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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 이렇게 쉬운데.... 덧글 0 | 조회 15,845 | 2014-03-17 16:31:06
관리자  

내려오는 길 이렇게 쉬운데....

2014.03.15.

정 동 철

오르는 길 숨이 턱에 걸린다.

심장소리 언덕보다 더 가파르다. 갓길 소나무에 등을 붙이고 고르다 한 고개 더 올라야 되리라 보폭 줄인다. 웬일 바로 몇 발작 만에 정상이다.

 

놀란다. 숨을 한 것 내뱉는다.

내쳐 쉬지 않고 정상에 오른 셈 아직 쓸 만 함에 놀라는 것이다.

오 십 사분, 만보기 6376, 1.5km 30분 짜리 매지봉 등산안내판을 재생하며 집을 떠날 때부터 작동 계산한 것이기에 의외로 빨라서다.

제발.. 조심하세요! 안 갔으면 딱 좋겠는데.. 힘들면 바로 내려오세요..?”

알겠다했지만 속은 다르다. 시작에서 끝을 보지 않는 일 있었나? 아내 또한 너무 잘 알고 있다.

함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최근의 늙은 우리 부부가 체험적 삶에서 이미 세월을 요리할 때가 지나간 점을 몸서 익혀가고 있는 중에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힘에 붙여 쥐가 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며칠 전 주차가 겁나 분당세무서와 구청을 다녀오면서-본인이어야 한다기에, 다리가 뇌의 영향권 밖에 있었음을 아내도 안다. 내리는 비 바쳐 든 우산, 택시를 기다리며 차라리 그 자리에 사자처럼 폭삭 쓸어져 쉬고 싶어지더라 말한 것이다. 바뀌는 체질에 또한 머리가 갸웃한다. 걸러도 허기가 없다. 기대하는 약효에 반응이 없다. 맥주를 마셔도 술기를 모른다. 졸립다는 감을 잃고 있는 중이다.

정말 주차가 두렵다. 톨게이트를 지날 때 좌우 가이드에 부딪칠 것 같다. 걷는 것 보다 운전할 때 가장 안전과 편함을 느껴왔다. 그것도 아주 안락하게. 네 바퀴가 있어서다. 두 발보다 중심은 확실하니까... 한데 편하고 안정적이던 네 바퀴가 나의 두발처럼 흔들리는 것을 감지한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3주 전 실제 청계산 톨게이트를 들어서면서 스포츠카 운전석 사이드미러가 와직근 덜렁 떨어졌다. 요란한 소리가 다행이었다. 찰나적 망아(忘我) 부딪침을 잽싼 핸들조작으로, 분명 비참하게 마감할 생을 모면했기 때문이다. 그 후의 현상이다. 아내와 삼 남매가 알면 예상되는 소동-전용기사도, 전용대리기사도 마련해준 것을 각각 쓰다 물린 것은 난데, 특히 아내와 아들은 아픔이 심할 것 카메라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잊어선 안 되겠기에 찍어두었으니까..

황야의 지배자 늙은 수사자 더는 씹을 수 없는 이로 스스로 무리를 떠나 숨 거두듯 때를 같이 해 먹기 힘든 이빨이 2주째다. 참에 숨찬 복부비만과 기록적 체중74kg이란 수치를 확인하고 끼니를 거르는 중이다. 함에도 허기를 느끼지 못하는 현실, 감히 등산이라니....

 

분당 이 쪽 저 쪽을 내려다보며 땀으로 밴 숨을 식힌다. 시원하다. 기가 막히게....정상의 특권이다. 모자를 벗고 지퍼를 내린다. 거센 바람이 후련하다. 상쾌하다. 한데 여느 때와는 달리 생각이 멎지 않는다. “뇌 의학 연구실brain science medical lab(www.braintech.kr) 차리고부터 밤이나 낮이나 멎지 않는 생각의 열차 그것이 연유다. 그럴 것이다.

 

뇌 세탁Brain Clearance, 방법이 무엇일까?

머리가 파랗다. 정상의 효과다. 하고 한 날 등산만 하며 살 수 있나? 그래서 헬스클럽이 있겠구나 생각한다. 헬스클럽? 내가 그렇듯 모두가 다닐 형편은 아니다.

숙면을 취하면, 낮에 좋든 싫든 다양한 일로 발생되는 뇌의 신진대사 쓰레기들이 세척된다. 개운해지는 이치다. 치매로 가는 길도 머뭇거릴 정도다. 가령 결정적 치매원인 중 하나인 대사찌꺼기 아밀로이드amyloid 답백이 뇌 세포사이에 떼처럼 끼어들 기회가 시원치 않아지는 것이 이유다. 그 밖의 다양한 쓰레기들waste products과 약물문화가 안겨준 한 옹 큼 약들drugs, 그리고 최근 초미세 먼지에 뇌 혈관방어벽blood brain barrier마저 뚫리는 형편인지라 그런 사태에 대한 뇌에 낀 떼를 뿌드득 세탁brain clearance해서 신선하고 하얗게 만들 수 있는 방법 또 뭣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의 연속이다. 누군들 숙면을 원하지 않을 건가. 대안은 떠오르는데 실전은 너무 빈곤하다. 힘겹다. 돈과 협력자, 아니 무관심만 없어도 좋으련만.... ‘잘 해 보더라고..’가 고작이다.

