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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뇌 세탁기」 덧글 0 | 조회 15,875 | 2014-01-16 12:19:16
관리자  

뇌 세탁기

2013.07.22.

정동철

 

정확하게 2주전 날개가 달린 듯 훨훨 날랐다. 712일 퇴근길이다.

놀랍게도 아내를 보는 순간 굳어졌다. 뭔가를 예견하는 신경세포집단의 음()부하가 반사적으로 걸린 결과인 듯하다. 띠릭띠릭 뒤미처 장금장치의 둥근 원이 파랗게 물들면서 열린 아파트 현관, 없인 못사는 어깨가방을 의자에 던지자 거림직한 느낌 먹통으로 변한 혀가 암시한 이면의 정체가 스치는 듯 했다.

-이제, 끝났어! 너무 너무 후련해... 한잔합시다.-

아내에게 준비됐던 이 표현이 왜 목구멍을 지나 혀에서 멈추었을까? 대체 언어중추가 정전으로 꺼져버린 그 연결고리의 주체가 뭐지?

 

우린 확실하게 정했다.

확신은 핸드폰을 통해 내 소리뭉치 뼈들을 아들의 음파가 때렸기 때문이다.

“81, 법적 원장으로 이, 취임식을 위한 준비 분명히 하는 거지?”

그러죠.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낭만적 기대가 혹시나 장장 4개월째, 결국 그날이 드디어 왔다. 멍에는 불과 2주후로 다가섰다. 홀가분했다, 엄청....

 

결국 아내에게 했어야 할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공개했어야 할 것이 앗 차 정지된 것이 탈이었다. 신경세포에 걸린 반대부하와 언어중추의 신경세포들이 활성을 멈추게 된 고리는 지진 직전의 쥐들처럼 본능적 도피로 이어진 것, 묘한 일이다. 그날 밤 결국 나는 몸살을 이길 수 없었다. 단내가 입으로 뿜어 나오고 몸은 축축한 한기로 오므라들기 시작했다. 눈치 전연 채지 못한 아내, 약으로 홍건이 밴 식은땀에서 비로소 내 안에 지난 4개월간의 긴장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로지 나만의 감응이다. 무게! 순전히 무게 때문이었다.

 

원장으로 부임하던 날 41(2013) 그날은 만우절이었다.

법만이 우선하는 늙은 꼴통 나만의 색깔로 그러나 거침없는 개혁을 염두하며 한두 달 사이 아들을 놀라게 할 변화만 생각하고 달렸다.

60베드에서 3백 베드 규모의 병원을 인수하며 허가병상 240베드를 기존의 병원과 차별화된 말 그대로의 총체적 치료환경을 조성한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니다. 원칙이 오히려 이상한 세상 치료하는 병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저항과 반항을 돌파하려는 진행은 나의 출근시간을 앞당기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루 왕복 250리길 눈에 힘을 주며 인수이전의 관행을 하나씩 바꿔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울만의 청춘이 반대편에서 밀어닥치는 고속화도로의 현란한 개미행렬로 충전된 손수운전, 일종의 특단에 가까운 고속화도로를 다지며 궤도수정을 밀고 갔던 것이다. 바로 그 무게가 아들과 약속한 날 터진 것이다.

나이를 무시한 저돌적 개혁이 늙은 나의 근육을 일시에 무장해제 된 결과 상대적 고도긴장감이 무너져 내린 결과다. 그 강도를 가늠하기에 족함을 알아차렸다.

박사님, 원장님 오시면 우리가 뭘 가지고 힘들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한 달 전 합류한 진료부장의 얘기다. 말로는 실감할 수 없는 현장감 그것은 체험자만의 현실일 뿐 증명할 흔적 자체가 없다. 무게 그러나 그것은 실체다.

생을 통해 처음으로 터져 나온 쇳소리,

정말 지치는데.... 이렇게 지칠 수도 있긴 하군, 처음인데... 놀랐어......”

힘겹다는 말 아들에게 난생 처음이다. 무게가 뿜어낸 말이다.

첫 한 달은 정말 길었다. 지루함이 아니라 멀었다.

회진에 대해 왜 환자들의 인권 자유를 뺏느냐며 저항하는 사람들, 상담 고통스럽게 왜 그리 자주하느냐는 볼멘소리, 옷장위이 먼지를 훑으며 이 먼지구덩이 사람 사는 곳이냐고 거세게 항의하는 핏발, 잔반이 통으로 넘쳐나가는 형편에 밥이 없어 먹지 못했다는 어거지 항변.... 이 모든 것을 잠재우고 회진은 물론 상담과 더불어 치료환경으로 내닫는 전환에 숙이는 환자들을 향해 빈틈없이 인성교육과 각종 프로그램은 쉬지 않았다. 결국 뜻대로 쉬었다 편한 데로 머물다가는 하숙집에서 치료하는 병원으로 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직원과 환자들의 인식을 확 바꿔놓았다.

