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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세뱨, 헌집줄게 새집 줄래? 덧글 0 | 조회 21,567 | 2015-02-18 20:00:37
관리자  

물고기의 세뱨하, 헌집줄게 새집 줄래?

2015.02.18.

정 동 철

 

 

힘겹다.

팔을 좌우 100, 앞뒤로 돌리기 각각 70번 그게 힘겹다는 것이다. 아내는 저만치 앞으로 내가 뒤돌아보던 관행이 깨젔다. 탄천 뚝방길 산책에서다.

불과 2~3개월 사이의 일이다.

겨울이라 멈췄던 운동, 아니 20~30분정도의 산책 그 결과다.

다리를 건너는데 문득 잉어들이 명랑해전 군단처럼 몰러온다. 거기 돌연변이 금색 잉어새끼 한 마리도 끼어있다.

한데 왜지?

겨울 내내 한강으로 갔다 돌아온 잉어새끼들, 벌렁거리는 입을 보자 이내 알아차렸다.

세뱨돈을 달라는 것이다. 먹이 말이다.

놀랍다. 물고기가 세뱨를 하다니, 먹이를 달라면서...... 놀라운 것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그들의 주문 대체 그 기억의 정체는 어디서 온 것일까.

 

 

오래전 얘기다.

처음 이곳 다리를 건널 때 도도한 잉어들을 향애 먹이를 던진 적이 있었다. 그들의 반응은 전연 무관심,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어쩌면 낚기라 경계를 했을지도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다리 난간 줄에 팻말이 붙었다.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마세요. 면역약화로 화가 됩니다.”

불과 2~3년 전부터의 일이다. 그러나 잉어들은 때로 몰려들곤 했다. 다시 팻말은 없어지고 제주도 어느 호텔 인공호수의 금붕어-잉어들을 위해 먹이를 사서 주던, 생각과 함께 먹이로 그들에 화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첸 결과다. 아내와 함께 내려다 보는 찬바람 서서히 몰려드는 그들의 벌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 “이기적 유전자대물림은 결국 생존을 위한 집단선택이 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 나의 뇌가 꿈틀거린다.

크기로 봐 지난 해의 잉어들이 아니었다. 새끼들이다. 다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그 중에 난간에서 자신들을 보려고 기대있는 나와 아내를 어떻게 알아차리고 있는걸까? 먹이를 줄 것을 기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기억이 해를 넘기며 이어진 이치다. 더 나아가 만일 새끼들이 분명하다면 그런 기억들이 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유전자 DNA를 통해 1년 사이 한세대를 통해 넘어왔다는 말인가? 보고 인식하고 판단하는 그 능력, 물고기 뇌 어디에 입력저장되어 있어 넘어왔는지말이다. 사람, 먹이를 주는 존재 그런 연상작용이 가능해진 방식은 또 무엇일까? 움직이는 물체가 먹이를 준다고? 개똥벌금 30만원이란 플래카드가 있을 정도로 움직이는 개는 많다. 거기 물고기 따라가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인식한다는 것까지는 그렇다치고 사람이 곧 먹이를 준다는 등식이 가능해졌단 말인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DNA 4개의 단어가 유전된다는 것 자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가능하리라는 것은 생각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에 의식이란 존재가 나타나기까지, 그보다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명체로 진화하는 데 20억년, 만물의 영장으로 생존을 이어가기위해 걸린 세월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뇌 깊숙한 곳 복잡한 조작 에 의한 결과는 분명할 것이다.(집단신경세포의 자연선택을 통해 시상피질 심층호로thalamocortical loop의 진화가 입력된 사건들의 복잡한 재유입회로를 통해 인간의 의식이 이루어지기까지 얼마였던가), 비록 물고기라 하나 한철을 넘겨 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다. 무엇으로 설명되어야 할까?

분명한 사실은 그런 현상이 눈 앞에 정확히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탄천 주변의 사람들을 위한 팻말은 무척 많다. 추락주의, 추락주의, 추락주의.... (30m폭에 자그마치 10개가 넘눈다), 개똥 벌금(반려동물 주의라 고급단어를 썼지만)숫내물에 오물투척 금지, 잔디보호.....등 등 하지마라 하지마라.... 한마디로 과보호장치들 거기에 든 세금 적지 않으련만 역설적으로 낙상을 하면 왜 안전장치 그 정도냐 난리, 일방적 지시형, 좋게 안내판이지 그로해서 시민의식 말하자면 공동체의식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정작 핵심은 사람이 사람답게 이타심에 의한 공동체의식이 있어야 되건만 주객전도 왜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느냐는 시스템에 대한 항의가 주체가 된 사회, 인간의 뇌는 알 수가 없다.

