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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스트레스 덧글 0 | 조회 16,019 | 2009-04-17 00:00:00
정동철  


- 술과 스트레스 -

술은 직장인에겐 스트레스를 푸는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
누군가 한 잔 산다고 할 때, 게다가 그것이 부담없는 경우에다 마음대로 지껄여도 좋은 상대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신나는 일이다. 노총각에다 잔뜩 일에 찌들려 퇴근하는 길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술.
술이 해결해 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될 일은 더 잘되고, 안 될 일도 되게 하는 것이 바로 술이다.(주-1) 덕택에 술을 팔아 부자가 되는 사람이 있으며 그것으로 거리는 풍성해 보인다. 그러나 그뿐만은 아니다. 인간이 자신들의 욕구불만을 그럴싸한 명분 속에 섞어 해결하듯, <밤의 현란한 꿈>을 통해 갈증 해소를 터득해 왔지만「지구촌」에 살아야 하는 번잡스런 현대(現代)라는 시간은 그 정도로 우리를 유유자적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결국은 눈을 멀쩡히 뜬 채 술로서 꿈 속의 스트레스를 대신 풀어줄듯 신비로운 환상에 빠져 홀로 서려고 가진 수단을 활용하며 이어가고 있으나 그 끝은 오히려 안개 속이다.
흔히 3S(운동 Sports, 술 Scotch, 성 Sex )가 서민으로 하여금 조지 오웰의 <대형(大兄),1984년>속에 살아가는 비결로 등장하고 또 그것을 정치가가 교묘하게 이용하게 된 연유다. 전제국가의 감시를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 취해 현실을 잊어버리는 길이 바로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이다. 달리 그밖에 어떤 길도 나약한 존재들에겐 존재의 의미 자체도 없으니까 말이다.
술이 약이란 뜻에서 도용(盜用)되기도 했을 것이다. 이것은 물론 서구인의 발상만은 아니다. 약주(藥酒)란 말은 서양인이 잘 쓰지 않는 것을 보면 안분(安分)의 의미로서 오히려 동양의 지혜가 앞선다.
그러나 본래 술의 과학을 모르고 떠드는 통념적 오해가 일단 극복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실체는 가능한 한 은폐된다. 마취제라는 사실이 들어나기 때문이다.
술이 약물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명확히 말해서 신경안정제와 흡사한 일종의 뇌 흥분 억제용 약이다.
술이 흥분 억제제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간(肝)덩이가 커져 세상이 콩알만큼 손바닥에 뒹굴 때 가슴 속의 응어리가 나라간다. 울화를 털어 내기에 안성맞춤인지라 떠들석 행동을 한없이 부풀려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술은 뇌 기능을 억제하는 약이라 했다. 양심 중추를 마비시킴으로서 외형상 흥분제로 오인될 뿐이다. 거나한 만사태평은 양심적 근심 걱정이 마취된 결과다. 신경안정제와 흡사하다. 만일 신경안정제를 매일 그렇게 마시라고 한다면 모르긴 해도 십중팔구 거절할 것이다.
술이 간, 심장에 나쁘다거나, 장차 뇌신경이나 말초신경의 영양실조를 일으켜 폐인을 만든다는 것도 문제지만, 거기까지는 가지 않는다해도 고자가 된다. 뿐인가 안정제 같은 술로 스트레스가 밑바닥으로부터 해소되겠느냐는 의문은 고스란히 남는다.
리바운드 현상이란 것이 술에 있다. 공을 땅에 세게 쳐 박으면 튕겨 오르는 공의 높이는 높아진다. 스트레스를 술로 찍어누르면 누를수록 공교롭게도 술을 마시지 않았던 때보다 술기가 없어지면서 더 크게 올라 뛰는 그런 현상이 있다. 불만과 갈등과 불안을 해소한다는 것이 술로 인해 더욱 불안해져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누적된다는 얘기다. 참기 어려우니 술이 그래서 더 필요해지고 결국 술 중독으로 간다.(주-2)
한 잔의 술은 좋은 약이 된다.
그러나 두 잔의 술은 스트레스의 축적으로 우울증을 끌고 온다.
세 잔의 술은 나라 살림을 보태주는 만큼 반비례하여 자신의 수명을 최소 12년 단축시킨다.(주-3)
몇 잔의 술을 마실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일이 아닐 수 없다. 선택은 물론 자신만의 자유다.

(주-1): 2001년 6월에 발표된 부정부패 지수가 세계에서 42위라고 지적되었다. 술이 없으면 될 일도 안 되고 술이 있으면 안 될 일도 된다는 뜻이다. 이른바 under table money가 술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상납이라는 먹이사슬의 고리엔 술은 필수다. 없는 자에겐 한만 맺힌다.
(주-2): 양주 소비량은 가히 세계적이다. 한국의 양주 소비량이 워낙 커서 ‘바렌타인 마스터스’라는 새 상품은 한국으로 옮겨 공개됐다. 2001년 12월의 현실이다. 그만큼 술에 의한 정신병이 증가하고 있다. 2002년 2월1일 [복지부] 발표에서 확인되고 있다. 성인 31%가 정신질환을 경험했다면서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은 니코틴 중독, 6명중 1명은 알코올중독을 경험했거나 현재 겪고 있다고 했다. 특히 3명 가운데 1명은 알코올과 니코틴중독을 포함,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각종 정신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는 통계다.
(주-3): 미국 정신 보건원(保建院)이 1963년 공식적으로 밝힌 통계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