 

본시 등산 목적은 신체적 체력 점검이었다. 하필 오늘?

오랜 만이다.

한참 나이 때부터 즐기던 솔로solo등산, 환갑은 물론 7순에도 체력을 스스로 알기 위해 오르던 산, 주로 도선사를 끼고 할딱고개를 지나 백운대 아래 산장에서 잠시 목을 축이다 능선을 타고 정능으로 하산하는 경로를 택했었다. 산으로 치면 비교될 형편이 아니나 결론은 아직은 쓸 만 하다는 것, 나이 80이다.

숨이 더 찬 것은 사실이다. 집에서 54, 입구에서 쟀어야 했는데, 정상의 바람을 다시 들이킨다. 냉장고의 생수 벌컥거리듯 숨을 꺾는다.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통신 불량, 올랐다고 전해주고 동서남북 숨 고른 뒤 하산 34분이 걸린다.

 

! 내려오는 길 이렇게 쉬웠던가?

너무 편하다. 본시 내려오는 길이 더 위험한 게 등산이다. 오늘따라 쉽고 가볍다. 새삼 처음 느끼면서 바로 이어지는 생각, 내려가는 길 이렇게 쉬운데 왜 머뭇거리고 있지?

 

정상을 향한 나의 길은 험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쉽게 오른 것도 아니다.

정동철을 모르면 간첩이지.......”

명을 달리한 고교동창이 60대에 남긴 말이다. 웃자고 한 말, 인사동 대포집 뜨락 오가는 술잔에 옆 사람들이 날 보고 수군거린다. 그에 대한 농이다. 하긴 어딜 가나 알아보는 사람, 심지어 택시에서 보이지도 않는 뒷좌석의 내 목소리만 듣고도 정체가 들어난다.

거기까지 오르는데 그러나 힘들다 느끼지 못했다.

1970년대, 정확히 30대 후반 그리고 21세기 60대 후반까지도 쓰고 읽고 연구하며 이어진 인생, 정상으로 가는 길엔 만원버스에 비집고 앉아 교정을 봐야 하고 TV와 라디오 그리고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에 연재로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개원의가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발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련만 힘들다 여기지 못했다. 라디오 진행을 맡고 TV 고정출연에 강연은 자그마치 전국을 누비며 한 해 72회에 이르렀다.

정신과의사, 보험증이 특권이던 시절이전 상담치료가 하루 5~6, 정상은 그래서 백운대에서 대동문으로 이어지는 능선처럼 자신도 모르게 짧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 이렇게 편하고 쉬운데 대체 뭘 머뭇거리고 꾸물대고 있지?

늙은 수사자처럼 황야에 스스로 자빠지는 죽음이 두려워서? 체력점검이 말해주는 내연에 숨겨진 본능일까? 남대천이든 섬진강이든 방류된 새끼 연어 모천의 특성으로 각인되어 다시 찾아 알을 낳고 끝맺는 여로 자그마치 18천 킬로미터라 한다. 동해를 거쳐 베링 해와 북태평양 넓고 먼 길을 돌고 돌아 모천회귀, 그들처럼 한줌 흙으로 가기가 무서워서일까?

한참 나이 때 하산 길 그때도 난 묘한 길을 택했다. 누구도 보이지 않는 길, 등산로가 재래시장바닥처럼 꽉 들어찬 길을 피해 누구도 막 부딪치는 경우가 희귀한 길 그런 길을 골랐다. 위험하다는 조언을 무시한 채, 왜였지?

 

등산로 출구에서 집으로 오는 대로(大路),

제법 큰 삼성전자 대리점에 들린다. 이미 낡은 폰을 바꿔볼까 싶어서 알아보려고,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에 내장된 자가진단에 해당한 기어gear를 통해 스마트 폰으로 연결 예컨대 개개인의 활력지수vital sign(사람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호흡, 체온, 심장 박동 등의 측정치)나 이미 개발 시판되고 있는 손목운동시계(Actiwatch, Philips-Actigraphy Monitoring Devices로 개발됨) 자료를 넘겨 받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이 가능한지 알아내고 싶어서다. 카톡-차와 차간의 교신car talk을 통해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방안이 고개를 들고 있는 판국이라 내심 개개인 특유의 특성을 인식(지문처럼 뇌파를 포함한 여러 가지 방법)하여 기어는 물론 차의 핸들을 통해 폰으로 연결 중앙제어로 돌발 사태를 예방하는 방법을 활용해 볼만하다 여기고 있어 던진 질문들, 뚱딴지같은 늙은이라 젊은 친구 삼성대리점직원 당당하게 외면한다. 딴 데나 가보시라는 투다. 무식해서 묻거니와 그런 개념이 성능에 내장됐는지 물으니 딴전이다. 나서며 혼자 웃는다. 알 리 없을 뿐 알면 그 녀석 거기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생체 자기 제어장치(biofeedback devices;심장 박동처럼 보통 의식적인 제어가 안 되는 체내 활동을 전자 장치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이용하여 의식적인 제어를 훈련하는 방법) 또는 앞에 거론한 Actigraphy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까지 내달리고 있는 나의 머리는 일단 거기까지다. 멈춘다는 의미가 아니다.

