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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 성냥개비 하나 덧글 0 | 조회 15,641 | 2015-10-18 13:56:06
관리자  

 

어둠속 성냥개비 하나

2015.09.05.

정 동 철

 

 

했던 말은 기억되지 않지만 머리끝까지 올라온 것은 분명했을 것, 백금 약혼반지를 무작정 뺏어 집어던졌으니까. 어두어지고 있었다. 마침 옆엔 하수로(下水路), 이른 여름이라 풀들이 우거져있었다.

둘이는 어둠속에 그 반지를 찾느라 좀전의 헤어지자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두근거리며 서로 부딛고 쾡한 얼굴 바라보며 헤맸다.

왜 그런 기억이 어둠엔 언제나 묻어나오는 거지? 우린 결혼을 했다. 용케도 그 반지를 결국 거기 그 어둠속에서 찾아낸 것이다.

 

이미 박사학위를 받은 후다.

평창동 이부영(李符永)교수의 서제에서 나왔다. 캄캄 밤중 밭두렁을 따라 큰 길로 나오고 있었다. 도무지 앞을 분간할 수가 없다. 주머니를 뒤졌다. 성냥개비 하나 키자마자 앞이 훤했다. 아니 뻥뚫렸다. 마치 삶이 거기에 보였다.

- 세상에 이렇게 밝을수가.. -

길었다 느꼈지만 짧았다. 짧은 건 문제가 아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분간할 수 없었다. 이전보다 더 완전무결한 칠흙, 한발짜욱도 옴길수가 없다.

 

배우기위한 분석심리상담 몇변째주가 지나던 날이다.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군.....”

예정했던 것을 어기고 그것으로 교육분석심리상담을 중지했다. 싫어서가 아니었다.

남창동 어느 맥주집 거기서 분석상담을 받겠다고 결정했을 때 바로 그런 자리에서 결정한 것이 실수였다고 이교수는 언젠가 웃으며 역시 술잔을 나누며 껄껄 되짚었다.

사실 나는 이교수를 좋아했다. 대학은 1년선배지만 연배는 더 많았다. 왜 좋았냐고 묻는다면 언제봐도 같은 모습에 넉넉함 그리고 잔잔한 이해심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딱히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뒤돌아본다.

해암연구소라는 이름을 내세운 것은 1991년 그 뿌리가 거기에 있었다. 물론 한참 후의 일이다. 그와 길을 달리하고 있었던 것은 그 당시 나의 얕은 전문성과 피상적 추론이 난무하고 사회적 이른바 명사(名士)라는 제3의 정체를 가지고 있던 한참 후의 일이다. 명사라는 길목은 나의 목적의식과는 상관없이 그가 소개한 것이기도 하다. 증요한 것은 뇌가 켜짐-꺼짐-on-off Brain Operating System,으로 작동될 것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바삐 깜빡거리며 굴리기 시작하면서다.

해암(海岩)은 내 호다. 곽대희박사-서울의대 동기동창,가 로터리클럽 회원이 되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아호를 위해서 지어준 것이다. 마치 바다에 홀로 모진 파도 굴하지 않고 버티며 있는 바위로 연상했다는 친구의 말이다, 그럴까? 없다는 문제가 지금에 이르러 세월은 팔순을 넘겼다. 마치 그 옛날 성냥개비 하나 그러나 꺼지기 전이다. 보인다는 의미다. 꺼지기 전이니까.

 

대회진을 마치면 뒤따르던 의료진이 모여 240명 병동의 이런저런 치료환경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어 의사만의 모임으로 요점정리를 한다. 월요일 한주를 시작하는 첫 푼경이다.-이미 아침 7시 전 병동 전체를 일일이 돌아보며 환자들의 동태를 점검한 나의 넛지가 지나간 후라 정확히 첫풍경은 아니지만.

오늘 따라 두가지를 강조한다. 아들을 포함 30-40대의 젊은 의사들 80의 나와 대결해 봄이 어떤지와 더불어 두 번째 얘기, 정신세계를 이해함에 기억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야 치료로 연결될 수 있음에 뇌과학을 바탕으로 정신분석의 문제점을 상기시킨다. 척하면 3천리라 말로는 10분이 길정도지만 글로 옮기면 장황해진다. 그러나 그냥스칠수가 없다. 흥미 가지않으면 건너뛰는 여분을 위해 줄을 바꾸기로 한다.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 그의 나이 35세의 작품이다.)가 말했죠. 정신세계를 이해하려면 뇌를 알아야 하고 뇌를 알려면 적어도 두권의 책, ‘신경과학의 원칙인지신경과학’(가자니가)을 알아야한다고, 앞 책의 저자 Kandel의 얘기다. 그의 저서 기억을 찾아서를 보면 장기기억으로 가는 신경세포의 작동원리를 알게 된다. 나의 최대관심사 곧 연구소의 목표중에 하나인데 그는 원래 정신분석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역사학자를 희망하면서 하버드에 입학, 정신분석자가 되려고 그 대학에서 나와 이제 두 학문을 버리고 정신현상이해는 뇌세포적 경로를 거처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물(사회)신경과학에 뛰어들어 노벨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내가 입학하던 1954년 다음해 그는 정신분석에서 해리 그런드페스트연구소에 입문하면서 소희를 밝혔다.

