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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크리스마스! 덧글 0 | 조회 2,642 | 2018-12-15 20:20:09
관리자  

안녕, 크리스마스!

2018.12.15.

정신과의사 정동철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 내내 아내에게 뭘 선물로 해줄까, 마지막 크리스마스 아내의 방을 들락거려봤다. 예쁜 어깨 줄 달린 조그만 손가방? 마음에 두고 아내가 스포츠센터로 나가자 여기저기 둘러본다. 없다. 유사한 것은 물론 많다. 아니면 가볍게 반지? 그렇지 스톡홀름에서 함께 본 스와로브스키, 아니지 프라하에서 역시 함께 들렸던 크리스털 거기 깔끔하고 오뚝한 아가씨들 아내가 예쁘다 칭찬했던 생각이 원전(原電)을 제치고 스며들었다.(원전세일, 대통령의 이상한 체코방문에 혼돈되고 싶은 마음 없어 그져 프라하의 그 크리스털만 생각하다 뜬생각)

“... 백화점이나 갈까?..”

가고 싶어? 뭘 사고 싶은데?”

아니, 없어요.. 그냥 산책하자는 얘기였는데...”

 

내 사정 아무리 설명해도 듣는 사람 이해하기 힘든 것 같더라고.. 허우대 멀쩡하고 사지 또한 그런데 집에서만 맴맴 돈다고 당신 안 그랬던가?”

왜 몰라요.. 자알 알죠.. 내가 모르면 누가..”

이따금 밖으로 나가 한 바퀴 바람쐬면 오죽 좋을까 안했었나? 결국 이해 안되다는 얘기 아니겠어? 섭하다는 것 아니라고요.. 하여간 뭘 사고 싶다고?”

아니란다. 말 그대로 내 얘기를 듣다 산책삼아 그러면 좋겠다는 것이었을 뿐, 실상 아내는 뭐 사겠다는 생각 없었다. 그럴 마음이 아니다. 나는 알아차렸다.

 

지금부터 내 얘기는 어는 등산객 글에 관한 것이다.

 

중년에 퇴직 당하곤 황망한 마음 달랠 겸 에베레스트 오를 수 있는 곳까지 가고 싶었다는 것이다. 돈 없으니 세르파까지야, 혼자 오름길에 나섰다. 등산객은 많았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 가끔 지나가는 차의 먼지로 상을 찌푸리지만 나름 즐겁게 어울려 올라가고 있었다.

백운대를 홀로 오르다보면 그 작은 산 중턱에도 할딱고개가 있다. 이어 인수봉아래 별장? 휴게소는 왁작짓껄, 거기 그런 롯지에 쉬며 자고 또 오르며 올랐다는 것. 숨이 차다는 것 할딱고개가 아니라 고산지대의 산소결핍, 숨 고르기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달랐다. 그래도 질세라 올랐다. 사흘째 신비스런 그 에베레스트 산 가깝히 멀리 오락가락 황홀한 탄성 속에 오르고 또 올랐다. 한 발작 두 발작 그러나 그것이 예사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지럽고 메슥한 듯 고산병까진 아니나 어쩧거나 편치 않았다. 필경 이대로 가단 쓸어 질게 뻔하다는 불길한 느낌, 다음날 나흘째 그래도 나섰다. 그러나 아니다. 억지로가 아니라 작심결단을 내렸다.

- 여기까지군.. 죽음, 죽음 무릅쓰고 올라가야할 이유는 없겠지! -

쉽게 내린 결단은 아니다. 휴게소로 돌아와 쉬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여기까지 와서 4000m가 한계라니, 답지 않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야말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단 잘했다 여겼다. 물 속의 한정된 숨처럼 롯지 밖 거동 자체가 자유로울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녀가 아니기에..(고교친구 학교는 달랐지만 그가 의과대학 강사때 해녀의 생리를 연구 발표한 생각이 든다) 산소통을 끼고 산다면 모르지만..

 

아주 잘한 결단이네요. 그래야죠.., 똑똑한 사람인 것 같군요..”

