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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덧글 0 | 조회 17,233 | 2014-06-13 11:52:22
관리자  

MRI 드릴 속에 구멍 난 영혼(靈魂)

  정 동 철

  

 

천국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지옥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두 세계는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 어차피 만나야 할 죽음이라면

MRI 터널 속

톱니가 막부딕는 소리, 띠릭 띠릭.

~, 응급차의 사이렌소리,

그런가하면

규칙적 공중경보사이렌, 우우웅~ 우우웅~.

전연 어울리지 않게 아스팔트를 깨는 덜덜 떨리는 진동, 드르륵 드르륵

매우 격하게 정신적 마사지가 진행되는 시간들,

그리고

표현을 달리 활 수 없는 가지가지 수없는 소리들의 규칙적 울림이

띡 띡, 찌릭 찌릭, 딱 딱, 윙윙, 드르륵 드르륵,

귀신이 불쑥 나올 듯 음산한 단속음의 연속,

형광 색 천정의 철로 같은 레일을 통해

산소 가득한 깊은 산속 같다면

뻥 뚫리게 좋으련만, 생각뿐.

카오스?

그랬으면 좋을 거라는 소원은 지리멸렬한 공명(共鳴)

 

나의 의사(意思)와 상관없는 MRI 터널이지만

출생이 그러하듯

죽음 또한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라면

아내, 아들, , 며느리와 손녀, 그리고 사위를 위해서라도

벌거벗어야겠다는 것

죽음 앞에 해야 할 몫이라

다짐하고 있다.

결국 죽음까지도 나에겐 자유가 없다는 기숙사(寄宿舍)의 끝자락

인생은 찰나의 긴 여정.

 

오관(五官)의 화음(和音),

MRI가 공명(共鳴)에 이르지 못하니

그 화음(和音)은 정신, 공명(共鳴)은 바로 영혼일까?

이미 영혼은 비켜서서 웃는다.

그러기에

하늘은 파란가 보다.

 

영혼은 태초에 없었음이라.

 

(2008.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