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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인간 ‘로봇’ 덧글 0 | 조회 3,616 | 2018-09-01 18:45:42
관리자  

서울의 인간 로봇

2018.08.31.

정신과전문의 정동철

 

빗방울 떨어지는 강가를 힘겹게 걷던 나, 멀리 다리아래 뭔가 칙칙한 줄이 보였다. 6열종대? 갑자기 움직임이 이상하다. 물안개 아스라이 다가서는 그 모습,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닥아선다. 갑자기. 전장의 우악스런 몸짓들, 단상의 움직임에 따라 죽여라’, ‘죽여!’ 시위가 아니라 전선? 뭉클 소름이 인다.

도저히 도망칠 형편이 아니다. 숫자가 너무 많다. 거리가 멀지 않다. 병든 나는 달릴수도 없다. 아직 명령은 떨어지지 않은 듯, 어쩐다.. 몸짓과 손과 발움직임은 매우 일사불란하다. 미리 훈련된 어떤 작전이 있었기에 저런 무시무시한 동작들이 음습한 어둠속에서 진행되고 있겠지. 왜 다리 아래서지? 단상의 지휘자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쭉 뻗는다. 숨이 딸깍 멎는다. 그렇다고 그대로 서있을 수도 없다. 더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엄폐(掩蔽)할 곳도 없다. 돌아선다는 것 그것은 그들에게 달려들 빌미를 줄것이다. 적에 등을 보이지 말라던데 어쩌지? 오도가도 웅크린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의연한듯 걷는다. 저 많은 놈들이 굶주린 사자무리처럼 잔인한 발톱과 칼날같은 잇발로 달려들 것, 차라리 한방에 죽는 것, 살이 떨린다. 결국은 죽을 것, 나의 고통을 즐기며 배를 체우며 희죽거릴 것이다. 총알 한방으로 그 자리에서 죽는 편을 택하자. 저 인간들, 아니 로봇들에게 어떤 아량은 아예 입력된바 없을 것이다. 그렇다.

왜 생각을 못했지? 선제공격 그거다. 그 많은 놈들을 당할순 없으나 총을 쏘지 않을수없게 하는 것이다. 순식간에 의식을 잃는 것이 한결 나은 효과니까. 먼저 공격하자. 왼쪽 어깨에 총이있다. 다행이다. 먼저 공격하자. 때를 노린다.

무겁진 않았으나 가벼운 것도 아니다. 무슨 태권도기량같은 율동적 행동, 때다 놈들이 반대쪽을 볼 때 쏘자, 모른척 지금의 템포 그대로 가면서 사정권안에 들면 즉시 갈겨버리자.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너죽고 나죽으면 되지. 형세 세세히 살핀다. 불안하다. 그때다.

뭔가 괴상한 함성과 함께 로봇들의 몸이 한쪽으로 쏠렸다. 신호? 행동개시라는 신호? 더는 기다릴 때가 아니다.

탕탕 탕.. 따따 따... 잽싸게 방아쇠를 당겼다. 몰려있던 놈들 몇놈인가 쓸어졌을 것이다. 더 빨리 더 좌우로 더 세게 쐈다. 난사, 총알이 얼마나 있는지 하여간 방아쇠를 계속 잡아당기고 있었다. 총구는 불을 뿜고 개머리판은 나의 어깨를 두들겼다.

드디어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달려올 것이다. 총알이 없다. 반사적으로 뛰었다. 어디로? 마침 보도옆 강에 폭포가 보였다. 그건 90도로 내리꽂는 깊은 폭포다. 나이야가라정도의 폭은 아니지만 깊이는 두배쯤 앗질 그러나 달렸다. 폭포위 출렁다리 따라 강 가운데로 달렸다. 저들 로봇영역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길이다. 드디어 90도로 내리꽃는 폭포아래로 몸을 날렸다. 살고 죽는 것은 염두에 없다. 내리 쏘다지는 물보다 더 빨리 물총새처럼 첨벙 드디어 물속이다. 정신을 차린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나는 살았다. 뒤이어 뛰어내린 곳에 난데없이 손녀가 아내가 그리고 아들이 있었다. 뛰어내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놀랍게도 이땐 공포가 아니었다. 한탕강 계곡 물놀이로 돌변했다. 그들도 용감하게 뛰었다. 모두 물속에서 휙 휙 머리를 재치며 두 손바닥으로 얼굴의 물기를 감싼다. 왈칵 활짝 웃음이 크게 터졌다. ! 신난다.. 저렇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니...

