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면 다른대로
- 마음의 경계선 -
2018.01.01.
정신과의사 정동철
어제 패북에 올린 글,
해가 바뀐다네요. 닭띠란 건 알았는데 붉은 닭띠라고, 맞나요? 혹시 붉은 개미띠는 없나요? 벌렌데 뭔 야기냐고요? 아~ 그렇군요. 이 땅덩이에서 가장 오래가는 왕조라고 누군가 말한 걸 들어서요., 개띠가 맞나요? 그럼 빨간 개띠도 있겠네요?
“미친 놈..”
여길보나 저길보나 어찌나 말들이 똑똑한지 그런 사람들틈에 살려니 쫒아가기 바뻐 가랑이 찢어지기 전에 깡통인지라 숨이 찢어질 것 같네요. 그나마 마구 찌그러지고 일그러지니., 그 옛날 ‘쏘’씨라던가 등불켜고 사람찾더라는 미친사람 얘기 생각이 나서요. 맞아요, 나 같은 노망들린 빈 깡통을 찾을 순 없겠죠. 미쳤는갑네요. 그냥 개미처럼 일이나 하면 될 걸... 그나 저나 이런 얘기도 생각 축에 들어가긴 하나요?(2017.12.31.)
아닌게 아니라 찌그러진 깡통처럼 뭔가 꼬여있다. 억지로라도 입꼬리 올리고 바보스럽게 걷곤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거기 뭔가 꼬였거나, 꼬인 사람을 대변한다거나, 아니면 우회적으로 들어보라는 것일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 제대로 할 형편 아니라 결국 다르면 다른대로 살면 되련만 그게 어려운 모양이다. 사람 한결같이 똑 같은 사람없는데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정한 이친데 말이다. 나 말이다. 나뿐이 아니라 누구나 중심에 있고 싶고, 위에 있고 싶고, 갖고 싶은데 왜 나만 달라야하냐고, 그렇지 않겠나?
한데 돌아보니 그런 것들 때문에 못봐주겠다고 마음 아픈 적은 별로 없었다여기는데 왜 그리 다르냐는 점에선 사정이 이상하게 꼬인다. 마음이란 게 본시 그렇게 생겼나?
뇌를 보면 그렇다. 뇌는 나고 내가 마음이라면 두 주먹만한 뇌를 들여다보면 좀 이해할 수 있다. 천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졌다 한다. 그들은 이웃 세포와 다르고 당연히 경계선을 가지고 있다. 남남은 아니라 교역망 백조를 가지고 더불어 산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1000개의 이웃 뇌 신경세포와 화학적 교류를 힌다는데 필요에 따라 생겼다 없어져 하나같이 똑같은 건 없단다. 구조는 나와 너의 이목구비가 같은 것처럼 세포핵이 있고 그 속엔 똑 같은 유전자(DNA)가 있다. 결국 유전자의 표현방식이 엇비슷하긴 해도 똑 같진 않아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아니면 자신만을 위해서 죽기살기로 사는지 연구들을 한다. 오늘인가 청와대에선 의인과 산행을 한다고 들었다. 의인 즉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살린다는 얘기인데 그게 유전인자에 의한 것이라고 어떤 신문 과학자는 장수까지 보탠다. 모르겠다.
까탈스런 얘기는 빼고 유전자엔 의식(마음)이란 것이 없으니 이기적이라든가 이타적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 턱이 없다고 하는가하면 앞 사람처럼 그렇지 않다고 하기도 한다.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저 한국어판 2010)라는 책은 복잡하나 제목에서 금방 알수있다. 사실 나는 이기적이란 말도 적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져 저만 잘 살다 후손에 같은 정보를 물려줘 역시 잘 살아가면 된다는 것일 뿐이라 본다.
어찌됐든 그러하니 다르면 다른대로 살면 경험적으로 탈이 없음을 알련만 특히 나라를 다스리기위해 봉사한다는 사람들일수록 그렇지 않아 보이나 그것은 알길이 없다. 요컨대 다르면 다른대로 살면 좋겠는데 안 된다는 얘기다. 모두의 얘기다.
오늘 아침 5시반엔가 300병상 병원에서 밤번-night,으로 한 병동의 환자들을 돌본 전문간호사에게 문자를 넣었다.
병원을 지켜준 새해 새아침 정말 감사, 수고했어요. 초하루 즐겁고 편한 시간되길 바랍니다!!!
-박사님, 감동.. 늘 건강하셔야 해요-내가 환자란 것을 알고 있으니, 떡국 맛있게 드시고요.. 감사합니다.-그리고 빨간 하트의 이모티콘이 있었다..
직위가 위에 있는 늙은이라 배려한다는 것이 어제 패북에 올린 그 꼬여진 글과 달리 이타적일까? 나만 가지고 있는 이타적 유전자? 사기를 높여 안전한 가운데 치료환경의 질을 높이겠다는 이기심이 더 솔직한 건 아닐까?
어떻게 해석하든 다르면 다른대로 같으면 같은 대로 좋은대로 살면 탈이 없겠다는 것이다. 얼핏 예외적 경험을 할 때가 있긴 하다. 한참 사랑하는 신혼의 남녀 거기엔 세관같은 경계선이 없다. 자유무역만이 전부다. 이타적으로 보인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쾌락이 지배할때까진 그럴 것이다. 왜 이혼을 할까? 모두가 이혼하진 않는다. 불협화음의 언덕은 시간문제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그런 표현은 의미가 없다. 볼까?
필경 돈깨나 쓰고 외국 관광에 나섰던 사람들 오늘 돌아올 것이다. 같아야 한다고 우기는 나같은 사람들, 내 고장과 같은데도 갔을까? 뭐가 달라도 달라 간 것은 자명하다.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함에도 너는 나와 같아야한다고 종주먹을 디민다. 모를 일이다. ‘마음의 경계선‘ 짙게 그어놓고 왜 다르냐고? 어쩌란 말일까? 다름을 인정하면 탈이 난다? 부부는 예외? 뭐가 달라도 달라야 성공한다더니.. (201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