치자.
어머 어마한 연산(演算) 능력과 인공지능을 구사하여 그야말로 우리의 손발을 편하게 해주는 충실한 일꾼이자 동반자가 되어 있는 컴퓨터, 무지무지한 기억용량과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천재가 태어났을 때 그의 능력이 어디를 향해 줄 다름 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유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크다.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얼마나 우수한 것인지 그것은 하여간 복제된 일종의 유전 제품이다. 가공할 회로를 그려가고 무수한 기억력을 내장한 힘이 인텔이든 모토로라든 산모(産母)가 누구인지에 따라 컴퓨터의 운명은 결정된다.
사람마다 부모의 어떤 점을 닮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꾸부정한 어깨, 껑충 껑충 걸음걸이, 탁한 목소리, 역설적으로 발가락이 닮았다고 하지만 부모의 유전 정보는 수십 만개에 달해 따지고 보면 유사한 것은 엄청나게 많다.
병이나 성격이 예외가 되리라는 것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가령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은 몇 번째 염색체의 몇 번지에 있는 유전 명령에 따른다고 할 정도다. 성염색체가 성별을 구별하듯 그렇게 생후 삶의 모양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우 우수한 CPU를 갖고 태어난 컴퓨터라 하더라도 장차 어떤 소프트웨어(프로그램)를 활용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형편없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고철과 같이 쓸모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천재성은 유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병적 소인을 갖고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인간은 그렇더라도 결코 기계적 하드웨어로서 불변의 운명이 결정된 컴퓨터로 생을 마칠 거라는 상상을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전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적 변수가 많기 때문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양자(陽子) 물리학적 마이크로의 세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인간의 정신세계는 유물론적 사고를 더욱 더 탈피하려고 발악을 할 것이다.
기계(육체, 피를 포함해서)는 유전한다. 그 성능도 유전한다. 그러나 육체의 성능이 어떻게 그 개성을 특징지으며 살아갈 것인지 그것까지 모두 유전 정보에 의한 명령 체계를 따르지는 않는다.
성행위를 관찰해 보자.
몇 살 때 성호르몬이 활성화(活性化)될지는 유전 명령에 의한다. 당연히 이성(異性)을 찾아 짝짓기를 하려는 충동이 생기는 것도 유전 명령에 따른다. 그러나 대상 선택에 어떤 이성을 선택하라는 유전 정보는 없다. 짝짓기의 방식도 그렇다. 성교 운동은 유전 정보에 의하지만 변형된 체위, 기기 묘묘한 성적 기법까지 분화되어 유전되지는 않는다.
정신병이 그대로 유전된다는 것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난폭하고 공격적인 성격이 유전되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잔인한 범죄형이 유전된다는 뜻은 아니다. 동물에 속하는 인간 역시 자신을 스스로 살리며 번식을 해가기 위해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힘의 논리를 철저하게 지키는 것만은 유전 명령에 따른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하지만 철저하게 교육된 인간 뇌 운영 체계(Human Brain Operating System :HBOS, 주: 나는 1991년 종로 시대를 끝내고 잠실로 이사를 오면서 바로 내가 앞으로 할 일은 NBOS의 on-of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로 집약되었었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에 관한 유전은 불확실하다. 나 자신이 명명한 HBOS는 어쩌면 유전 정보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그 운영 체계에 들어가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결코 유전되지 않는다. 그것은 일반적 사회, 문화에 따른 가치관과 환경적(環境的) 영향에 직결된다.
집단 속에 숨쉬며 사는 개인적 차이가 있는 것은 불가피하나 생후 어떤 환경에서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HBOS가 운영되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잔인한 공격성이 다듬어지지 않은 채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길들여졌을 때 가해자의 명부에 등록될 것이다. 인간 모두에게 이롭다고 판단되는 쪽으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HBOS에 적용되면 반대로 명예와 자본을 손에 쥔다. 승화(昇華)된 창의성이 작동하면 이른바 예술이 되는 것이다.
살기 위한 힘, 번식하기 위한 쾌감은 분명히 유전 정보에 따른다. 힘과 쾌감이 어떤 형태로 조합을 이룰 것인가는 거의 후천적 길들이기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행이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지금도 많은 문제와 씨름하며 개선(改善)의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다. 다만 HBOS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가운데서 말이다.
정신병적 소인(素因)이 유전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신적 표현은 생후 어떤 프로그램에 의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는가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주: 예상보다 빨리 Genome project는 이미 지난 해에 공표되었다. 다행하게도 내가 믿고 있던 표현의 유전은 역시 나의 의견을 버정할 수 없는 쪽에서 결론이 난 상태다. 그러나 예상한 대로 앞으로 정신과 의사, 특히 정신분석을 하는 입장에선 과감하게 궤도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들은 내가 말하고 있는 표현의 유전까지는 아니라는 일말의 희망에 매달려있는 듯 하다. 그것은 착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