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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납골당으로 (I) 덧글 0 | 조회 23 | 2019-10-09 00:00:00
관리자  

세상사 납골당으로 (I)

2019.10.09.

정신과의사 정동철

 

 

정성 것 잘 모시겠어요. 비가 내려서 멀리 못 따라갑니다. 조심해 가세요..”

고마워요. 친절히 안내해 줘서, 가족모임에서 아이들과 의논해 날 자를 정할게요.”

 

아내의 표정을 살핀다. 봉안실(奉安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들을 때 목매이던 순간들, 우산아래 모습을 다시 엿본다. 괜찮다. 서구풍(西歐風) 헬싱키 지하 교회 같은 여러 개의 타워들이 밀려온다. 좋다. 나의 서재 그대로다. 원목과 인테리어가 다를 뿐이다. 결혼 반세기를 훨씬 넘겨 이제 아예 영원히 같이 있어야 할 공간 봉안당(奉安堂)이다. 카타쿰배 미로에서 나온 새로운 유형의 아파트형 납골당,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 가볍고 정확하게, 나의 서재 우리 집에서 나와 어디론가 외출하려는 관행처럼 차에 오른다.

뭘 좀 먹도록 해야지, 어디로 할까?”

 

일상의 일은 아니다. 당연히 속내는 폭풍전야의 고요? 감성은 졸졸 이리저리 흐르고 있을 것이다. 실제 가장 강력하다는 태풍 하기비스가 올라오고 있는 중이란다. 오락가락 비와 함께 사방 검은 구름이 어둡게 내려앉는다. 목적지에 차를 세운다. 내리려다 3시까지 준비 중이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설렁탕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집 엘리베이터 속, 거기 거울의 반사된 모습 새삼 놀란다. 생각보다 훨 젊고 멋지다. 나 말이다. 전화로 60대 음성이라던 실장이 놀란 것처럼 내가 나를 보면서 대체 이게 나란 말인가? 납골당으로 가려는 나, 맞나? 얼굴은 주름은커녕 팽팽한데 청바지에 아들이 그제 사준 반손 패딩에 하얀 면 티가 받쳐주고 있다. 한쪽 깃은 나오고 다른 편은 들어간 자연스럼 그대로의 80대가 맞나? 아내는 반듯한 것을 좋아한다. 깃 펴주려 했는데.. 유물함(遺物函) 사진에 활용하면 딱? 웃는다.

어때? 마음에 들었~?”

좋아요. 딱 이네요.”

 

아내는 벌써부터 공원묘지를 말하곤 했다. 때마다 시큰둥한다. 호국용사묘지로 갈 수 있는 이유다. 내가 먼저 뜨면 아내와 합장도 가능하다. 싸들고 갈 돈도 그럴 형편도 아니지만 외면할 이유는 없다. 아들에게 이미 복사서류를 넘겨 일러두었다. 매달 국가유공자로 일정 금액을 받는다. 시국 때문인가 갑자기 확인하고 싶었다. 전화를 돌려 결과를 알고 보니 아니다. 마침 가까운 납골당이 선전에 크게 나왔다. 알아본 결과다.

당신 교회 옆 공원묘지 있지? 거기 근사한 납골당이 생겼는데 어떨까?”

좋죠, 두세 번 이미 가 봤어요. 봄에 꽃피고 환경도 좋아요.”

속전속결, 3일만의 작품이다. 내부를 안내에 따라 둘러보며 나는 나의 서재에 온 듯 좋다. VIP용까지 두루 살핀다. 난 중요한 사람도 아닌지라 구지 VIP 봉안당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서구식 돌바닥으로 빠져 나온다. 훈훈하다. 그러나 모든 선택 아내 뜻에 따르기로 이미 정했기에 아내의 뜻에 따라 이리저리 구석구석 아래위층으로 둘러본다. 드디어 자리를 정하려 할 때 아내는 살짝 다시 목이 매이는듯하다. 안내 여자실장은 자상하고 싹싹하다. 권한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며 4,5단이 좋을성 싶다한다. 아래위단보다 가격은 배다. 결국 정한다. 아이들이 와서 좋아할 목을 선택한 셈이다. 아내는 자식들 위한 마음뿐이다.

후련하다. 자신도 모르게 홀가분하다. 왜라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오로지 아내의 마음만을 살피고 있기 때문일까, 아내의 마음이 편해 보이니 기분이 좋을 뿐이다.

- 납골당으로 가는 길인데, 기분이 좋다고? -

마지막 서류에 서명하기 전 묻고 듣고 궁금한 것 역시 아내의 질문 뒤에 최악의 상황 건물에 문제가 될 때 영원히 보존하기로 약속된 유골함의 손상이 생길 경우 어떤 조치가 되어있는지 까지 묻는 것은 내 차례다. 내진 설계로 지워진 건물이다. 행여 유고시엔 국가가 책임지기로 된다는 사실까지 확인한다. 몸이 확 가벼워진다.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해주어야 할까 궁리를 한다. 마침 나의 생일 모임이 다음 주다. 그날 끝날 무렵 직접 내가 얘기를 하기로 정한다. 아내는 어떡해 해서든 그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납골당 관리비 60년 치 모두를 내자고 한다.

 

부모의 묘 자리를 당사자가 준비하는 것 이미 오래 된 것 알고 있다. 유공자라 갈 곳 보장되어있기에 아들에게만 설명으로 끝내고 잊고 있었던 나와는 아내는 다르다. 가까운 곳에 선산도 있다. 이미 여유롭게 평지를 확보해두었다. 문제는 국가시책으로 묘를 쓸 수 없다. 아내가 이래저래 걱정하고 있던 까닭이다. 더구나 우리 나이로 85세 이미 폐암수술까지 한 남편의 앞날, 다행히 아직도 병원에 출근 환자들 둘러보고 개인면담도 한다. 심지어 인천까지 편도 50분 거리 스스로 운전을 할 정도다. 지구를 3바퀴를 돈정도의 운전솜씨는 여전하지만 그러나 명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언제인지도 모른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진리다.

 

국민은 두 패로 갈라져 이제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일수도 있다.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세상인생사를 납골당에 영구 봉인하게 되는 역설로 추스른다. 죽은 뒤 후손이 어찌되는 것 내 어찌 알 것이며 안들 어쩔 건가? 다만 오늘이 한글날, 글이 있어 이렇게 남기니 고마울 따름이다.

다행이다. 모든 것은 아내를 위해 아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결정됐지만 별안간의 제의가 화끈하게 맺어진 셈, 여한이 없다는 말이 맞을 거다. 행여 하여 아내에 말한다.

난 마치 우리가 영원히 살 아파트를 산 것 같은 그런 기분이네..”

그래요? 나도 그런데..”                                                                          (201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