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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바둑판 덧글 0 | 조회 15,843 | 2014-01-30 16:10:16
관리자  

뇌와 바둑판

2014.01.30.

정 동 철

 

바둑판을 내려다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가로 세로 19줄이 만나는 두터운 통 피나무위에 361, 그 위에 흑백이 서로 마주하다 보면 시간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두 대국자가 놓는 게임, 서양의 체스는 물론 장기와는 달리 말의 행동법칙이 정해져있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며칠 전 빌게이츠가 젊은 친구와 체스를 두다 9분 만에 졌다고 손을 들었다며, 가히 컴퓨터의 왕이라 불리는 빌게이츠 패자의 개면적은 모습 뭔가 스쳐가는 생각이 떠올랐다.

 

반상(盤上)무석(無石) 면전(面前)무인(無人), 이런 경지가 되지 않으면 돌이 놓일 점은 361점 어딘가에 딱 한 점밖에 없다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 상대를 이길 수 있는 한 점 한 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행마(行馬)의 법칙이 없는 바둑판에서 그 자리는 천문학적 확률의 한 점이 될 것이다. 승패는 그 한 점 한 점이 연결되어 누가 더 많은 땅()을 차지하는가를 셈한다.

한국과 중국 기사(棋士)가 영웅을 가린다고 하는 대결을 보면 반집승으로 갈리곤 한다. 놀랄 일이다. 그 넓은 바둑판에 놓여야 할 점은 바로 한 점을 향해 놓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이치는 알겠으나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창호가 돌부처란 뜻 알만하다. 바둑이란 게임이 생긴 이래 그 많은 판국이 한 번도 닮은 것이 없다고 한다. 서양의 체스 과연 비교가 될까?

 

관심은 뇌로 향한다.

뇌엔 신경세포가 수십억에 이른다고 한다. 그 신경세포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에서 과학적 접근 자체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판에 하나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읽고 쓰고 말하고 기억하고 느끼며 사랑과 미음이란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게 된다고 하니 그 연결망은 또 얼마나 복잡다단할까? 바둑판이 한 번도 같은 경우가 없었다면 인간의 뇌 신경세포가 서로 만나 이루어지는 인지, 언행, 기분, 기억과 같은 것에서 누구하나 닮은꼴이 없다는 것은 간단히 얻을 수 있는 자명한 결론이다.

바로 이런 뇌로 비롯되는 의학적 문제를 연구한다고 며칠 전(2014.01.29.) 병원 방사선과 옆 방에 별도로 지성병원 뇌 의학연구실-정동철 해암 뇌 의학 연구소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에 있었던 것을 새롭게 단장, www.braintech.kr-이란 문패를 달고 나니 스스로 무덤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꼴과 같은 심정이다. 요컨대 하나둘 알기 시작하는 것에 반비례 모르겠다는 것은 제곱 기하급수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바둑을 배워가기 시작할 때가 그랬다. 좀 안다싶으니 재미 보통 아니었다. 4급을 넘어서니 재미는 여전하지만 첩첩산중, 프로급 단()에 이르면 피가 마른다는 것은 돈과 명예가 걸리니 비교할 여지가 없다.

그러고 보니 산다는 것이 바로 땀과 등골이 오싹거리는 대결(대국)의 연속과 다를 것 없음을 알게 된다. 바로 그 소굴로 들어와 연구를 한다고? 자기 복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과연 자연선택이 가능할까?

 

뇌의 신경세포가 서로 축삭돌기와 수상돌기가 만나 시냎스를 통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거나 영역 안에 들어온 적을 잡아먹기 위해 연대 선을 만들어가는 모양은 너무 흡사하다. 흰 돌이든 검은 돌이든 서로 연결되지만 하나의 철사 줄처럼 붙어있지는 않아도 포위 또는 자신의 영역을 위한 만리장성을 쌓아간다. 그러자니 바둑이야 사람의 손으로 돌이 움직이지만 신경세포는 유전정보에 의한 프로그램에 따라 자생적 전기-화학적 에너지를 이용해 구축되어가는 것이 다를 뿐 돌과 돌 사이에 간극이 있기는 마찬가지 이치이다.

문제는 말들이 그 넓은 땅(361)에 놓일 자리는 한 곳뿐이라는 뜻은 유전자가 정해준 한 자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을 비울 수 없다. 돈이 왔다 갔다 한다. 사람들의 시선들이 날카롭다. 몸의 영양상태 그리고 간밤에 충분한 잠으로 뇌가 깨끗하게 세탁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심장이 뛰고 호흡은 불규칙, 손까지 떨린다.

반상무석 면전무인, 바둑판에 돌이 없고 대국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비워져야 한다는 것은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킬 필요가 없는 그래서 진화라는 것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는 생래적 원형 그대로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게 나나 우리 모두는 되지 않는다. 무엇이 앞이고 뒤인지 섯불리 정하기도 어렵다. 유전자의 정체를 모르니 말이다.

