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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과 「나그네쥐」 덧글 0 | 조회 107 | 2020-01-20 00:00:00
관리자  

백정나그네쥐

2020.01.20.

정신과의사 정동철

 

 

조 교수(타자-他者)가 정동철을 정동철이라 하면 정동철이다. 정동철이 정동철을 정동철이라 하면 그건 정동철이 아니다. ()를 도라 함은 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 , 나만 외치다 보면 나는 안 보이고 문제의식이 뭔지 모르게 된다. 눈을 감으면 보인다. 눈을 뜨면 잡다한 욕망에 가려 문제의 핵심이 보일 리 없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첫줄에 나오는 얘기의 골자다.

 

이 칼을 보십시오. 10년을 썼습니다. 수천마리의 소를 잡았습니다. 숫돌에서 방금 간 새것과 같습니다. 뼈와 살 사이엔 틈이 있고 칼날은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윽고 힘줄과 뼈가 맞붙어있는 곳에 이릅니다. 눈을 한곳에 멈추고 동작이 늘여져 자신도 칼의 움직임을 모를 정도가 됩니다. 이윽고 뼈에서 인대(靭帶)와 살덩이가 함께 떨어집니다. 긴장이 비로소 풀어집니다. 소의 살결도 칼도 다친 곳이 없으니까요.”

장자(莊子) 명포정(名庖丁)의 골자다. 문혜군(文惠君, 梁惠王), 포정의 솜씨를 직접 보고 감탄한다. 중국 옛 왕의 얘기다. 왕이 드디어 말한다.

나는 양생(養生-백성을 편히 다스리는 법)의 도()를 깨달았노라.”

 

국민을 다치지 않고 다스리라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잊혀 진 사람으로 남고 싶다 했다. 백정의 솜씨처럼 억지가 아니라 틈 사이 순리(順理)로 국민 마음을 어루만져 피를 보지 않는다면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그랬음 좋겠다. 그럴까?

 

노르웨이 나그네쥐의 자살론(自殺論)은 유명했다. 알고 보니 자살(自殺)은 아니다. 눈이 어둡고 직선행(直線行)이라 누군가 뛰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빠질 새라 군중심리에 엉켜 냅다 뒤 따른다. 이윽고 낭떠러지에 이르러 후회, 떠밀리듯 떨어져 깡그리 죽게 된다, 분별이 없어서다. 지금도 몇 년에 한 번씩 반복되는 그들 삶의 현장이라고..

 

시청에 갈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구청이라 했다. 헐떡이며 찾아가니 담당자는 자리에 없었다. 담당자 두 남녀 직원모두가 자리에 없는 것이다. 지난 주 전화로 사정을 말했고 직접 가겠다 했었는데., 힘겨웠으나 돌아서는 도리밖에.. 택시를 탔다. 세상소식에 능한 기사님들 그의 이런저런 얘기, 못마땅한 사연들이 쏟아졌다.

경기가 말이 아니죠. 명절은 가까이 오는데 화까지 덮치네요.. 요즘 말들이 많아요. 우린 개돼지라고(언론에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얘기들).. 저는 개인택시라 그나마 나은 편이죠. 매일 입금을 해야 사는 택시 기사들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누굴 탓하겠어요. 우리가 뽑은 정부인데 우리 책임은 아닐까요? 우리 죄죠, 안 그런가요? 앞으로 물정을 알고 냉정하게 투표를 해야 되겠죠..”

젊은 친구들 돈을 받아 서로 전화하는 꼴 듣다보면 부예가 치밀어요. 너 언제 받니? 난 받았어. 오늘 거기서 만나 술 한잔하자는 거죠. 그 뒷자리에 앉아서 우리의 세금으로 노닥입니다..” 2030대 취포자(직업? )가 느는 것은 그들만의 책임만은 아닐 것. 더 듣고 싶지는 않았다. 국민이 선택한 책임이라는 점만 거듭 강조하곤 집에 와 털썩 주저앉으니 연못에 떨어진 돌 같다. 여울져 번지는 파도처럼 마음이 울퉁불퉁 무겁다.

 

나는 나그네쥐일까? 정말 명포정이란 백정의 칼처럼 아무도 상하지 않는 가운데 올바른 정책으로 웃으며 사는 중일까? 이렇든 저렇든 말이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거짓까지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마음엔 뭔가 언친 듯 편치 않다. 머리기 헝클어지는 이런 저런 미묘한 생각들, 떠오르는 생각 글로 이어질 여유마저 어지러워진다. 지금도 역시 그렇다. 공대교수와 인생 마지막 작품을 마무리하는 논문, 뻔 나게 오가는 전화로 최선 다하고 있다. 정치와 무관한 학술논문, 하기에 여기 무용지물임을 알면서까지 이 같은 글 쓸 엄두가 없어지는 건 당연? 게다가 나, , 나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눈을 감아야 보인다는 앞 말이 뜬다. 나의 아니 나라의 문제의식을 챙기려 기를 써 본다. 나그네쥐로 살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모두의 심정일 것이다. 울화는?

탓할 일은 아니라했다. 선택권은 분명 모자라지만 나 같은 국민의 손에 있었고 있으니까. 백정나그네쥐말하자면 소신(所信)과 맹종(盲從)사이, 그래서일까? 똑똑한 국민보단 개돼지를 원할리 없다. 영양가 없는 내용으로 낄낄거리며 한바탕 웃어재끼는 방송들로 짜여 가는 낌새, 설마 아니겠지? 시청률이 여기저기 떨어진다 한다. 왜일까? 그게 아니라 워낙 TV를 보지 않기로 작정한 내가 몰라서 일수 있겠다. 어쩧거나 나만이라도 정신 똑바로 챙기면 되리라 작정한다. 꼭 하리라! (202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