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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길' 덧글 0 | 조회 9,869 | 2018-04-07 09:28:27
관리자  

'인절미 길'

2018.04.06.

정신과의사 정동철

 

놀랐다. 그러고 보니 2년만이다.

마치 판문점 휴전선을 건너선 안 되기라도 하듯 90도 꺾어 다리로 건너가곤한지 2, 아내가 어쩌다 산책로 그대로 직진 저 아래까지 갔다오자 해도 거기까지였다.

나름 사정이 있었다. 더위에 이어 미리 나의 병을 알았고 수술을 받아 엄두가 나지 않았던 탓이다. 원래 그 길로 더 내려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심정은 아픈 사람만이 아는 법, 최소화 운동에 꽤를 내고 있었던 탓일 게다.

넘었다.

그 경계선을 오늘 넘었다. 왜 넘었을까? 폐 경화증(나만이 짐작하는 폐포경화 굳어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운동량을 늘린다고? 해왔던대로 위로 올라갔다 내려와도 될 일인데 무슨 결단을 한 듯 넘었다. 그러고 보니 박 전대통령 선고일 아침이다.

그때 오늘이 그날이란 생각은 없었다. 아침 바람은 제법 쌀쌀했다. 금요일, 어제 환자를 위한 강연, 오늘은 쉬는 날, 일요일? 여유롭다. 수술후 주2회 상담과 강연만 한다.

 

예쁘장한 인절미길이란 글씨가 재미있다. 경계선넘어 열 발욱도 채 안 가서다.

처음 본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걸 왜 보지 못했을까? 걷다 보니 또 나왔다. ? 뜻이 뭐지? 알았다. 한참 아래 세워진 안내판을 보고 안것이다.

-인사하면 절로 미소짓는 길,

인절미길 맞다. 웃으며 인사하자는 길 좋은 맛이다. 잔디밭가에 꽂아 놓은 각기 다른 나라의 인사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꽃혀있다.

달라졌네! 세상을 깜깜이로 살다니...

눈을 땅에서 하늘로 옮기는데 낮선 글씨가 들어왔다. 대형 교회에서..

-담장을 넘는 토요예배,

교회 정면 상단에 교회이름보다 더 크게 붙여있다. 무슨 뜻일까?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2년사이에 불과 휴전선과 같은 내 마음의 선을 넘어 이런 변화가 생기고 있었음을 몰랐다는 사실 다시 놀란다.

내친김에 더 내려갔다. 철망으로 처진 놀이터, 무슨 공터? 팻말이 붙어 있었다.

-대형견 놀이터,

이 넓은 둔치에 견공을 위한 특별 공간까지 생겼네, ! 대한민국 정말 많이 변했군.. 잘 사는 부자나라, 이 넓은 울타리 안 공간에 딱 한 마리가 젊은 여인과 놀고있었다. 당연히 목줄은 풀려있었다. 그들을 위한 철망으로 공들여 만든 공간 초록색 철책에 비해 견()자가 좀 거슬린다. 구치소도 아니고.. 입구가 기억자로 좀 으스스 딱딱한 인상하다. 유유자적한 안과 입구, 불균형이다.

더 내려갔다. 그렇군,

-,소형견 놀이터.

 

.. 근대 나의 놀이터는 어디에 있을까? 유난히 춥던 지난 겨울 그 많던 독거노인 반지하와 옥탑방 어디로 살아졌을까? 복시시설에 잘 모셔졌겠지? 신문에서 살아진 것을 보니 이제 견공 복지차례가 필요한 시기이긴 한가 보다. 사실이겠지?

견공들을 위해 검은 비닐봉지통이 곳곳에 설치된지는 오래다.(비닐 쓰레기대란으로 시끄러운데..) 견변(?)을 담아가라는 치밀한 준비, 필경 사비로 만든 건 아니다. 봉지값 물론 없다. 놀이터 입장료도 없다. 개팔자 상팔자라더니.. 인간으로 태어난 나만 안 해도 될 운동을 해야 한다고 숨차 쉼표 두리번.. 앉을 자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휴전선같은 경계선을 건너지 않았던 영유였지 싶어진다.

사이사이 토막나무 앉을 자리 찾고 있지만 쉬고싶은 곳 바로 여기엔 없다. 경계선 위의 얘기다. 거기도 있었으면 하는 곳에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참 가다 연달아 있고 또 있다. 왤까? 불규칙 자연스러움을 위해? 운동을 하려면 이정도 거리는 두고 걸은 다움 앉아야 되다는 묵시적 의미? 모두가 건강인, 숨이 헐떡거리는 사람까지 마음놓고 걷는 길, 그것까지 고려 대상은 아닌 듯, 그러고 보니 개만도 못한 것이 나의 팔자란 뜻만 같다.

그렇지. 상전은 애완견, 그들이 묵는 호텔비도 적지 않지만 병원비 또한 의료보험수가에 비해 엄청 높다. 보험료 그나마 문재인 케어로 견공 치료비같이 비싸게 받으면 안된다고 간접고시되었다. 개만도 못한 의료보험수가, 참 누가 주인인지 모를 일이다.

 

왜 사람으로 태어나 쓰잘데 없는 번잡스런 생각을 하지? 나만의 문제겠지만.. ‘내로남불만이 아니라 남 얘기 좋아하는 내모남패(내가 한것에 대한 평은 모독-모함, 남에겐 적패), 마침 심각한 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시끌, 패션에 혁명이 왔다고 사진까지 곁들인 어떤 신문의 보도, 인공지능 AI시대가 올 것이 뻔한데 너무 성급하지 않았을까?

-팻션? 거기엔 어작 혁명 오지 않았는데... 그나저나 인절미길 나는 언제 철들어 우러난 미소 환하게 방긋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게 될지? 못난 할비.. (2018.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