아내가 끼어든 얘기다. 1/4의 폐가 날아간 나의 나쁜 일상 바로 그건데..

 

내가 지금 그렇다. 멀쩡해 보인다. 80, 여든 너이다. 주름은 없다. 아내가 몇일전 귀엽다 할 정도, 팽팽한 얼굴 군데가 없다나.. 한데 이렇게 집안에서 춥다고 운동한다지만 바람도 쐐야지, 안 그랬나? 바로 그 등산객이 들었음 반응 어땠을까? 높낮이가 다른 길을 걷다보면 금새 숨이 턱에 걸리는 나. 해서 아에 나가질 않는 것, 노인이라 갑자기 찬바람 뇌혈관수축으로 졸도 위험도있고 미세먼지 역시 만많지 않아-뇌혈관장벽을 뚫고 특히 젊은이들의 귀중한 뇌를 손상 물론 노인도,.. 가을까진 아침 일찍 나가곤 했었다. 말로는 이해한다지만 그 등산객과 같은 4m 고산지대에서 움직였다하면 바로 숨 턱에 허덕거리는 것 그 일상을 알 리가 없다. 그렇다고 꼭 알아야한다는 건 아니다. 사정이 그렇다는 것 일뿐, 그래서 나, 남편이 쪼잔하게 외식도 제대로 못하는 신세, 이해가능?

 

아내 실감되는 듯 그러나 얼마나 그것이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등산객과는 달리 나는 내려올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나의 폐는 4m에 고정되어있다. 세르파처럼 산소를 공급할 적혈구 수가 보완 훨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노화현상 끝자락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산소포화도-손가락을 기계에 물려 혈액내 산소포화정도를 확인하는 수치,1낸 전에 비해 늘었다. 92에서 95(정상 범위)로 올라 왔다. 그러나 객처럼 4m의 외출현상엔 변화가 없다.

 

인천으로 가는 운전석 괜찮다. 4개 층 거의 3백 명의 입원화자를 격식 없이 자유회진, 웃고 인사, 묻고 듣고 주고받으며 뭔가 건진다. 좋다든가 불편함.. 아침 7시 좀 지나서다. 식사를 할 때도 있어 맛있게 먹는 모습들, 찬이 맞는지 묻고 누가 아침을 거르고 잠만 자는지.. 내 진료실 6층에서 오를 땐 반드시 엘리베이터, 내려올 때는 계단을 이용한다. 꼭대기부터 돌다 6층 개방병동환자에 이르면 외출 때 마스크 꼭, 자신과 환우를 위해 독감조심, 이런저런 농 섞는다. 5층으로 내려가면 역시 밤새안녕 유별나게 박사님 좋아요껴안으려는 환자, 그래서 입원했을 것 달래주며 다시 내 진료실로, 한층 이련만 엘리베이터에 의지한다. 계단 견딜 수 없어서다. 한숨 돌린다.

전화상담으로 20-30년된 환자들, 심지언 미국이나 캐내다로 갈 약처방 내곤 다시 숨 단 도리 병동으로 올라간다. 본격적 상담을 위해서다. 전과 달라졌다. 오타가 자주 난다. 기자처럼 응답하는 환자의 얘기들을 즉석에서 입력해야한다. 미국에선 녹음한 것 딕테이터가 차트에 옮겨주었었지만 여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인권과 개인정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예 시계가 10, 20, 30분으로 미리 설정 울릴 때 까지다.

생각보다 진이 확 빠진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병동, 아침처럼 돈다. 면담실 상담과는 다른 의미다. 개별적 독서, 탁구, 티비시청, 바둑/장기,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넓은 거실 걷기.. 활기차고 병실마다 자유의 꽃이 피고 진다. 재미있겠다, 끼고 싶다. 거기서 포착되는 정보들 귀중하다. 연말이라 벙동따라 장기자랑, 이어 전문치료프로그램 주기적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좋아한다. 망년파티도 있다. 날 제외하고는 등산객의 생사 염려와는 전연 사정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쪽쪽 박사님 건강하시죠? 고맙다 응답하지만 마음 편하진 않다.

