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수필
게시판 > 수상수필
「똘마니」시절의 기억 덧글 0 | 조회 1,158 | 2019-05-21 21:48:09
관리자  

똘마니 시절의 기억

2019.05.21.

정신과의사 정동철

 

 

유난히도 달력에 웬 이 그리도 많은지 5월이다오늘은 부부의 날.

 

행복어디에 있을까현재미래 아니면 과거?”

오늘이죠내일에도 있고요..”

과거과거에 있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을까?”

여기 사진.., 바로 지금 아니예요?”

그건 과거가 아닌가과거사..!”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그래요그래도 우린 지금 행복한 게 아닐까요?”

 

침대옆 벽에 57년전 주례앞에 나란히 선 우리 둘의 모습당연히 행복이었다그래서 지금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그러나 그건 분명 과거다다만 시간의 흐름에 인위적 단절이 없었기에 그럴 것이다억지로 그 역사를 삭제한다면-될수도 없지만- 우리의 행복은 따로국밥처럼 행복없는 행복이 됐을 것이다행복은 버트란트 럿셀(노벨 문학상 1950)이 뭐라 말했든나는 순간 순간 시간의 흐름속에 과거형으로 남을거라 말했다과거형설사 고난의 아픔 있었다해도 행복을 체험했다면 지금 행복으로 재생 이어졌다는 것은 시간말하자면 역사의 단절과 가공이 없었기에 가능하다 여겼다우린 그래서 싱싱하게 미래로 행복이 이어질 것이라 믿으며 산다노화는 불가피하지만 마음 말이다.

 

삼각지 적산가옥 2층집앞엔 전형적 교토의 괜찮은 집이 있었다고만 고만한 소나무들이 나란히 지켜선 단층 적산집전형적 일본식 집이었다거기 주변에 적산가옥은 몇채 안됐을 것이다국민학교에서 중학으로 입학한 시절의 얘기다. 1950년 전쟁 직전의 영상들결국 거기서 난 검정콩처럼 쏟아어져 내리는 폭탄을 보고 화들작 엎드렸지만, 왼팔 어깨근처에 상처를 지니게 됐다.

학교 공부란 것아니 책과는 담을 쌓고 살던 때다내가 살던 그 2층집에서 좀 떨어진 판잔집과 비슷한 동네 끝머리 왼쪽으로 도는 길 오른쪽 시멘트 뚝방을 낀 공간 거기엔 수평대가 있었다거길 중심으로 우리들 똘마니들은 노상 모이고 또 뭉치곤 했다폭탄이 구름사이로 떨어지던 날도 역시 거길 향해 가던 중이었다하루에 한번두 세번 틈만 나면 모이는 곳, 화근은 바로 거길 향해가야 신났던 나의 과거사다그 똘마니들이 뭐가 왜 그리 좋았을까그냥 좋았다행복그런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좋았다는 것뿐이다마냥 좋기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세월을 잊고 좋아했던 셈그래서 철부지였다고..

똘마니들의 행동반경은 삼각지 로터리건너 시장으로 통하는 샛길로 이어졌다내왕은 별로였고 집들은 등을 지고있는 골목거기에 구멍가게 하나가 있었다똘마니들은 작당을 했다거기서 뭔가를 쎄비려는 것이다몇명이 흐터저 먼저 지나면서 가게 동정을 살폈다뒤따르는 똘마니 대장같은 나와 또 한 친구를 향해 그들의 몸짓신호 이윽고 가게에 이른다이미 찍어둔 것이 있었다. 앞선 친구들 멀리 시장으로 들어섰다여차하면 내뺄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것이다드디어 주인이 보이지 않는 가게에서 찜 해둔 걸 잽사게 들고 냅다 시장을 향해 달렸다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복잡한 곳설사 알았다 해도 그 속 어디론가로 도망치면 쫓을 길이 없을거란 전략(?)이었다적중했다성공했다.

왁작지껄 쫙 벌어진 입들에 잇몸까지 들어난 사이에 다시 우리의 아지트로 왔다소득을 나누고 자시고 할 것은 없다겨우 작난감 정도였으니까누굴 위해서 왜였지

북의 탱크가 밀려오기 전까지 우린 몇 번인가 같은 짓을 했다그러나 전쟁으로 모든 것은 정지됐다학교에 갈 일도 없어졌다거의 붙어살다싶이때에 폭탄세례를 받고서야 겨우 똘마니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떴다. 지금 생각하면 웃어야 할까 아니면 울어야 할까그대로라면 우린 넥타이를 맨 똘마니가 됐을 것이다똘마니소년단뭐 그런 표현으로 말이다물론 성공한 친구는 없다와중에 힘께나 썼던 놈들은 조폭으로 가는 길로 진짜 이어졌다그래서다그 유명한 영화 대부(The God Father 代父말론 부란도 분, 1977.05.)가 연상된다그 막강한 세기적 깽단의 위력에도 그러나 자기명대로 살지 못한 대부(代父)왜 하필 꼴갑에 그런 똘마니 아니 거대한 대부로 생각이 이어졌을까언론 어딘가에 찍힌 사진 넥타이를 맨 검은 정장속의 왁작지껄한 풍경에서희안하다. 기억의 연결고리는 참으로 엉뚱하다그 마음의 정체가 뭘까?

