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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속의 여명(黎明) 덧글 0 | 조회 10,458 | 2017-11-15 14:04:37
관리자  

단풍속의 여명(黎明)

2017.11.15.

정신과의사 정 동철

 

 

누가 봐도 작년에 그리고 내년에 아니 바로 내일도 동틀 여명속 짙게 들어날 단풍 살짝 소름일 듯 뻥 뚫린 숨처럼 창밖의 가을로 휘감겨 화려하게 다가오리라. 어디서 보든 한결같은 단풍이련만 그렇다고 창가에 들 붙어 넋놓고 마냥 불타는 풍경 취한 듯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우수수 낙옆 직전의 단풍 깊은 내음을, 이 아침에..

 

그렇지, 이중유리 가운대로 새어든 진공의 붕괴 창문은 어른어른 김에 쩌러 밖은 온통 안개속, 거기 단풍 얼룩진 옛 산수화(山水畵)처럼 번져 옆방으로 간다. 고양이 세수한 듯 확뚫린 창, 설사 초라한 창이나 그 넘어 뚝방과 가로수 저마다 여명따라 도드라진 채색 울굿불굿 창밖의 단풍 맑고 시원한 가을바람으로 흠뻑 젖어든 마음, 소매 잡힌다. 무거운 늙은 몸 청춘처럼 내몰리 듯, 아름답다. 상상은 더 화려하다.

한계령 휴계소의 탄성 와락 밀려들 설악산 국립공원의 단풍, 팍팍한 미세먼지로 도회지의 몸과 마음 풍덩 한여름 옥려탕에 뺠려들 듯 가뿐, 설령 초라한 쪽방, 녹슬고 뒤틀린 창, 쓸어질 듯 켜켜 세월에 찌든 창 게서 바꿈히 펼처진 풍경, 마음의 단풍은 설악산 바로 거기에 있음이다. 산속 펜트하우스든 청와대 어느 창을 통해 떨어지는 잎 하나 그리고 단풍 둘 화려한들 동트는 여명의 쪽방 짙어지는 노--빨 단풍의 반짝임만 가득하다. 잡힌 소매에 몸 맡긴다. 확 트이는 미소 그것은 나만의 것, 누구의 것과도 비교될 수 없음에 그 신선한 내음 한 것 들이킬 듯, 심연(深淵)에 취함 다시 또 들이긴다. 해서다,

 

나섰다.

밟고 또 밟고 싶었다. 마시고 또 마시고 싶었다. 고래처럼 꿈꾸던 밤새 찌꺼기 왕창 내뿜고 싶었다. 한발 두발 스쳐가는 머릿속 단풍잎 하나 하나를 주워 망막에 사겨두고 싶었다. 따르는 숨결, 벅찬 그 뒷 모습, ~ 이렇게 다를 수가...

자랑스럽다. 얼마나 대견한가, 습관적으로 내려선 토끼굴, 거친 스피커 고전음악은 어제 보내준 손녀의 챔버오키스트라로 심장이 울린다. 힘찬 첼로, 바이올린에 둘려쌓여 자신만의 소리 몸짓과 함께 빠르고 힘차게 느리고 낮게 잘고 높게 출렁이는 머리 진동파와 더불어 손녀는 잔디밭으로 확 내 뿜는다. 연약한 나를. 냇물따라 늘 가던 길 문득 아트센터? 그렇지 아~! 성남 아트센터말이다. 손녀가 이끈 쪽으로 향한다.

 

아트센터는 산자락에 있다. 늘 오르던 그 뒷산 언제쯤 오를까? 되긴 할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산은 높지 않아 오히려 흠, 오르기 시작하는 길은 몇 발자욱에 숨이 막힐 정도 아주 망하다. 질릴 정도로 토막계단 시작이라 그렇다. 감히 거길? 아니다.

아트센터앞까진 아는 길. 탄천건너 지하 자전거길로 올랐다. 풍성하리라 파란 하늘 노란 바구니에서 은행잎 상상 그대로 훗날린다. 탐스럽다. 사진에 담는다. 공원지나 아트센터를 건너다보는 지하도입구 망설임 거기까지다. 그러나 건너기로한다. 손녀의 첼로 울림이 멎지 않아서다. 힘들게 지하도를 빠져나와 짙푸른 하늘아래 숨 몰아쉰다. 때에 20대 아가씨 빠끔히 처다본다. 눈 떼지않고 산책인지 한참 고정한다. 싱거운 헛 상상, 입 가리고 선글래스 쓰면 청년. 우물쭈물 쉴 듯 큰 숨으로 내딛다 그만 아트센터 정문을 지나친다. 여인과 나란히.. 이내 거리는 멀어진다. 등뒤에선 무섭게 달려오는 소리 오싹 질주하는 차들, 사람은 없다. 인도는 느릿 노란 은행나무 잎들 울림장단에 맞춰 한잎 두잎 그러단 우수수, 여인은 이제 멀리 작아지고 뜨악한 낙옆사이 청년 하나 씩씩하게 걸어온다. 거기지 싶다. 오른쪽 산으로 트이는 산자락 전극처럼 끌려간다. 강한 지남철 거기 대기한 듯.

 

아니지, 괜찮을까? 내일 아침은 건강할 때 그러니까 4월 수술 전까지 줄기차게 달리던 아침 6시 인천행 스스로 시험하려던 날이다. 저녁엔 1년만에 수필동우회에 참석하기로 하고, 말하자면 일상적 생활인의 하루를 지내보려고 작정한 날이다. 그걸 시험하고 싶은 것이다. 탈 날 일 없겠지? 장딴지 뭉치지 않을까?

