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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말이 어렵다 덧글 0 | 조회 84 | 2019-12-20 00:00:00
관리자  

쉬운 말이 어렵다

2019.12.20.

정신과의사 정동철

 

어떤 송년회, 축사를 하는데 정말 어려웠다.

일상적 흔한 얘기보단 뭔가를 주고 싶었다. 나의 말이 아니라 그들의 말로, 그러나 그것이 더 어렵다는 걸 알았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의 깊이를 스스로 꿰뚫지 못했다는 뜻이다. 고전(古典)역학에서 미시(微視) 양자역학을 관통하는 원리를 비유적으로 전하겠다는 것, 그건 욕심이었다.

 

정치사회를 연구하겠다는 진지한 연말, 어수선한 현실을 화두로 삼고 싶진 않았다. 모두 금년의 소득을 챙기며, 2020년 청춘세대 같은 내년의 성과를 위해 최소한의 지조만은 간직하길 강조하고 싶었다. 적어도 정치에 관심이 깊은 그들이기에,

첫째, 정확한 배경논리로 늘 대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확성을 바탕으로 정보소통에 집중, 원만해야 할 것이다.

셋째, 내가 탁월하니 식성대로 바꾸자는 유혹, 중력원리를 바꾸려는 격, 하지 말자,

 

분명히 밝혔다. 그들의 편안한 일상 언어로, 하지만 이 세 마디는 300년을 지녀온 뉴턴의 운동법칙들을 집약한 과학적 얘기다. 그래서다. 이미 세 가지 뜻은 그들의 말로 관통됐을 것이다. 상식적이니까. 다만 말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검증된 과학적 원리들을 온전하게 강조하려니 그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첫째, 정확성, 누가 모르랴, 1에서 10까지 더해볼까요? 암산으로 가능하죠? 얼마? 답은 금방 나오지 않았다. N(N+1)/2이란 공식을 이용해 보죠. 10(10+1)=110, 그걸 둘로 나누니 55, 금방이네요. 그 공식으로 100, 1000..까지의 총화? 엄두를 내지 못할 것. 역시 100(100+1)=10,100, 2로 나누면 550, 쉬운 것은 물론 매우 정확하다. 수학적으로 검증한다는 것은 정학하게설명되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 뿐인가 덤으로 부분의 총화는 틀림없이 전체가 된다는 거다. 뭔가 논리적 주장을 강조할 때 지켜야할 것은 정확성, 그렇다고 수학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수학적으로 살자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그들 부분의 전체는 300이라 할 때 그 수의 총화만으로 원활한 국회’? 인생살이도 매양 같을 것. 수학적 정확성으로 인정(人情)이 살아지고 오가는 따듯한 마음은 빠진다. 물론 논리적이어야 할 때는 수학적이어야 한다. 숨이 차다. 늙은이 특색, 특히 폐암수술을 한 처지라고 밝히긴 했지만 씩씩거림이 민망하다. 평범한 단어가 쉽게 이어지질 않으니 더욱 곤욕스럽다.

 

둘째, 정확한 정보로 소통하자는 얘기? 더 힘들다. 알아듣지 못할 사람은 없다. 검증된 사고방식이 철저하지 않고선 결코 쉬운 듯 만만한 일은 아니다.

셋째, 내 지론이 옳다고 법을 바꾸자! 해선 안 될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은? 당연히 바뀔 수 있다. 인류는 처음부터 자연법칙을 다 알고 태어난 게 아니다. 발견하고 또 발견하며 바꿨다. 그렇게 하길 반복, 문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실험처럼 새로운 법칙을 위한 사고실험(思考實驗)이든 아인슈타인의 이론물리학이든 아니면 실험실을 통한 검증으로 다수의 과학자가 수학적 해석을 통해 공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학이 노벨상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론의 검증이 아니라 권력에 따른 이기적 임시변통(?), 그런 규정은 또 허무하게 바뀐다. 그것이 이유다.

 

부언했다. 이 상식적 얘기들의 배경엔 물리적 검증, 4개의 상수로 설명되는 자연법칙, 두 개의 원칙 극소성상관관계(이런 단어들 자체를 쓰진 않았다)에 따른 얘기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원리로 300년 자연법칙에 따라 인간사회가 유지되어왔다는 의미다. 누가 감히 자신의 원칙이 옳다고 바꾸겠나? 물질(우주의 물질 25%. 우린 고작 5%의 물질로 산다)이 갖는 인력(引力), 의원수를 늘리겠다며 인위적 민심을 내세워 감히 중력(이것은 상수 g. 우주팽창은 70%에너지로 이루어진다. 역시 쓰지 않았다)을 바꿔 팽창하자고? 수학적 검증은 물론 간단하지 않다. 원칙은 지극히 명료하다. 한데 대한민국은 허덕인다. 이런 원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무시해 버린다. 어수선해진다.

 

두 개의 원리로 300년을 이끌어온 세 원칙, 그러나 자연원리가 둘뿐일까? 찾아야 한다. 노력은 필수. 이번 수능에 만점 15, 그중 한 학생 꼴찌에서 이룬 결과에 그는 스스로 No Pain, No Gain(고통 없이 얻을 것은 없다)을 좌우명으로 했단다. 잔인한 노력이 필요했던 이유다. 아울러 부분의 총화가 전체도 아니란 점을 말해준다. 투자한 시간의 총화만이 준 결과였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상관관계란 원리와 극소성배경 그리고 양자란 파동과 입자의 중첩성(역시 쓰지 않은 용어들), 그걸 전달하자니 너무 어려웠다,

결국 꼭 하고 싶었던 부탁과 격려는 접었다. 송년사로선 너무 길어질 것, 가령 자연에 존재하는 4개의 힘 그중의 하나가 강력(强力) 바로 양성자와 중성자사이가 결합하는 원자핵의 존재(양자색역학 QCD), 그것이 분열될 때 나오는 막강한 힘 즉 핵분열(핵융합도 그렇다), 거기서 유래된 원자력을 바꿔버리는 기이한 현실, 감히 자연의 원리보다 우월해서라고? 과연 그런가?

 

양자 컴퓨터까지 성공됐다. 조만간 만 배나 빠른 양자 컴퓨터시대를 만난다. 큐비트(4자리 디지털 qbit)는 현재의 두 자리 비트론 상대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 DNA 염기서열 ATCG 네 자리 컴퓨터도 있다. ‘양자 얽힘이란 비극소성얘기는 빼고라도 미시(微視) 양자론은 이미 100년의 역사, 넘쳐난 노벨상 양자시대다. 고전역학의 물리적 상태는 속도와 위치로 이해된다. 그 속도와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어 상태함수로 설명된다는 양자역학은? 나도 멍청한 형편에 감히 정치언어로? 너무 벅차다. 강조한다. 행여 확률적 세계(양자)라며 무작정 내가 옳으니 바꿔!’ 반복할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결론은 이랬다.

2020, 2030대 청춘이 연상되네요. 앞날, 젊은 마음으로 고통 없이 소득 없다는 수능생의 말을 새기며 연구해 갑시다. 쉬운 말 힘들었다는 것은 나의 문제, 어렵사리 떠듬거리는 말속에서나마 알아차렸으리라 믿습니다. 남은 것은 양자원리를 감안한 가운데 인정(人情)일랑 버리지 말고, ‘부분의 총화는 전체가 아니란 점도 새겨가며 내년의 성과는 필시 오늘보다 한결 풍성하리라 기대합니다. (2019.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