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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胃)가 놀라네! 덧글 0 | 조회 8,104 | 2018-04-01 15:48:10
관리자  

()가 놀라네!

2018.03.29.

정신과의사 정동철

 

목이 아니라 위, 밥통이 놀란다.

조니워커 불르.

기침이 확 터지는 독함, 안먹던 치즈를 입에 넣었지만 이네 몸으로 술기 돈다.

 

최박사님 왜 울었지?

장원장은 또 왜 였나? 그렁그렁..

 

난 눈물까진 않이다. 지루하다는 것 언제까지 이렇게? 기침 다시 터진다, 연타로. 냄세 참 기막히다. 정말 좋다. 위는 기침으로 놀람 토한다. 제기랄!

 

-옛날엔 교과서같아 보였는데... 제법 됐죠? 이젠 장사 되겠네요?

-낮가림이 심했어요. 선생님, 진짜 선생님이신데...일단 익숙해 지면 괜찮아요.

 

눈검사를 끝내고는

-이런 안경점에서 맞출 성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안과에 가셔서 일단 진단을 받고 오시면 처방대로 맞춰 들이죠. 지금은 안 되겠는데요...

여러해전 얘기다. 여기 안경점이 생기고 얼마만에 들렸을 때 그는 그랬다. 지금은 장사꾼이 다 됐다. 그런 식의 말법은 생각 자체가 없어졌다. 내가 의사란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감수하고 하는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다 장사인데 지금이 딱 좋네요. 교과서 모습은 나에겐 인상적이었지만 망하기 딱이였을 것, 그렇죠?

 

가래가 목까지 올라와 대기중이다. 연신 기침이다. 술이 이 정도?

왜 최박사님이나 장씨는 날 택했을까, 우이동 술집에서, 그 해 몇 달 뒤 종로 다동 왜식집에서 단 둘이 하소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그들, ? 아들 때문에, 아내를 잃고 재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각각 착잡한 심정들 하필 자신들의 병원 의사인 나에게, 그래봤자 30대초의 나를 선택했던 연유가?

난 지금 말할 사람이 없다. 그들이 생각난 이유일 것이다.

 

-꼭 기억해 두세요, 알죠? 깊이 꽤 뚫어 보라는 뜻, 재해석, 사랑의 원형, 그 생명, 무거움과 가벼움.. 뇌가 뭐라고 했던가요. 그래요 운동하는 기계로 이해하면 되겠죠.. 중독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 풀어야 할 숙제앞에서도, 알죠?

어제 병원 학술강의 말하자면 연구소 연구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스크린에 비추며 마무리하며 다시 강조했다.

-이상 끝!

 

시원했다. 후련?

마지막 강의라 여기며 허덕이는 숨과는 달리 마이크가 필요없겠다는 아들 권유로 왕차게 끝낸 그 여운 하루 뒤 오늘, 별란 이유도 없는 저녁 술 생각이 불쑥 이어졌다. 술중독 새로운 치료개념 발표, 내심 내 상태 좋아졌겠다 속셈?

여기저기 널린 양주들, 더 비싼 술도 있었지만 입에 드는 불르를 택했다. 고급스런 포장속의 술병, 군침이 도는데 괜찮을까? 반신반의, 마실 것 같았다. 어름이 없었다. 답지 않게 아주 조금 따랐다. 옛날의 그 향, 와인과는 다른 익숙한 냄새, 좋다. 아내가 맡아보곤 몸서리 친다.

-아니.. 여보! 독해요, 이렇게? 마시지 마세요!

 

밥통이 확근하니 놀란다. 숨막히는 그 특유의 수술후 목안의 막힘, 과연.. 숨을 쉴수가 없었다. 한동안,

드디어 가래가 터지고 시원, 술맛이 감돌고 기분은 엣날을 맛본다.

어제 발표의 핵심은 뇌에 술길이 철로처럼 깔려있는 중독, 그걸 걷어내려 하지 말고 변하는 뇌, 주변에 숫한 경로를 응용 다시 찾아주는 스포츠를! 평창 올림픽에서 미국 선수들을 교육한 신쇄물, 자신의 통찰력, 자기 암시에 의한 자신만의 징크스를 외워가며 결코 포기는 없다’. 뇌가소성을 알라고. 술중독으로 이끌려는 다포세대(다 포기하겠다는 청년세대)를 빗대며 소개했었다.

바로 나에게 적중한다.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 뇌가 길을 잘못든 결과.

살겠다며 기를 써야 하는데 살만큼 살았으니-쓰기 지겹다, 희망보단 포기, 그러나 나에겐 포기보단 먹통으로 가망없는 노인이나, 그보단 하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 쓰고, 읽고 싶은 것 읽고, 궁리하며 연구하겠다는 것, 나머지 인생 거기 지루함 뒤섞이더니 기분좋게 정신이 든다. 술과 인생문제로부터다.

술기 때문이 아니다. 반 목음 술맛으로 날 상대로 호소하던 병든 노년들의 눈물대신 나의 뇌가 화끈 울린다. 힘들다 힘들어, 아유~ 저휴~ 한숨이 아니라 가자 가자, 늙었으니 웃으며 가자, 그래서다. 그래 정한대로 가리라..

두 셋이 끝냈던 이 술, 두 세 티스푼 반주로 기운을 다시 돌리게 된 댓가다. 가즈아! 술길(중독)로 간적 없지만 갈 일도 없으리라,. ‘다포세대와 싸워나 볼까? (2018.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