두 곳인가 더 들리곤 잇몸이 말이 아니라 약국에 들어선다. 아내가 시킨 연고를 주문하고 이미 내가 의사라는 것을 알고 활인해주는 구면 약사에게 묻는다.

혹시 옥시토신oxytocin 계열의 성분이 들어간 약은 없을까요?“

없단다. 아니 모르겠다는 것이다. 진통을 겪고 나은 아이를 품에 안고 젖먹이는 엄마와 아기 거기 깊은 유대감은 아름다음 그 자체다. 그때 엄마가 출산과 수유과정에 혈중 옥시토신증가가 한몫 담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삭막한 세상, <동일성(끼리끼리)에 대한 과잉접속><타자성(남남)에 대한 과잉단절> 사이의 극단적 편향 대립만 존재하는 인심에 폭탄주대신 대안이 뭘까 엿보며 노리고 던진 질문이다. 약사는 멋쩍게 머리를 흔든다. 사실 인터넷을 뒤지지만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시판 약, 없는 것은 아니나 외국의 연구정도 당연히 최종결론이 난 것도 아니다. 세로토닌 재흡수 항 우울제 프로작이란 약은 미국에서 행복의 약물happy drug로 불린다. 미국사회를 발리움문화valium culture라 부르는 것은 해마다 매상고 1위이기 때문이다. 박카스가 한국 소비약 1위라면 빨리빨리 사회에 살아남기 위한 반짝 강정약이 필요한 것처럼 매상고로 볼 때 뒤집어 보면 미국은 미친(불안) 나라가 된다. 중요한 것은 약이 인간의 행동양식에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손을 뻗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급한 대로 유대감이란 점에 체질개선할 약으로 시선집중이라 그렇다.

 

답게 살아야한다고? 보람되게 남겨야 한다고? 그중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고심하며 연구소를 그래서 차린다고?

내려오는 길 이렇게 편하고 쉽건만 한눈팔아 험한 길, 체력점검까지 함에 연구를 빌미로 오래 살려는 의도? 뭐라 해도 나와 무간할 일이다.

샤워를 한다.

아내가 준비한 죽을 넘긴 후 컴퓨터 앞에 앉으니 부실한 의자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겠다 바둑판위에 다리를 올리다 아주 간단한 생각을 한다. 설악산 피나무 바둑판, 누군가 선물로 준 15cm가 넘는 두터운 바둑판을 자판기 아래로 옮긴다. 발을 올려놓으니 세상 이렇게 편할 수가?

20년이 되도록 왜 이제 서야 옮기게 됐나? 옆에 놓였던 바둑판 위 몸을 비틀고 자판을 두들기던 관행 고정관념에 묶인 나의 머리가 이 정도라면?

현실적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내려오는 길 이렇게 편하고 쉬운데 무엇으로 한대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깨끗이 죽기 위해서라고? 한심스럽다.

~타악.... ~타악...”

왜침은 이제 살아졌다. 직접 세탁소에 손수 들고 가야 한다. 아파트 동과 동, 층과 층을 시끄럽게 오르내리던 그 외침 살아졌는데 나의 머릿속엔 반대로 기승을 부린다.

<뇌 세탁소>, 내려오는 길 너무 쉽고 편한데 여전히 모니터를 바라보는 뇌, 부실한 의자 뻐근한 허리로 보일 듯 꽉 막힌 통로임에도 머리엔 도통 <세탁소>뿐이다.

 

냉장고의 생수가 클럽하우스의 생맥주보다 너무 시원하다. 시원한 정도가 아니라 벌컥벌컥 무척 맛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여보..., 생수가 맥주보다 이렇게 맛있는 것 처음 알았는데... 정말 시원하고 맛있네....... 물마시고 배탈 난 사람 없지?”

그래요? 나도 요즘 맥주 안 마셔요...”

가지치기에 이력이 생겼는지 병원 알코올환자에 행동요법으로 활용 해야겠다 생각한다.

 

솔직히 정말 확실히 강조한다. 누굴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오래 살기위해서가 아니다. 정갈하게 죽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아직 힘들다는 것 그것은 설다.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다.

잠 속의 생각에서 일어나 자판을 두드리니 어느덧 새벽 320,

다행히 내일은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