 

아마도 마음의 정체를 연구한다고 파고들면서 거의 미친수준 때문일 것이다환호와 실망이 반복되는 가운데 배자유도(胚子誘導Embryonic Induction)세포의 분열/이동/소멸/결합/유도속에 모양을 가춰가는 유전자의 발현 곧 위상생물학(位相生物學Topobiology)에 따라 세포의 연결 내지는 결합으로 세포결합분자 곧 형태규제분자(形態規制分子MorphoregulatoryMolecules)와 기계화작용(機械化學作用 Mechano- chemistry)이 어울려 동열유전자(同列遺傳子Homeotic Genes)들이 난다긴다하는 컴퓨터(AI)와는 전연 다른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가운데그럼에도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매우 중요하다는 이론에 매료되어서다바로 정신 곧 마음을 만들어내는 형태에 아주 필수 진행과정들의 특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환호그러나 이어지는 것은 절벽이다거기까지다결국 똘마니 기억의 다양한 기억들은 돌아선다권력구조와 닮은 유전자의 작동흐름아니 그 반대 같기도 하다답은 내 몫이 아니다유전자의 진행시간(역사)에 간섭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어서다엉뚱한 연상들은 다시 그 행복의 자리로 건너뛴다다행스럽게도 말이다.

 

경주 보문단지 호수길갱년기 여운으로 아내가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던 나는 아내와 그 길을 같이 걸었었다그러나 아내의 생기는 그날을 기점으로 돌아섰으나 전처럼 싱그럽지 못했다환갑을 지낸 뒤 2000421일 아내의 생일을 위해 행복과 행운무엇보다 건강을 지켜준다는 5월의 탄생석 에머럴드비취를 걸어주었다아내는 좋아했다행복의 순간과연 20년 내내 그것으로 행복감을 누리고 살아왔을까과거형인데.. 그러나 현재형이고 또한 미래형이 될 것이다행복은 과거형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간직하고 어떤 관계로 이어가느냐는 것바로 ʳ행복의 정복(버트란트 럿셀, 1930) 그것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아내는 그때 받은 생일카드를 간직하고 있었다.

당신이 있음으로

우리 모두 활작 웃기에

 

언제나

밝고 따스한 건강과 함께 하기를

당신의 하나님과 같이 기원하오

 

더 즐거운 날을 위해

 

하버드대학교에서 75년간 연구한 행복그것은 바로 좋은 관계라 했다그런 사람이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것이다돈이 많아야 하고 출세를 해야 하며 많은 상류층과 관계를 갖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가족과 친구와 사회와 좋은 관계를 맺는 세가지 조건 그것이 해답이란 것이다.(행복한 삶을 만드는 3가지 비결. https://www.youtube.com/watch?v=x50fKa1HxXM당연히 유전자가 인간의 마음에 깊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내가 유전과정의 시간(역사)을 삭제하거나 왜곡하지 않을진데게다가 후성유전자 변형도 신중해야 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유전체엔 우리 모두가 더욱 엄격함을 알고 있어서다결코 우린 그들 유전자의 시간과 진행과정에 그 시간(역사) 자체를 간섭할수 없다힘센 어떤 똘만이라도.. 위해서다나는 마음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미친 듯 거기에 열중하고 있다그 끝은 지금으로선 알수 없다마음의 병을 고쳐줄 수 있는 의사가 되길 바라면서아니 의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되어지길 기원하면서 말이다.

 

대부(代父 말론 브란도 분)는 말한다결국 그는 총격(銃擊)을 당한다그는 죽어가면서 복수심에 불타는 아들을 향해 뛰엄뛰엄 말한다똘마니와 더불어 컸던 나의 어린시절과 전혀 다른 면면의미는 깊고 무겁다.

그들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라!” (2019.05.21.)

 

참고중간에 다소 전문적 용어에 해설을 생략했다맥락을 이해하는데 그런 것들이 있음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출처와 함께 관심이 있으신 분을 위해 노벨생리의학 수상자 [제럴드 에델만의 저서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황희숙 옮김범양사]를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