 

지난 가을에 비해 탄천문화는 무엇이 어떻게 진화됐는지 알수 없다. 진화가 아니라 퇴행, 의존적 지적사항만이 뭐라할까 두리번거리거나 감시하고 있을 뿐이다. 숨을 돌리고 걷는데 마침 탄천 물가에 축구공 하나가 멀쩡하게 걸려있다. 예같았으면 바로 뛰어들어 건졌을 공, 발벗고 들어간다는 구차한 생각대신 포기하는 청소년, 자전거들 또한 같은 신세다. 20대의 공동체의식 최하위라던가... 무슨 뜻인지 알겠다. 진화가 아니라 퇴화만이 이기적 유전자의 극대치로 대치되고 있으니까.

 

내일은 명절이다.

이백명이 훨씬 넘는 환자들의 안위를 위해 둘러보고 필요한 상담을 하기위해 가야한다 이미 정한터다. 아내에게 보리밥집 점심을 제안했다. 조금은 드라이브삼아 나선 길 막상 음식점 대부분 문을 닫았다. 설마했지만 역시다. 오는 길 들릴만한 곳 없어 내일 먹을 떡국 집에서 대신하는데 문자가 왔다.

-외박(外泊)이 가능하냐고-

헤아려보니 기존의 전통문화적 집안의 환자들일수록 외출 외박이 많음을 알았다. 그것도 집이 넉넉지 않은 경우일수록 그렇다. 기독교집안, 그리고 살만한 집의 환자들은 의외로 입원실에 머물고 있다. 허전할 그들, 그래서 해마다 그런 날이면 거르지 않고 들린다.

분당에서 인천 왕복 백2십리길, 두해가 되면서 어느듯 지구 둘레 4km에 육박 국보찾아 10만리“-최신해 지음,가 아니라 입원환자찾아 지구둘레 한바퀴 어지간한 팔십인생이다. 게다가 부설 연구소 논문과제로 쫒기는 인생....

 

탄천을 돌고 숨을 헐떡거리다보면 의외로 부정맥이 잠시 그 행적을 감춘다. 와중에 걷고 또 걸을 시간 푹 꺼진 다리의 버팀으로 물고기의 뇌를 해부해 본다. 어떻게 난간의 우리를 알아보고 있을까? 보고 또 봐도 곧 잊어버리는 내 뇌의 의식기전에 대한 이해도에 비하면 장기기억이 가능한 그들의 뇌는 천재다. 어떻게 생겨먹었을까? 시상thalamus과 대뇌피질 사이 신경세포들의 40Hz 전기적 작용이 곧 우리가 자랑하는 의식의 정체라 우기지만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스스로 자랑하고 있는 문화적 유전단위라고 하는 밈meme이란 것도 있을 턱이 없는 물고기들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나저나 데카르트가 주장한 말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씹으며 엄청난 오류가 있음을 곰곰생각하고 있던 중에 그 연장선에서 나온 탄천 뚝방길 뇌와 마음에 시시비비를 생각하고 있던 중 물고기를 만나 그들의 뇌로 가지를 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 그저 데카르트의 오류라고 무짜르듯 잘라 정리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일까?

심장의 박동이 뭉클거리며 다시 건너뛴다.

생각하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에 생각한다.”고 물러서지 못하며 바로 물고기의 정체를 생각해 본다.

다음에 먹이 준비할 터이니 뇌의 비밀 새집 주지 않겠니?”

미친 사람처럼 홀로 응얼거려 본다.

의식하는 자신을 의식하는 인간, 그럼에도 술에 취한 탐진치로 흠뻑 요동치는 인문학적 인식론, 인과관계에 보편 필수적 설명을 잘라먹으면서 고결하게 오도하는 정치, 언론, 철학적 인식으로 자신을 의식하지 못함에 그 수준 물고기 너의들과 같은 종에 속하고 있는 것은 틀리지 않다는 것, 그것이 현실이겠지? (201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