아침 6시에 출발, 저녁을 병원에서 먹고 오후 6시에 집으로 향하는 먼 길....

4개월, 결국 풀렸다는 긴장감해소가 준 선물이 몸살로 터진 것이다. 놀랍게도 그러나 후련했다.

 

한편 집의 컴퓨터를 한 대로 정리하고 있었다.

세대의 컴퓨터, 방방이 뻗쳐두고 있던 것들을 하나로 묶는 가운데 백업과정을 지켜보는 컴퓨터기사,

대단한 용량 대체 뭘 하세요? 컴퓨터 할 연세가 아니신데....”

중앙처리장치의 저장용량과 속도를 대폭 강화, 한 대의 컴퓨터에 지난 컴퓨터 1, 2, 3으로부터 옮기는 과정, 재분류 색인을 만드는 데 장난이 아니었다.

그 순간이다.

잊었던 뇌 세탁기가 불쑥 솟구쳤다. 컴퓨터 갈이와 무게가 뒤엉켜 작동 혼선이 엉킨 뇌, 나의 뇌에 기억이 자극된 모양이다.

 

뇌 활성 기능성 게임 Neuro-Smart Game' 이 소개된바있다.

경도 인지장애를 알아내어 치매 초기상태와 특정한 인지능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말하자면 기능성게임이다. 중독성 게임과 구분하기 위해 진지한 게임 Serious Game 으로 불린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게임인 이상 실속도 중요하지만 약아빠진 요즘 사람들에겐 재미가 없으면 무용지물, 아예 접근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여 재미도 있고 기능성을 극대화한 점이 이미 개발된 미국제품과 다른 국산의 특징이다. 나는 아예 게임을 모르니 상관없는 일, 그런데 희한한 일 왜 게임이야기가 나왔지? 하여간,

게임을 통해 정신적 문제를 진단 치유하려는 시도는 이미 됐다. 수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노왁과 물리화학박사-세계적 과학저술가, 하이필드가 쓴 초협력자, 다윈의 진화론에서 생명체 생존의 핵심단어 투쟁이외 협력이 적자생존의 또 다른 방식임을 밝히며 강조한 것이다. 인간이 바이러스 행성(行星)’인 지구상의 주인이 되기에 이른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암시다. ()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협력자? 게임과 협력자 고개만 기운다. 뭐지?

먹이사슬 정점으로 갈수록 개체수가 작아지는 것은 상식이다. 사자의 개체 수는 임팔라나 누우만큼 많아야 할 이유가 없다. 먹이의 개체수와 동수라면 곧 사자들은 굶어죽었을 것이다. 황야를 뒤덮은 임팔라나 누우를 위해선 더 엄청난 초지가 필요하다. 거기엔 상상할 수 없이 많은 풀은 물론 더 많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의한 초지가 조성되고 있다. 매우 간략한 생태계의 일면이다. 여기에 인간이 나타난 것은 진화 발달된 뇌의 기능으로 먹이사슬 최 정점에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사자무리와는 비교 될 수 없이 많은 60억이란 개체수가 존재한다. 생태계를 교란하고 급기야 무질서의 쇠퇴(衰退)를 의미하는 엔트로피를 피할 수 없다는 막다른 골목이다. 아마도 고대 마야 인들이 쓰던 마야력 마지막 날자가 ‘20121221로 끝을 맺고 있는 것은 이런 점을 예상한 것일 게다. 지구멸망 최후의 날이 바로 18대 대선이 끝난 이틀 후가 아니었나 싶다. 멀쩡하게도.

대체 인간은 그 엄청난 개체수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이치가 물론 강력한 뇌에 있을 것이다. 용케도 협력이라는 투쟁과 다른 생존방식을 활용하게 된 결과란다. ‘협동정신은 세계도처에서 무수히 상용되는 열쇠 말(Key Word)로 쓰인다. 필경 나도 그 와중에 현기증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 왕자이자 무정부주의자였던 표트르 크로포트킨(Peter Kropotkin, 1842~1921)상호부조론 Mutual Aid 1902’에서 상호투쟁의 법칙과 별도로 자연에는 상호부조의 법칙이 있다며 삶을 위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리고 특히 종의 발전적 진화를 위해 이것은 상호경쟁의 법칙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래야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법칙이란 것이다.