 

100억원이나 된다는 투과전자현미경(TEM), 막대한 고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 속의 자료들을 볼 수 있고 분자생물학으로 감지하지만 뇌 세포의 입장에서 조족지혈 접근을 비웃는다. 고작 여기가 시상(Thalamus)이고 저기가 해마(Hypocampus), 그리고 요것은 편도(Amygdala)이며 저건 흑질(Substance Nigra)이라는 둥 말하지만 알아 봤자다. 세로토닌(serotonin)을 보충하고 또는 두개골을 관통하는 자기장 자극(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으로 우울한 기분을 조정하는 시상, 해마, 또는 편도 어딘가를 자극하여 우울증을 고친다고 하는데 아직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도무지 뭔가를 치료하겠다는 바로 그 한자리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진단명 자체가 웃긴다.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라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단명이 무슨 원인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인지 꼬집어 말할 형편이 아닌지라 그렇다.

폐결핵을 치료할 때 폐 결핵균이 폐결핵의 원인이란 것을 알아 그 균을 죽이는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원인균이 있는 것이다. 맹장염이란 병을 수술하여 치료한다는 것은 맹장에 염증이 생겨 장차 그것이 터지면 복막염이 되어 생명을 읽게 된다. 맹장을 띠어내는 것이 치료다. 우울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마음이 우울해졌다고 하는데 그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무지 막막하니 문제다. 꼭 놔야 할 바둑판의 그 한자리, 그것이 이기는 치료법인데 상대방의 돌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대응하는 것, 체스에서 컴퓨터와 사람과의 대결에서 사람이 곧잘 진다.

반면무석, 면전무인의 컴퓨터란 기계가 체스의 왕을 이기는 것은 사람은 그런 기계처럼 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돌부처란 별명을 얻은 것도 그래서지만 그러나 진화 앞에 기를 피지 못하고 있다. 돌부처가 아니란 것이다.

 

마침, 동아일보 사이언스에 신경세포 발달 조절하는 인공 '' 나왔다는 것이 소개되었다.(KAIST-고려대, 신경세포 인공배양 칩 설계기술 개발. 20140120)

내용인즉 대략 다음과 같다.

 

신경세포는 신호전달 역할을 하는 축삭돌기를 통해 다른 세포와 연결되는데, 축삭돌기 끝에서 다른 세포로 뻗어 나가는 축삭돌기가지가 주로 폴리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 고분자가 많은 곳으로 뻗어 나간다는 것을 연구진은 새로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에 착안한 연구진은 폴리라이신을 바둑판처럼 격자형태의 점 모양으로 촘촘히 찍은 손톱크기의 초소형 칩을 제작했다. 이 칩 위에 신경세포를 배양하면, 컴퓨터용 반도체처럼 신경회로를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이것은 KAIST 바이오 및 뇌 공학과 남윤기 교수와 고려대 의대 선웅 교수 공동연구진에 의해신경회로의 발달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바이오칩개발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혀진 것이다. 요컨대 인간의 뇌를 그대로 모사한 인공지능이 나올까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다. 국내 연구진이 동물의 신경세포 발달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된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필요한 곳으로 뇌신경 세포가 자라지 못해 생기는 자폐나 퇴행성 질환 등 신경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생긴다. 또 신경세포 뿐 아니라 암세포나 줄기세포의 증식 같은 세포현상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한다.

선웅 교수는 세포성장과 관련된 모든 연구에 응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신경세포의 생성위치와 성장 방향을 정형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고효율 약물개발 같은 분야에도 쉽게 응용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견한 연구결과다.

 

신경세포는 가령 뼈나 근유세포처럼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시냎스에서 앞에 연구에 앞서 이미 새로 발생되는 연결고리는 알려진 바 있고, 하루에 새로 생성되는 신경세포가 7일 내에 그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죽어버린다는 사실도 밝혀져 결국 신경세포의 생성, 소멸의 연속으로 생명체의 진화는 생존을 위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혹자는 강조하고 있다. DNA가 있는 중심부분 핵으로부터 담백질(HDAC5)을 유리하면 말초신경에서 신경세포의 재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단서에 의한 것이다. 중추신경에서 HDAC5는 결코 핵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벽에 부닥쳐 고전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바둑돌이 놓여 질 자리는 딱 한 곳, 그 자리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런 현상이 가능한 여건 즉 환경은 유전자의 복제, 변이를 통해 진화되는 것으로 이해될 것이 마땅하다. 여기서 우리가 염두 해야 할 것은 진화란 단어에서 그 방향이 반드시 옳다, 그르다 또는 좋다 나쁘다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비정한 이기적 유전자는 적자생존을 위한 변이 진화 일뿐 결코 진화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 인간이 바라는 선악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해 유전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가 있어 생존에 지극히 이기적인 그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생성된 우리 몸이 이용되고 있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극단적 표현은 결코 무리가 아니란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강조하고 싶다.

바둑알이 놓여 져야 할 그 한자리, 그 자리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그것은 이념이나 다양한 갈등구조의 정체를 다시 정리해야 함을 뜻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속이고 속는 가운데 심리학적 진화를 떠 올리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기적-이것도 인간이 생각한 인간중심의 형용사에 불과하지만, 유전자를 넘어설 싸이보그? 헷갈릴 뿐이다.

그렇다고 비극적이란 단어도 이르다. 마음의 정체가 학자에 따라선 주인이 될 가능성, 현재론 공상과학과 같은 얘기지만 포기할 단계는 아니므로 연구는 그래서 필요할 것이다

 

 

 

참고 사이트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3-11/wuso-sic110613.php

 http://www.psychologytoday.com/blog/the-athletes-way/201311/unique-gene-combinations-reshape-our-brains-and-behavi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