놈들 로봇들은 거기에 전연 보이지 않았다.

 

합성소설 한 토막 현실이 아니다. 순간적 연상, 바로 서울의 그 흔한 붉은 인공지능인간 로봇들처럼 보이던 그 사람들이, 방아다리 아래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참 뜨고있는 K-팝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와 구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침 운동말이다. 위 소설속의 그 로봇들처럼, 내갈긴 총은 조금은 묵직한 우산, 어깨에 걸려있었던 것, 바로 망상(妄想)사고(思考). 묘하게도 폭포란 간밤의 꿈내용이 뒤엉키 갑자기 엮여진 연상과 꿈의 합성작품? 소설이 아니라 쓰레기같은 토설(吐說), 왜 하필 긴박하고 잔인한 내용들로 엮였을까? 지구촌 곳곳의 총기사건들, 내가 망상환자였던가KIST의 자동화무기 킬러로봇 개발에 대한 국제적 항의로?

 

청군과 백군 삼남매 초등학교 운동회다. 청군이겨라! 백군이겨라! 신나고 들뜬 그래서 왁작지껄 여기나 저기나 백군과 청군 뒤섞여 달리고 뛰어넘고 줄당기고, 매달린 커다란 종이주머니 누가 누가 빨리 터트리나 응원소리 요란하다. 엄마 아빠의 응원과 동생의 울움 뒤섞여 마시고 먹고.. 박수와 함성들, 한마디로 신나는 운동회다. 거기엔 사람만이 있었다. 인간 로봇어림없다. 이것은 제대로 된 추억이다. 내가 뛰던 운동회는 기억이 멀다. 축구부 키퍼였다. 모서리로 날아오는 공을 막아낸다고 딴엔 한 것 뛰어 막으며 골대위 매달린듯 거꾸로 떨어졌던 기억 그뿐이다. 생생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운동회다. 웃고 응원하고 찍고 먹고 어울리고.. 그래서 어린이들은 신나게 커왔다. 일찍부터 평상심(平常心-조작하지 않고, 시시비비에 연연하지 않으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지 않고, 이랬다 저랬다 변하지 않고, 뛰어났다 우쭐 평범하다 무시하지 않는 일상적 마음; 간화선看話禪: 조계종 교육원,2005.서울)을 익히면서.. 지금도 운동회가 있겠지? 바로 운동회가 시작될 계절이 다가온다. , 김영란법 때문에 점심을 싸가지고 가는 것은 안된다고? 변했군.

 

생각이 우리 사회운동회로 건너뛴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들의 신천지(新天地), 4차산업시대여서인지 상상이 훌쩍 튄다. 한데 어찌된 일인지 백군은 없다. 청군만 활개를 치고 있다. 당연히 청군들은 있는대로 입 벌려 하얀 이만 번쩍인다. 승패? 과거의 공과(功過)는 과()뿐 무슨 주의자든 성장의 필수 논쟁(論爭) 자체는 편향(偏向) 쏠림으로 사라진 사회운동회, 이내 미묘한 묘지같은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청군을 제외하곤 벙어리들, 아님 장님들인가-청각장애와 시각장애란 표현이 원칙, 꿀먹은 것도 아닌데, 숨어다니는 글과 소문만 무성하다. 백군이 없으니 하나마나 한 잔치, 대담-적라나하게 분이 섞인 뎃글들, 목이 매이는 슬픈 얘기들이다. 유래없는 폭염으로 한계치에 이른 사람들, 게릴라 폭우로 자의적 아수라장같은 자유가 충돌하는 로봇세상이라서? 어즙지 않게 평상심(平常心)이라니? 하니 인성(人性)교육은 어디에서? 행여 과대망상에 의한 총기사고는 예방될 수 있을까?

차라리 이대로 영원하여라, 난들 다를까, ‘인간로봇들이여!-한번 입력된 것 지워지지 않는 로봇. 죽을때까지 바보처럼 기뿔지어다. 그런데 몸과 마음의 힘은 가뭄에 논두렁 봇물터진 듯 왜 하염없이 빠져 나가기만 하는거지? (2018.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