예 하나,

산호초사이의 큰 농어가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작은 양미리나 새우들은 그 입으로 들어가 아가미를 청소한다. 새우나 양미리는 거기서 먹이를 취하는 것이다. 상호부조다. 더욱 놀라운 것은 농어가 포식자의 표적이 된 위기상황에서도 반사적으로 입을 악물고 다라 날 판국에 새우와 양미리를 위해 입을 닫겠다는 몇 차례의 신호를 어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뢰 바로 그것이다. 상호부조가 가능하려면 이런 신뢰가 없고선 이루어질 수 없다. 생존에 관한 일종의 의식이다. 이전투구 대선에서 보여준 악랄한 공격, 누굴 떨어트리기 위해 나왔다는 인간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상호부조(대통합)가 가능하리라는 것은 적어도 농어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증명할 길이 없다. 물고기의 머리보다 생존법칙 자신의 삶을 보전하기 위한 영구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눈앞의 이득에 국민을 기만하는 세도가들, 대체 난 지금 뭘 말하고 있는 거지? 협동정신?

다윈이 밝힌 진화에는 오직 두 개의 원칙, 변이Mutation와 선택Selection만이 있었다. 변이는 유전적 다양성을, 선택은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개체들을 솎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제3의 원칙 협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날 향한 주먹인가보다. 선택을 위해서 변이가 필요하듯이 협력을 위해선 선택과 변이 모두가 필요하다. 바로 찌든 오염을 씻어내는 뇌 세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탁을 통해 협력이 진화의 가장 능숙한 설계자가 되도록 발전하게 된다는 나의 아니 우리 모두의 합의가 뭔가를 일깨우고 있다. 과연 투쟁대신 협력이 가능할까?

협력? 상상할 수 없는 진화의 논리다. 하지만 가야할 길 뇌 세탁기의 진화된 역할은 바로 떼만 씻겨내는 게 아니라 협력을 심어주는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길고 긴 이야기의 밑그림 나의 이야기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건강한 사람의 유전자DNA에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400개의 변이 유전자엔 결함이 있다. 통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2개의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당사자가 발병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음 세대에 같은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에 의해 넘겨지면 병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적자생존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주만큼이나 모르는 뇌, 뇌에 의한 인간의 모든 언행이 우리 스스로가 웃고 울며 척하며 사는 모든 행위를 설명하지 못하는 현실, 무슨 얘기지?

 

우주로 잠시 눈을 돌려보자. 화성까지 520일 왕복에 걸림돌은 수면장애와 우주입자다. 우주입자는 180cm의 납이나 콘크리트 벽도 뚫고 지나갈 정도라 그중의 철은 뇌를 손상 치매(Alzheimer)의 독성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증가를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입자가속기로 이런 입자를 생쥐에 쏘였더니 한 달 만에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2013.01.15. 조선일보) 우주의 구성요소 중의 원자도 그렇다. 지구상엔 사람//바다 등 현란할지모르지만 인간의 생각일 뿐 불과 우주의 4~5%만이 알려진 상태다. 그나마 수소와 헬리움, 암흑물질(Dark Matter)-빛이나 전파처럼 반사하지도 않고 그냥 통과하는 것,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21-22%에 해당한다. 암흑에너지-암흑물질과 반 암흑물질의 충돌-소멸에서 나오는 에너지,은 또 어떤가, 자그마치 우주구성요소의 74%에 해당한다.

 

나의 삶 그 끝이 어딘지 솔직히 모른다. 자의적 종말을 생각해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의사이기에 알 수 있는 구체적 방법 몇 가지를 구상했었다. 확률적으로 01이 존재하지 않는 나의 현실에서 부질없는 발상이다. 모 아니면 도, 그것은 자연법칙에 대한 무지의 결과다. 나의 얘기다.

컴퓨터 1, 2, 3에 저장된 자료를 새 컴퓨터에 이식하면서 뇌 세탁기로 촉발된 나의 뇌를 리모델링하는 과정 가운데 새로운 PC처럼 나의 뇌를 정리하여 기존의 뇌 과학을 향해 내딛으려는 신중함, 궁리 중에 터진 난대 없는 종말의 신호가 폭발한 것은 역설적이다. 삭제와 상호부조의 법칙무엇이 나의 현실?

잠재된 에상의 법칙은 인수인계 약속된 딱 이틀 후, 이틀 전 계획은 혼돈으로 밀려나갔다. 반사되지 않는 암흑물질처럼. 유별난 장마에 휩쓸린 물난리가 나의 뇌 세탁기로 넘쳐흘러든 결과다.

아버지....., 죄송하지만 앞으로 1년은 저와 같이 계셔야겠어요. ....”

상호부조의 법칙 아내에게 선언했었더라면 뒤집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결론, 후회는 아들이란 이유로 어둠속 어디론가 정체가 사라졌다.

 

날 보고 적어도 1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 얘기와 같은 뜻이다.

살고 싶은 인생? 살고 싶지 않은 인생?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가운데 분명한 메시지는 죽어선 안 된다는 것, 적어도 1년은 그래야 된다는 뜻이다. 모든 자유와 계획이 일그러지는 신호탄이다.

아이고..., 아들이 뭔지...”