 

인성강의가 없는 날, 드디어 지하로 내려온다. 운전석에 앉으면 예외 없이 헐떡거린다. 숨 고른다. 엘리베이터로 힘들일 없으련만.. 십년 넘게 탄 스포츠카, 큰 자 처분 꽉 끼는 작은 운전석에 의존한다. 분당행이다. 본능적 주의력, 그래선지 졸음 낄 틈 없어 편하다. 문제는 집에 와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걸어서 올라와야하는데 초죽음 표현불가다. 같은 정신과의사 실무원장 아들 늘 무리라 강조한 점 그대로다. 4천미터 등산객인데..

 

바로 그 등산객이 그래서 포기를 했겠구나. 그랬을 것.. 지상으로 오른다. 서서히 그야말로 한발 두발 걷건만 역시다. 더 벅차다. 하산할 곳도 없다. 하교 길 꼬마들 재잘거림속에 끼고 싶다. 무엇이 제일 재밌는 놀이? 뭐라고 종알종알..응답 들을 여유마저 없다.

엘리베이터, 숨 한것 몰아쉰다. 전자키로 들어선 집 당연히 편해질 그 시간 놀랍게도 반대다. 외투무개? 벗어 걸고 냉장고의 물 들이킨다. 워낙 좋아하는 물, 맛있다. 적어도 세 모금 꿀꺽꿀꺽 마시곤 소파, 숨을 죽인다. 이미 컴의 전기를 넣었다.(낡은 컴, 부팅이 늦기도 하지만 전원자체를 켜두지않는다. 정보 확 나라갈까 걱정이라 필요시 킨다) 컴이 아니라 컴으로 통하는 전류를 켰기에 한동안의 시간이 지난 후 컴의 스위치를 누른다. 10여분 후 부팅 그동안 쉬고 또 숨을 고른다. 가슴속은 어찌된 게 아무것도 없는 빈껍데기다.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 아픔이 아니다. 주체가 되지 않는 기묘한 현상,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고 의사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표현할 길이 없다. 푹푹 식은 땀.. 4m의 등산객이 그랬을까?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거다. 그랬을 거다.

마지막 크리스마스 뭔가를 사려고 백화점으로, 아내가 없는 사이 다녀와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 바로 외식을 피하는 이유다. 이해를 바란다는 것, 나도 모르는 현상을 아내에게 이해하라면 말이 되겠나.

아직 날자는 있다. 지난 4월 아내의 팔순 가족모임에서 축하 한다 준 선물, 권총든 검은 아저씨들 둘이 뉴욕 티파니에 들렸던 기억을 살려 이곳 백화점 티파니에서 귀고리를 몰래 샀다.

마지막 선물이 될지 모르겠네, 아니 마지막일거야! 언제나 안녕!”

 

아무도 몰랐던 깜짝쇼 원래 그러길 평생, 이번엔 마지막 크리스마스선물이라 말이 바뀌지만 같은 의미다. 뭘 살까 아직, 둘러보며 정하려고, 물론 두가지중 하나겠지만.. 교회에서 기도할 때 안녕하며 반짝거릴 마음의 반지? 그래서 삶의 자부심과 함께 당당함 잊지 않기를, 빈자리 없길 바라면서.. 차량번호를 거꾸로, 들어온 흔적 없다며 이상하단다. 숫자가 붙은 차키 두 번째 집에서 한참 만에 번개쳐 결국 두 가지 다 산 셈.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오는데 먼저 숍 아가씨 쫓아와 차량번호걱정 키를 보여주면서 망령(妄靈)?-진행 중의 치매연구내용, 활짝 함께 터진 웃음. 두 곳 젊은 예쁜 서비스는 말한다, 1톤쯤은 족히 나갈 10년 묵은 남루한 국방색 코트, 백화점에 어울리지 않는 행색이 분명한데..

할아버지..맞긴 하신가요? 너무 멋져요! 할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2018.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