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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속살 덧글 0 | 조회 3,601 | 2018-09-02 20:26:08
관리자  

마음의 속살

2018.08.29.

정신과의사 정동철

 

예정을 깨고 먼길을 택했다. 역시 고비를 넘기니 즐기던 솔로등산 산마루길 넉근히 소화할수있을 것 같다. 반환점을 돌아 이름모를 열매봉지속 씨앗 네개를 주머니에 넣었다. 베란다 화분에서 자랄수있을까? 덥기로 모자를 벗고 뒤미쳐 샤쓰를 벗었다. 오른쪽 등에 걸치며 다시 모자를 썼다. 그 순간이다. 피라미 한 마리가 길을 잃고 옆으로 누워있었다. 6시 반쯤 저녁이 아니라 아침 흙탕물따라 유유자적 숲덤불 즐기며 천방지축 넘치던 물이 확 빠지는 바람에 길바닥에 걸린 모양이다. 고래가 모래사장에서 자살했다는 사진들 알고보면 밤사이 몰려든 커다란 파도와 함께 들이닥쳤다 썰물에 나가지 못한 것이라 미루어 생각하게 되는 모양세, 어쩌다 길을 잘 못들었을까? 마침 휴대폰을 놓고 나와 찍지 못했다. 몇발작, 이젠 멸치떼가 널부러져있는 듯 깔려있다. 흙탕물에 따라올라와 배신당한 물 원망했겠지만 자신의 선택이며 스스로 살길 찾을 방도 이미 잃은뒤다. 아니 이런 생각 자체가 있었을리도 없다. 다만 내 생각일뿐이다.

 

놀랐다. 그 며루치같은 조그만 물고기들, 심지언 둔치 넓은 조명등 가까이 시멘트위에까지 제법 큰 고기도 누워있었다. 잔디속엔 얼마나 많을까?

관심은 그들이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숨쉬던 곳 편히 살던 공기가 달라졌다. 정말 놀랐다. 미세먼지 어쩌구해도 그 공기의 속살은 편했다. 하고싶은 말 하고 쓰고 싶은 글 쓸수있었다. 본시 웃줄하는 성격 아니다. 알아도 듣고 웃기만, 그렇다고 속으로 비웃지도 않던 나, 숯내에서 산책로를 거쳐 한참 들어온 둔치, 여기 가운데 시멘트에 누워있는 붕어새끼들 그것은 놀랍게도 나에게 말한다. 그건 바로 너야! 철부지 아니라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 아니라 자부했었다. 불행히도 아니다.

 

정말 몰랐다.

대한민국에 애국가를 거부하는 국회의원들이 한두명이 아니라는 것, 태극기에 토악증을 공개적으로 내뱉는 사람들이 주변 여기저기 그렇게 많다는 사실, 전연 상상되지 않던 그 많은 사람들, 믿고 싶지 않던 통계 그것이 대충 거짓이 아니겠구나-빅토리아 영국총리 벤저민 디스레일리1804~18081가 말했다는 거짓말 3가지 그럴 듯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느껴지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아챈다. 철렁 울적해진다. 왜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소리도 없이 간밤의 번개만 번쩍번쩍? 눈을 뜨고 보니 이미 끝난 세상이다.

1950628일 삼각지에서 콩볶던 소리 잠시후 함성속에 붉은 깃발들, 바로 그거다. 내가 숨쉬던 공기 그 속살은 나의 속살처럼 붉디 붉은 근육질 그것은 당연한 것이였으련만 그걸 보지 않고 그걸 둘러싼 피부, 옷나부랭이들 그걸 이념과 예술로 착각하고 살아온 나, 당연한 현실앞에 눈을 뜨지만 모두가 옷을 벗고 속살을 내보이고 있으니 모르세 할 길이 없다. 붉은 근육질이 인간의 본질이란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시대상에 따라 바뀔수 있는 개연성(蓋然性) 뿐이다.

 

적어도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을 높게 부를 때 미국을 위해 한국땅을 임차해야하는 몫에 대한 비용, 철저히 계산해야 생각 있었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위해서 470조원의 예산이 내년도에 필요하다는 주장, 방송이나 신문 대부분이 토를 다는 듯 동조하는 것에 덜컹 숨이 넘어가려는 것, 상쇠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보고 듣기도 겁나는 심정, 해서 우울하다. 당연히 의욕도 없다. 식욕은 물론 잠도 떠났다. 급기야 살아야 하나? 피래미들은 포도에 나뒹군다. 그 누가 다독거려줄거라 기대할 형편도 아니다. 할 이유도 없다.

속살은 어차피 붉은 것이 아니라 빨갛다. 청와대는 변하지 않았을까오래것만 여전히 본래의 청와대이길 바라는 바보같은 나, 나 말이다. 이젠 방법이 없다. 말도 글도 당연히 죽어버린 것, 그것이 바로 빨간 속살이란 것, 하지만 누구나 옷을 벗고 살수는 없다. 대한민국 말이다. 세계인 앞에 벌거벗는 것이 아니라 속살을 스스로 베어 보일 나라 결코 아니라는 것, 다만 시간이 문제일 뿐? 듣는 소린 끄면된다. 신문은 뒤로부터 본다. 숫한 뎃글들 몸부림 거칠고 적나라하게 커지고 있다. 덜컹덜컹 두근거린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축구를 아예 보지 않았어야했다. 본 이상 나라위해 흥분되는 마음 역시 대한민국, 태극기는 지워질 수가 없다. 어쩌랴. 마음의 속살, 골수 신경망이나 뼈대는 하얀데.. 더욱 우울해지는 이유다. (201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