자아와 초자아 그리고 본능Id이 주름진 뇌 어디에 자리를 틀고있는지 연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긋한 그런드페스트 어이없다 웃으며 뇌신경세포 하나하나를 알도록 해야 할것이라 별 내색하지 않고 일러준다. 천억개에 달하는 뇌의 신경세포 그것 하나하나를 알아야한다니 어이없는 켄댈, 그러나 결심한다. 어린시절 장난감을 유대인이란 이유로 빼앗기고 풍전등화 한을 안고 빈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내력에 그들 기억들이 왜라는 의문에 걸려서일까?

갑작이 삼발이(화로불위에 뭔가를 댑히거나 끓이기 위한 바침대) 머리에 쓰고 거리를 활보했던 너덧살백이 녀석, 도문인지 평양인지 그것까진 알수 없으나 생생했던 넓은 광장, 잃어버렸다 소동 버러진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왜 하필 그때의 기억이 솟을까? 지주의 셋째아들로 태어난 아버지 양자입양후 당신의 인생이 바뀌는 바람에 도문인가 평양인가... 난봉꾼 아버지는 쌍화점(雙花點)의 후예 평양기생을 포함 남남북녀(南男北女) 북쪽으로 돌린 시선 때문이다. 그러나 나침반은 나에겐 없었다. 보결을 감쪽같이 정식입학생으로 둔갑 중학교에 들어갔지만 놀자판 때에 천추의 한이 될 대한민국의 6.25전쟁이 놀랍게도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누구도 탈 수 없는 미군군수화물열차 수원에서 꼬박 23일에 걸쳐 부산에 이르는 길은 공포, 덫에 걸려든 생쥐 바로 뚜껑없는 화물차에 갇혀 미군의 서치라이트를 피해 와들거럼 그것이 놀랍게도 나의 운명을 갈랐다.

WillWell을 구분하지 못한 고1, 초량 어느산모통이 천막피난학교에서 수학천재가 되었다. 마침 젊은 물리선생만나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의예과를 뚫은 계기가 된것이다. 불행하게도 나침반은 여진히 오리무중이었다. 다시도진 놀자병 명동을 휘집고 부어라마셔라 크리스마스 다방빌려 춤과 술 번개처럼 명동성당의 엄숙한 제야의 번개예배 대체 기도제목이 무엇이었을까, 돌아온 파티장 한바탕 신바람뒤에 따르는 쓸쓸하고 황량한 명동의 다음날 새벽, 그렇다 그 많은 기억중에 그 스산한 공허 놀자판 대학생에게 이상한 애국심과 전화위복은 뇌세포에 각인되고 있었다.

여기 분명 아르바이트하면서 다니는 놈들 있지? 당장 오늘 자퇴하라!”

들릴락말락 돈벌어 공부하는 놈들 벌써 돈 돈하니 의사가 되면 돈타령 제대로된 의사가 될수없음이라는 얘기, 못이 박혔다.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의과대학이 아니라 공개를 가려던 마음 가족의 제안과 뻐기고 싶은 마음이 섞여 바뀐 운명 의사는 부업 주업은 무엇을 할까, 때에 정신과집단상담을 맡아 실습하는 가운데 이거다 작심, 청진기를 들지 않는 의사에 문학이 제격이라 다진다. 이미 예과때 도서관으로 향한 마음 역사, 철학, 국어, 친구들 대체 넌 새삼 뭘하겠다고 그런 책을? 재생되는 기억. 바로 켄델이 빈의 황당한 어린시절의 기억을 되뇌이며 그정체를 알려고 했던 것, 후배들 향해 참고하라 강조한다.

진로를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정신분석을 하면서 생리신경과학이나 뇌과학으론 강박증이나 불안장애를 치료할 수 없다며 아직도 전이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꼬집는 허먼 넌버그의 주장처럼 가기보단 정신분석의 앞날을 아끼며 신경생리학을 이해하면 한결 원하는 목적지에 빨리 이를 것이라 안타가워하는 노파심, 그것들을 참고하라며 다시 강조한다.

정신이해는 뇌신경세포적 경로를 거쳐야 가능하다는 것, 해르만 핼름 홀츠가 강조하는 것 정신적 삶 대부분은 자각하지 못한다.” 곧 무의식을 말하는 프로이트의 기본개념이나 맞는 말인가? 앞의 말과 비교할 일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장황하고 명쾌한 기억 하나하나가 cAMP나 그에 의한 Glutamate의 흥분성이나 Serotonin으로 확산되는 CREPcAMP Response Element Binding Protein으로 노벨상은 받았으나 나의 뇌속의 의문은 그 하나하나의 영상과 더불어 되살아 무더나는 감정을 이끄는 기억들이 어떻게 해명되어야 하느냐는 것은 숙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DNAMEME이든 지금까지의 나를 통해 전파된 기억들 사람들의 기억속에 나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밝혀질 것인지 그런 뇌의 기능은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다.

나의 말, 나의 기억, 나의 얼굴 그것은 한국적 뇌가 얼마나 묻어나오고 있는지 그것을 알아야하고 그것이 나의 아들과 손녀들에겐 어떻게 전해질 것인지 그것은 그 마지막 성냥개비가 꺼지기전 알길 너무 막연하기에 그것이 보인다는 생각은 아픔으로 변한다.

뇌의 신경세포를 뉴런Neuron이라 명명한 Cajal, Golgi가 깔아놓은 표적 길 걷게한 아이러니, 거기서 다시 뉴런 사이 연접부synapse에 기억이 똬리를 튼다는 사실, 키나제에 의해 CREB 1로 인해 장기증강기억이 이루어진다는 유전적 이해와 더불어 유전적 가위 CRISPR를 알아야 치료자가 될 것이라고......

성냥불 하나 더 키면 알수 있을까

그 흔하던 성냔개피가 없다. 마망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