 

통나무에 올라섰다. 감히. 나무 계단 것도 멋대로의 높낮이와 폭, 한발 두발 마치 삼포로 가는 길 올라갈량 중심을 잡는다. 제법이다. 몇 계단? 갑자기 오즘이 마렵다. 집에서 보고 나왔는데.. 여우가 쫒기면 그렇다던데 질리나?

세 길 정도? 쉬며 오르자 도저히 마스크를 귀 한쪽에서 띠지 않을 수 없었다. 숨이 막힌다. 몇 번인가 몰아쉬며 쉬는 듯 다시 한발 두발... 결국 나무에 기댄다. 조용한 산길 부스럭 덤불융단에 떨어지는 소리맞춰 숨을 더욱 공구른다. 크고 깊고 천천히.

다시 오른다. 드디어 토막계단의 끝 조금은 편편한 꼬부랑 흙길, 미끌 운동화, 한데 왼쪽 복숭아뼈 주변에 짜르르 전기가 스친다. 여기까지? 내일 괜찮아할 터인데...

결단? 몇 발작 내딛다 돌아선다. 긴장, 오를때보다 내릴때가 험하다는 산, 발목에 흐름이 잦아진다. 옛날 피난시절 멀리 뵈는 건너편 청계산, 나무지고 내려오던 산길 그때 얼마나 바들바들, 형들따라 실은 풀나무 휘청거리던 중학때와 달리 전류의 세기가 커진다. 자빠지면 끝장, 손에 의지가지 잡을 것이 보이지 않는다.

아슬아슬 용케도 내려왔다. 펑크난 튜브 바람처럼 힘 빠져나간다. 수 없이 내려왔던 이 길 이럴수가? 이럴수도, 한데 되긴 되네!

 

지하도 내리오름 겁나 건널목으로 돈다. 역시 차를 등에 지고 벅차 한발 두발 자전거 한 대 보란 듯 유유하다. 은행나무 잎 바람타고 놀리듯 훗날리는 인도 발목의 전기 찔끔 조금 거슬린다. 괜찮겠지, 내일 아침? 해는 이미 중천을 향한다.

 

공원이다. 종알종알 아이와 엄마, 왁작 지껄 형과 동생들, 자전거 둥글개 둥글게 들리지 않는 중학생들, 끼리끼리 듬성듬성 가을 당풍아래 미쳐 몰랐던 입가의 함박소리들 절로 벌린 입 광천. 숨 잊는다. 스쳐가는 사람과 사람들 아는 사람 없다. 소리 내 입가로 전염된다. 무척 편하다. 쓸쓸 헐렁함이 아니라 등뿍 이렇게? ~ 그렇군..

 

정말 편하다. 왜 이적 몰랐을까? 종로 그 번잡한 거리나 세종회관 로비 쉼표에서 알아보는 사람들 피하기 번잡스럽더니, 세상 아무도 아는 사람 없다는 사실, 파란 하늘과 가을 그리고 꽉 찬 은은한 단품내음 웃음에 흔들려 폭 감싸이는 이 포근함 모두가 저마다의 풍경, 여유롭고 풍성하다. ? 숨 어디로, 때에 끼어든 또 하나의 생각,

 

내가 나를 모르는 그런 나는 없을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나를 볼 수는 없는 걸까? 그럼 이보다 더 편한 세상 길이 이어지련만.. 에이! 그건 욕심. 과하다고?

그건 죽음인데? 그런가? 정말 그럴까? 의문표 자체가 없는 곳은 없는 것일까....

 

몰랐기에 하는 말, 따지고 보니 모두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세상 이웃에 오르내리는 이름 알려진 사람들은 모르나 아예 근처 생각도 안 하는 우리들 대개의 삶에서 그건 일상, 거슬릴 일 뭐라고? 경제적 순위 중간 쭘이나 그 아래 먹고 살기 다소 팍팍하나 함께 맏들고 들어주고 웃으며 지껄지껄.. 거기 가을 짙게 내려않는 삶에서 맘걷이 어떻든 너와 더불어 사는데,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나만 이방인? 한발 두발 다시 동튼 해 거쳐 삼포로 가려는 마음 그것으로 족한 인생이라 흥얼?

봄은 겨울넘어 영락없을 것, 꽃은 피고 잎 돋아 다시 가을 비켜갈 일 없을 것.. 꽉 찬 듯 거기 단풍은 동트지않을까? 우주 어디라 멈춤 없기에 분명 짙어질 단풍의 여명 마음의 곡간은 따박따박 사랑과 함께 넉넉하리라.. 그러나 사랑,

 

사랑은 너무 힘 들다.

사람과의 사랑 그것은 좋지만 사람과의 갈등은 힘들다.

그래서 헤어진다. 그래서 외롭다.

아카데미 수상이라 한다그녀 Her-2014)”, ‘사만다그녀는 8000명과 소통하고 600명과 진지한 사랑을 나눈다. 사랑 좋지만 자신만이 아니라 그러기에 너무 힘든 남자 그녀를 떠난다. 인간이기에. ‘사만다그녀는 인공지능, 우린 인공지능의 유전자는 없으니 그렇다는 의미다.

나는 나의 의사결정을 어디에서? , 1000억개의 신경세포 세포사이의 100조의 연결고리 거기 어디서 작동? 가을의 여명은 그걸 알려주나? 스스로 위로하고 변명하고 다독거리며 주장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모른다. 그저 동트는 여명에 밝게 화려해지는 단풍을 뇌가 보고 있을 뿐이다.

바스락 저벅 낙엽을 밟는 걸음과 걸음 거기에 사만다와 다른 인간이 있다. 나는 이방인이 아니다. 가을의 단풍, 단풍의 가을 그 속살에 감격하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나의 뇌가 그렇다. 당신은 당신의 뇌를 알고 있으리라.. (201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