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드릴 속에 구멍 난 영혼(靈魂)
정 동 철
천국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지옥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두 세계는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 어차피 만나야 할 죽음이라면
MRI 터널 속
톱니가 막부딕는 소리, 띠릭 띠릭.
윙~윙, 응급차의 사이렌소리,
그런가하면
규칙적 공중경보사이렌, 우우웅~ 우우웅~.
전연 어울리지 않게 아스팔트를 깨는 덜덜 떨리는 진동, 드르륵 드르륵
매우 격하게 정신적 마사지가 진행되는 시간들,
그리고
표현을 달리 활 수 없는 가지가지 수없는 소리들의 규칙적 울림이
띡 띡, 찌릭 찌릭, 딱 딱, 윙윙, 드르륵 드르륵,
귀신이 불쑥 나올 듯 음산한 단속음의 연속,
형광 색 천정의 철로 같은 레일을 통해
산소 가득한 깊은 산속 같다면
뻥 뚫리게 좋으련만, 생각뿐.
카오스?
그랬으면 좋을 거라는 소원은 지리멸렬한 공명(共鳴)
나의 의사(意思)와 상관없는 MRI 터널이지만
출생이 그러하듯
죽음 또한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라면
아내, 아들, 딸, 며느리와 손녀, 그리고 사위를 위해서라도
벌거벗어야겠다는 것
죽음 앞에 해야 할 몫이라
다짐하고 있다.
결국 죽음까지도 나에겐 자유가 없다는 기숙사(寄宿舍)의 끝자락
인생은 찰나의 긴 여정.
오관(五官)의 화음(和音),
MRI가 공명(共鳴)에 이르지 못하니
그 화음(和音)은 정신, 공명(共鳴)은 바로 영혼일까?
이미 영혼은 비켜서서 웃는다.
그러기에
하늘은 파란가 보다.
영혼은 태초에 없었음이라.
(2008.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