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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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덧글 0 | 조회 16,478 | 2015-05-30 17:10:20
관리자  

 

연 결

정 동철

죽으면 똥을 싼다.

똥구멍 조리개의 힘이 풀려서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 무너지는 교각처럼 아무도 건널수 없다.

죽음의 의미다.

 

퇴근-집에 도착 4시 전후,뒤 샤워를 한다. 유난히 밑을 닦곤한다. 똥구멍 안의 똥물기가 축축하다. 내키는 대로 늙은 작부의 구멍 벌어진 그대로처럼 손가락이 흘렁들어간다. 아침에 보고난 다음의 조임과는 완연히 다르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성령교신중聖靈交信中’, 제목때문이 아니라 눈에 포착된 그림으로 자리를 골라 대로변 화단에 올라서려한다. 불가능이다. 옆의 버스대기소 기둥이 있어 의지해 겨우올라 찍는다. 십자가와 통신망중계설치대를 묶어 담았다. 작품이 어찌되었던 조만간 다리는 무너질 것이다. 돌징검다리를 중심으로 아래 인도교人道橋와 한참 상류 교각 역시 사진에 담지만 짐검다리를 제외하곤 언젠가 무너질 것이다. 나의 여명처럼, 물론 비교될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무너지는 것이 멀지 않은 것이 나의 다리, 힘이 부친다. 역시 죽음의 신호다.

 

나의 뇌를 로봇 정동철에 복사 붙여넣기로 옮겼다 생각해 본다. 가능한 일이다..

팔을 좌우로 흔들고 다리를 건너 이어 앞뒤로 돌린다. 운동이랍시고. ‘인공대리人工代理 로봇 정동철도 할수 있으리라 본다. 싹둥잘린 오동나무가 무성한 잎의 가지를 뻗치고있다. ‘뿌리 있기에상상하며 사진을 찍는다. 역시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참 내려가 다리를 건너 나왔던 지하도를 향해 올라온다. 당연히 로봇 정동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둔치의 넓은 잔디를 깎아 피톤치드향이 참기름 가득한 비빔밥처럼 적당한 군침기분. 음악과 향 너무 상쾌하다. 옆엔 아내가 함께 걷고있다. 벤쿠버에서 온지 닷새, 손녀들과 며느리로 달려가는 마음. 십년 전인가 떠나기 앞서 이곳 둔치에서 자전거를 배운다 비틀거리더니 바로 몇분만에 달리던 이틀 후 훌쩍 떠난 유학길 손녀들, 어느새 벤쿠버 오키스트라 멤버로 고교졸업기념 첼로 리사이틀이 겹쳐온다. 둘째의 그림 또한 사진과 달라 큰 대회에 3등 수상, 그제 아들 송도 오피스텔에서 자며 그들과 뒤섞인 무량한 감회들, 향기 그윽함과 더불어 고뇌 섞인 상념들, 이것까지 로봇 정동철이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불가능할 것이다.‘뿌리 있기에상상 또한 질감은 결코 현재의 내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 한참 역설계 공학적 정신의학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뒤져보고 있는 인공지능이 언젠가 컴퓨터뇌에 이식되어 인간의 뇌를 대신할 수 있게 될 날 영생하리라는 기대, 그래서 'UN미래보고서 2045‘가 앞으로 30년 후의 특이점 이후를 상상할 수 없다 한 것을 알고있지만 이 향긋한 상쾌함과 아들과 손녀들이 환영처럼 묻어나는 연민의 정들로 지금 이 글을 쓸수있게 하는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지하도 입구 우드득 떨어진 벗지 밟혀 짙은 자주색이 먹물처럼 훗뿌려져있다. 파랗게 입슬에 물든 벗지 70년 전 남산 오르막길이 다가선다. 기억은 '로봇 정동철'로 가능할 것이다. 거기 신궁과 해방 후 결혼기념사진이며 처음 출연한 KBS방송국도 그렇다. 그로해서 지금처럼 번져 입가의 미소로 이어지는 것은 그러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아내와 들어오자 바로 카메라를 들고 나간다.

 

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돌짐검다리와 인도교人道橋, 차가 다니는 교각 그리고 지천支川의 시멘트 짐검다리와 고속화를 폼나게 달리는 도로아래 네모진 관형窾形다리들, 마침 십자가와 함께 높이 솟은 교회의 철탑이 전파중계탑과 어울려있기에 성령교신중을 찍게 된 일련의 행위들 역시 로봇 정동철은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몇 년째 이때가 되면 예외없이 피는 하얀 꽃 고고한 흰색이 너무 아름게 나의 뇌를 유혹한다. 창밖 베란다 숫한 화분에 비해 특별대우를 받고 에어컨 실외기室外機위에 세개의 파란 잎시귀 그리고 화분밖으로 삐져나온 뿌리 두 줄기, 쇄막대에 의지해 핀 세 개의 하얀 꽃 그 가운데 뇌속 어딘가를 찍어낸 기저핵Basal Ganglia같은 모습을 한 란-정확히 7년간 죽었겠거니 무관심속에 다시 피는 똑 같은 세 송이 꽃,이 눈을 통해 시각연합을 거쳐 전 전두엽前 前頭葉 배측면 전 전두엽 피질Dorso Lateral PreFrontal Cortex을 거쳐 넉넉한 기분으로 자판을 두들기게 하는 뇌, 어느 훗날 정동철 로봇은 표정이 어떨까? 넉넉한 기분의 미소가 지금처럼 입가에 촉촉히 흐르고 있을까? 가능성이 없다.

병원 워크메신저로 옮겨간다.

아들은 대기상태, 진료부장은 환자를 보고 있다. 행정부장은 컴퓨터를 키지 않았다. 오전 1059분 토요일이라 부재상태? 접수대엔 화의 의미를 모르는 밝고 예쁜 아가씨가 대합실 환자들과 뭔가를 명쾌하게 굴러가는 구슬같은 웃음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열린 메신져를 통해 뇌에 영상이 맺힌다.

다음 시간을 예약해 드릴께요. 언제가 좋으실까요....”

아들은 병실로 갔나? 분당과 인천 실시간 가능한 정보, 연상은 어떨까?

 

논문에 앞서 재재재교再再再校 보완을 위해 발표할 파워포인트를 열어야 할 시간이다.

 

역 설계 공학적 정신의학과 신경과학 철학사이의 공감대 공유를 위한 예비연구

 

아침이라 똥구멍은 단단히 조여있다.

한뼘이 넘는 바둑판 위에 올린 다리 한결 가볍다. 파고들수록 모른다는 한탄 나이 팔십 가슴속에 아니 뇌에서 한심스럽다는 듯 와글거린다. 그래도 정신없이 내달리는 인공뇌人工腦를 철학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겠기에 눈을 더 혹사해야 할 참이다. 정신과의사라지만 다듬어도 족하지 못할 판이기에...

고고한 하얀 란에 한참 눈이 고정된다. 201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