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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과 여비서 덧글 0 | 조회 5,744 | 2018-08-05 15:31:20
관리자  

주인님과 여비서

2018.03.17.

정신과의사 정동철

 

 

아내 느닷없이 살랑 살랑 말한다.

주인님과 여비서, 어때요? 재미있지? 섹시하기도 하고? 내가 여비서에요...”

웃었다. 80넘어 여비서? 천진난만하게 으하 웃었다.

결혼이래 우린 지금까지 각방을 쓰지 않는다. 밤이면 아내가 나의 존재를 더듬어 확인하고 나 또한 예외적 숙면이라든가 반응의 변화가 다르면 살짝 발끔치 따스한지 만져본다. 그렇다고 섹스때문이 아니다. 주책이라 여기진 않지만 아내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는 평생 딱 한번 먼저 원했을 것이다. 것도 주인님 나의 화를 풀려고..

체질적으로 궁합이 맞진 않는다. 속궁합이야 나무랄데 없지만 차고 더워하는 체질말이다.

먹고 자고 정리정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에어컨 찬바람을 아내는 무척 싫어한다. 나는 없으면 못사는 형편, 한데 난데 없이 왠 주인님과 여비서’?

 

아내의 생활권은 아직도 선수촌친구들이다. 단지내 같이 살았고 오래되다 보니 형님 아우들 사이 해외여행을 비롯해 골프든 외식이든 수시-정규적 만남속에 있다.

안돼? 박사님 하루 정도는 되실 것 같은데..”

하루가 아니라 며칠도 가라하지, 한데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어.”

열녀났네, 당신 때문에 다 못가고 있잖아.. 솔직히 말해봐

그렇게 큰 수술을 한 사람을 두고 어딜 가, 주인님과 여비서 알아? 우린 그런사이라고.. 웃지 말라고..”

여행 때문에 나온 얘기란다. 결국 아내 때문에 말하자면 주인님 나 때문에 모두가 금족령이 내린 셈이다. 그들은 아내의 친구지만 정식으로 각자 통성명 인사한 사이 아니나 나를 대충 안다.

 

주인님과 여비서? 웃기네.. 연애하나..”

알지않아, 우린 그런 사인걸..”

모두가 깔깔웃었단다. 뭔가 거기엔 섹시한 냄새가 풍겨서 더 그렇다고. 80노인들이 여비서라니 대체 망녕났나 뭔 소리냐면서..

 

정기-수시 만나는 아내의 모임, 그렇게들 좋아하는 친구들 해외여행 아내가 못가니 엉뚱한 얘기들 결국 모두가 가지못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하여간,

주인님과 여비서’, 그 분위기 자체가 잊혀지지 않는 아내의 성향에 고착되고 말았다. 야들야들 , 알겠어요그런 스타일도 아니나 스스로 지어낸 표현에 아내 역시 대견한 발견이라도 한 듯 깔깔거린다. 아니 이상하게도 그 여비서란 데서 뭔가 새로운 느낌 활력소를 자신도 모르게 즐기는 듯 하다.

침실이 두개지만 각방을 쓰지않는 우리, 그렇다고 부부만이 갖는 특별난 행사는 없어진지 제법 됐다. 나도 그렇지만 나를 위해 선을 그어놓은 침법할 수 없는 DMZ같다.

 

오래전 얘기다.

이화여대 비서학과 학생주관 비서학회 총회 초청강연을 부탁받았다. 외부 강연이 전국적으로 일상인 시절, 잠실에 있던 의원 조무사는 비서역을 했다. 제목, 일시, 청탁처의 사회적 역할, 왕복 차편, 강연료 등등.. 승낙되면 예약환자 조정을 한다.

대봉투가 왔다. 잘 포장된 파일이다. 내용을 보니 다른 청탁내용과는 딴판이다. 모임의 성격, 청탁연유와 비서의 역할등 세부적 내용이 소상하게 적혀있었다. 청탁허락에 감사한다며 바로 비서가 옆에있는 느낌이다. 초청강사는 나와 이태영(여성 변호사 제1, 1914~1994)씨 두분 각자 맡은 분야가 이러저러해서 구상했다는 것이다.

준비과정 자체가 딱 비서였다. 심지언 익히 알고 있던 이태영씨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첩부됐다. 강연내용 중복 예방에 참고해 달라는 뜻이다. 그래서 비서로구나!

 

아내는 수요일을 제외하곤 대개 낮에 12시에서 3시까진 스포츠센터에 간다. 적당한 교류를 통해 제법 대접을 받으면서 재미를 부치고 있다. 당연히 주인님과 여비서가 수다에 올라 모두가 한참 웃었다며 오히려 부러워하더라 알려주었다. 얘기만 들어도 분위기가 뜬다. 아내 자신의 발견치곤 꽤 줄거운 듯.. 들뜨려한다.

한데, 당신 주인님과 비서라면서 비서역할 하는 건가?”

~~! 그렇잖아요? 주인님위해 몸바쳐 다하고 있는데.. , 부족하시다고?”

딱 벌어진 웃음이 스스로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 전제한 듯, 우린 함께 웃는다.

 

사실 비서란 간단한 직업이 아니다. 그때 청탁수락에 비서역을 소개하는 내용중엔 생각보다 간단한 것이 아니란 점을 확인했다. 전화관계, 인간관계는 물론 심지어 스트레스 관리까지 포함되어있었다. 날 초청한 이유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상사 및 내방자와의 인간관계, 직장내 비서의 인간관계, 책임, 성실, 정확, 친절, 무엇보다 미리 알아차리는 신속한 준비.. 직장매너, 국제 에티켓 뭐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 과연 아내가 이런 역을아니 나는? 주인역에 함몰 비서역의 일상을 과연 만족스럽게? 자성, 심각하게 자신을 본다.

됐네요.. 주인님과 여비서란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도 신선해 족한데 고맙지, 당신 살랑거리는 애교쟁이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무섭지 않게만 해줘도 될걸..?”

~ ~ 어쩜 그래요? 당신두..! 당신 입다물면 무서워요...”

아무렴.. 이어지는 무언의 표정, 약속한 듯 합창,

웃으며..” 그래요, “활짝 웃으며 삽시다..”

나는 여사장 모시는 집사로 하지나야 신자가 아니지만 당신 권사니까..

하하~! 너무 웃겨요..”   (2018.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