지난 어느 날, 해암병원 회식 때 발랄명랑하고 정확했던 접수창구직원 처녀가 모두를 웃겼던 말이다. 나의 입을 확실하게 딱 벌어지게 한다.

 

나의 과거를 새로운 중앙처리장치에 이식하고 최신버전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 마치 당연한 나의 뇌라는 인식, 그것은 인간 세탁기의 현주소가 아니란 점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생명연장 절말 마음대로 가능한가? 나의 정체성, 인간이란 특수기계는 나의 의지대로 교체하여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의문이 번개처럼 날아든다. 저녁노울 처음으로 뜨는 개밥바라기별과 아침 샛별이 서로 이름만 달랐지 실은 하나의 별, 바로 금성이거늘 둘이 하나가 아니라 본시 하나가 하나일 뿐이다. 같은 CPU를 업그레이드하여 용량과 속도를 진화시켰다면 바라는 뇌 세탁기의 연속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정동철이기 때문이다. CPU가 통체로 바뀐 것은 그러나 뇌가 바뀐 것과 같다. 아무리 천재적 대용량과 속도를 자랑한다 해도 그것은 이미 정동철의 정체성을 떠난 별개의 타인이 된 것이 아닌가? 개밥바라기별과 샛별과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금성이 아니라 금성이 북극성으로 바뀌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천재와 바보, 뇌세포 전체의 통합된 활성화가 어떤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하게 되는지 그 회로를 아는 것은 그렇다 치고 대용량과 초고속 처리속도로 교체된 컴퓨터처럼 그것을 조정하는 주체가 나라는 것은 그 의미를 상실함이 분명하다. 사람은 사람으로서 서로 같다는 사실만으로 낡고 느린 바보 CPU가 천재성으로 확 바뀌었다 해도 그것은 이미 연속성을 잃어버린 이전의 내가 아니란 것 너무 당연한 사실 앞에 무력감을 당할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나라는 사실을 내 속에서 주장하고 있기에 그것은 나를 알 수가 없다, 뇌 세탁기가 바로 그렇다. 내가 나를 떠날 때 비로소 내가 날 알 수 있을 진데 뇌 세탁기는 나와는 무관한 존재가 되고 말 것이란 뜻이다.

 

나의 1년 연장-정확히 8개월,에 따라 병원으로 쏠릴 때 병행될 수 있는 멀티태스킹 자체는 변하지 않을지 모르나 이전 4개월간의 수행능력이 작동될 수 있을지 그것은 미지수다. CPU가 갈려버린 듯 그래서 몸살은 마음 앓이로 선 수행된 것이다. 그나마 생명 1년 연장도 보장할 처지가 아니다. 언제까지?

 

난마처럼 엉켜있는 지난날의 자료자체를 풀어 재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짧다. 과연 나의 뇌를 세탁할 시간이 허용되긴 할 것인가? 아니 금성이 화성으로 바뀌어도 행성이란 점에서 정체성이 같을 수 있단 말인가?

중무장으로 교체된 나의 컴퓨터 그리고 나의 뇌 세탁기 그것은 근본이 다르다. 앞의 것은 이미 내 몸, 내 정신이 아닌 이종 정동철, 뒤의 것은 계속 정동철로 남아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교체된 순간 이미 그것은 이전의 내가 아니기에 중언할 필요가 없다. 같은 정체성을 갖은 동일인에게 세탁기를 통해 인간 본연의 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세탁기, 내내 그립고 미련뿐이다. 막다른 골목길에 콱 막힌 절벽, 1년 연장의 대가로 모든 상상과 창조적 능력은 예상을 넘어 대기권을 벗어나간다. 뇌 의학을 연구하겠다고?

 

어쩐담?

치료자 그 자체에 충실하며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오히려 입증해 주는 결과가 되는 것인가? 새로운 치료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철학은 부자간(父子間)에도 같을 수 없으니 더욱 그렇다. DNA가 같을 확률이 높지만 정체성은 분명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행정적 원장 전부를 이양하고-실제적으로 그래왔지만, 법적 대표원장으로 명예퇴진을 준비하는 단층 사이에 뇌 세탁기에 대한 관심은 점차 새로운 컴퓨터와는 달리 무뎌지고 있다. 분산신경부호화Distributed Neuron Coding로 나의 생각을 정리하며 입장정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것은 절대 의문이다.

대칭성과 보존법칙, 특히 입자의 정확한 위치와 파동은 동시에 확인할 수 없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원리, 정동철의 정체와 정동철의 활동은 동시에 입중 될 수 없다는 것 과연 사실일까? 아들과의 약속 앞과 뒤의 차이가 어찌되었든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는 말인가?

 

대체 뇌를 세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어느 구석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연구소? 그래서 연구는 해야 할 것이라고? 연구소 웹은 하여간 돌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