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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납골당으로 (2) 덧글 0 | 조회 686 | 2019-10-25 00:00:00
관리자  

세상사 납골당으로 (2)

2019.10.25.

정신과의사 정동철

 

 

시간이 얼마쯤 흘러야 봉안당(납골당)으로 가게 될까. 아니 시간이 얼마나 빨리 달려야 거기에 이르게 될까? 후세들을 위해 집 가까운 분당의 홈(Home)이라는 봉안당, 책꽂이 책장으로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가 변해야만 간다고? 그건 아닌데. 내가 변해야 시간이 흐르지. 느닷없이 앞뒤 엉뚱하긴, 평생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살아왔는데 뭔 헛소리? 내가 변해야 비로소 시간이 흐르게 된다?

미쳐야 정신과의사답다고 한다더니 생뚱맞게 사고(思考)장애? 맞다. 손목시계는 물론 스마트 폰의 숫자(불연속 디지털 양자화), 또 보라고. 탄천가의 우거진 나무가 노랗고 붉게 물드는 가을, 철까지 바뀌었는데 자연이 변했을 뿐이라니 구제불능 그야말로 봉안당으로 가는 정신의 헛바퀴군. 모르는 소리, 그건 빛의 반사 시간이 아니라 빛인데..

 

집에 6개의 방이 있다. 방마다 시계가 있다. 한곳만 없다. 거실과 식탁에 있으니 기실 시간에 둘려 쌓여 산다. 서고(書庫)로 썼던 문간방 유독 거기엔 시계와 달력이 이상하게 멎어있다. 시계는 정확하게 4시다. 달력은 201511, 때문이다. 나의 시간은 지금의 시간이 어떻든 과거와 공존한다. 해서 생긴 의문, 미래의 시간은?

마침 최근 타임(Time,10.21.)에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의 성공사례가 실렸다. 디지털(量子)시대 때문에 150년 이상의 역사가 홍역을 치렀다. 살아남은 비결에 관한 얘기다. 없던 의문은 아니었다. 새삼 시간의 뜻을 생각한 계기다. 조만간 연말 유수 같다는 세월 금년에 이룬 게 뭔지 모두 진지해질 때가온다. 시간은 뭘까?

빅뱅, 태초부터 시간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우주가 변하고 있을 뿐 그래서 지금도 계속 팽창한다고, 과거 현재 미래는 본시 없다는 의미다. 해괴한 얘기? 결국 시간이 흘러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은 나, 사물일 뿐이다. 우주속의 만물 변하지 않는 게 없다하지 않았나, 바로 그래서 본질은 내가 변하는 것이 핵심, 시간이 흐름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주장 일뿐 변하는 것은 우주자체일 뿐이란 얘기다.

철학자? 물리학자? 그들은 그런 식으로 말한다. 근처에 가지도 못한 내 형편에 어이없게도 떠오른 시간개념, 역시 죽음으로 이어질 임계선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그렇겠지. 봉안당을 정하고 나서니까.

쾌적한 가을이 지나고 조만간 하얀 겨울이 올 것이다. 계절, 시간의 변화 말이다. 지구상 위도상의 한국이 변하고 있는데 우린 그걸 시간의 흐름으로 착각한다. 중요한 것은 나, 우리자신의 변화인데, 변화의 속도만은 그러나 생각할 필요가 있지 싶다.

상대성이론(특수, 일반 포함;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빛의 속도가 핵심이다. 따라서 속도가 빠르면 시간이 늘여지고 중력이 크면 역시 더뎌진다고? 블랙홀 특이점에선 속도가 멎는단다, 양자물리학에선 아예 시간 자체가 없다고. 따라서 내일의 나는 바로 오늘과 공존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의 문간방 4시는 내년이 되도,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대로 4시다. 분명하다. 전지를 가라주지 않는 한 그렇다. 죽을 사()를 연상하며 집안을 한 시간쯤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4? 웃곤 한다. 죽을 4()자라서..

 

괴상한 얘기지만 관찰하는 나, 세상은 모든 것이 파동(시계불알 같은 진동)으로 있다가 관찰하는 순간 입자(알갱이)로 똑똑히 보인다. ‘4시의 시계처럼 과거 현재 미래가 엉켜 언제나 4시로 말이다. 내가 움직여 변할 뿐인데.. 시계?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천만에 녹슬어 변할 것이다. 시계는 시간과 다르다. 내일을 오늘에 끌어올 수 있다는 얘기일 따름이다. 양자역학적 해석인데 중첩과 얽힘이란 말로 대신한다. 골치 썩히며 따질 필요는 없다. 다만 내일이 오늘, 오늘의 꿈을 어떻게 확실히 믿고 자신을 꿋꿋이 이끌어 가느냐 하는 것이 숙제다. 결국 심지가 강해 굳게 믿어버리면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변하는 나를 알고 이미 정해진 미래의 꿈, 고난 속에서 실감할수록 이루게 된다는 뜻이다. 이해? 이건 뭐 말도 안 되는 것, 그렇다고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과학이다. 불연속적 미시세계의 확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일 뿐..

안데르센은 지독한 가난과 주정뱅이 아버지의 모진 학대를 받으며 컸기에 성냥개비 소녀란 글을 포함한 숫한 동화를 쓸 수 있었다. 꿈 그것은 미래인 듯 현재와 공존하여 얽혀있기에 확실하게 믿을수록 정해진 ‘4가 된다는 뜻이다. 과학이라고? 봉안당으로 가는 실성이 분명하군? 하나 나 서글픈 게 없다. 잊지 말일이란 얘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인류역사와 함께한 지구상의 시간개념을 삭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오리려 큰 틀에서의 시간의 의미를 깊이 알아차리는 가운데 더욱 철저하게 지구상의 시간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 결코 잊지 말 일이다. 그 시간을 전제로 한 뉴욕 타임스의 얘기가 그렇다. 디지털로 종이신문이 망해 갈 때 3가지 원칙을 세웠단다. 첫째, 고품질 저널리즘(검증된 정책주의), 둘째, ()진실 정파에서 고품질 유료화, 그리고 셋째, 사람다운 인재를 아낌없이 썼다는 사실, 핵심이다,(중앙;10.24.) 극도로 편향된 캠코더 우리의 정치적 현실을 겨냥한 듯하다. 인간이기에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 위해 할 수 있는 연구를 한다는 것 치료자의 역할 다하려고, 그것은 아내와 함께 사는 나의 일상이다.

유난히 우락부락 가짜가 판을 치며 좌지우지되는 이상한 오늘, 그들의 내일은 당연히 고통과의 공존이 공유될 것이다. 오늘의 울화가 힘들다고? 맞다. 그것이 양자적 내일의 의미로 이어져 납골당으로 향하게 되는 진짜 이유일 것이니까.. (2019.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