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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떼려고, 쌓여 눈물 될 새라 덧글 0 | 조회 265 | 2020-02-20 00:00:00
관리자  

정 떼려고, 쌓여 눈물 될 새라

2020.02.20.

정시과의사 정동철

 

 

이 풍진세상트로트로 초등학생이 거지같은 경기(市場)의 한을 풀 수 있을 넌지? 청년당원 진보를 떠나며 울컥 눈물(조선-2/20), 원망스런 전염병처럼 번져가는 우악스런 패거리 현실 앞에 누가 주인인지 저마다 나라사랑 몇 마디씩 내뱉건만 공군기를 대통령전용기라하면 감동 먹어 예방될까? 이래저래 늙기로 송장냄새 뒤따라 아내의 손자뻘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주색잡기 변변히 알지도 못한 채 쏜살같이 달려온 세월, 탓한들 풀릴 길 없고 따라가기 오히려 벅차니 숨만 더욱 거칠어질 뿐이다.

 

~!.. ~!!..

윗 층에 들리겠어요..”

글쎄.. 뭐라 그럴까? ~! 떡치는 소리? 설마 그럴라고?”

아내가 하! !!.. 깔깔..

아니~ 하필 그런 소리로 들을라고? 우리 나이가 얼만데, 그런 당신이 웃기네!”

층간소음 걷는 것도 조심스런 세상이라 양자역학처럼 연상(聯想)이 껑충 건너 뛴 것.

 

그나저나 80대 할아버지, 29번 코로나환자의 부인도 확진이 됐단다. 왠지 아내 와 내가 그런 신세가 되는 것만 같다. 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 콧물이 주르르 불안하다.

 

죽는 거 자체가 겁나서는 아니다. 지난달 알게 된 고엽제 후유의증(疑症)에 대한 필요서류를 만들다 3년째 폐암으로 기동력 거의 잃어가고 있는 게 걸려서다.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 숨이 거칠어진다. 후안 폐렴 양성도 폐렴증상 없는 경우 있어 드는 생각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연구를 한답시고 버티는 것은 아직 할만하다. 오히려 영중하니 좋다. 숨차 외출 못하니 아내와 외식 못하는 게 탈, 원래 난 외식 좋아하는 편 아니라 괜찮지만 아내는 다르다. 코로나 전염병을 핑계로 오히려 명분 찾아 자위한다.

 

토요일은 늘 7일마다 돌아온다. 인천 병원으로 가는 날이다. 의사란 이유다. 멀리서 찾아오는 환자들, 거의 20~30년 이상의 연을 지닌 그들을 위해 힘들지만 접을 수가 없다. 운전은 앉아서 하니 다행(나의 운전석은 몸에 착 들러붙는 형이다). 입원환자를 둘러보며 필요한 상담, 그들은 나의 병을 잘 안다. “박사님! 건강하시죠? 건강하셔야 해요!” 수술직후 공개했었다. 폐암이라 알렸었다. 외래도 같다. 노인이란 점을 감안 가까운 동네 병의원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었다. 그러나 눈물로 거부한다. 어찌 집에 누워만 있겠나? 할 수 있는 한 하려는 것, 내가 환자 되어 거꾸로 인사 받지만..

 

삶의 의미, 나에겐 이이 삶이다.

물론 아내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만일 내가 떠난다면 아내는 그야말로 공황(恐慌)으로 버틸까 두렵다. 자녀들이 극진히 보살피겠지만 함께 살수는 없다. 나에게 깊이 의존된 아내, 견디기 매우 힘들 터인데 어쩐담? 외래로 다니는 환자들도 거의 엇비슷한 심정일거다. 그러나 사별 후 아내는 전연 다른 문제다. 그래서다. 하느라고 늘 깊이 생각한다. 어제 저녁 식탁이다.

너무 나무라지 말아요. 따끈할 때 더 맛있게 드시라는 건데 왠 역정을 내고 그래요? 날 아주 무식한 여자로 만들려 작정하고 싶어요?”

 

아니다. 정 반대다. 따끈하다는 그 말이 솔직히 싫다. 삼식(三食-아내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하루 세끼를 먹는 남편)이 노인을 챙기려는 마음이 싫어서다. 지자불혹(知者不惑-모르면 미욱하니라).. 모자라기로 끝이 있겠나. 80넘은 아내에게.. 화가 치미는 것이다. 집에 걸린 족자에서 마음을 짚어 헤아려 보지만 마음 늘 옹색해 아내를 위해 속절없이 짜증을 내는 것이다. 귀가 어두워져 말소리 커진 탓도 있지만 해서 스스로 가슴을 친다.

알지 않아요, 나 당신 없으면 못산다는 걸.. 오래 살고 싶지 않다 겁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래요. 오래 살고 싶진 않아요.. 마음대로 되나요..”

 

너무 챙겨주는 것이 싫다. 안쓰럽다는 감정이 때마다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삼식이 영감으로 얼마나 힘들겠나.. 게다가 건강한 몸도 아니다. 울컥거림을 참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너무한 건 속 좁은 나다. 이런 걸 뭐라 하던가?-

날 무시하고 전연 위하려는 마음 없어 그럴 거야요. 알죠. 당신 아파서라는 것..”

 

저녁을 끝내고 컴퓨터의 글을 수정하며 세상사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컴퓨터속의 내 홈,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지금 이글과 같은 것들이 엄청 저장되어있다. 한 번씩 들렸다 논문자리로 돌아온다. 잘 때 까지 켜 두면서.. 머리 계속 돌아가는 까닭이다. 인용할 원문이나 수정할 글귀가 뜨면 즉시 교정 삽입하기 위해서다.

 

하루의 일과는 대충 여기서 끝나는 셈, 아내를 향해 크게 목청 높여 외친다.

여보~! 이리와요, 여기 엎드려야지.. 떡을 또 쳐 봅시다..”

우린 지난날의 그 육보(六寶)와 육희(六喜)로 떡을 치려는 게 아니다.

웬 떡치는 소리가 또 나냐 하겠군? .. . ! ...그때처럼..?”

제발 그런 말 말아요. 내가 언제..?”

 

-~!, 철썩!...-

자신의 손이 닷지 않는 구석구석 이리저리 감싸며 정성껏 가려운 곳을 찾아간다.

피골이 상접한 앙상한 아내, 40.5kg으로 식탁에 엎드린 모습 내려다보기만 해도 눈물겹다. 콩팥이 안 좋은 환자다, 피나게 긁어 가려운 등에 배비오일을 듬뿍 발라 허리, , 어깨, 겨드랑이, 팔뚝 자신의 손이 닷지 못하는 곳곳을 넉넉히 바르고 또 발라 마사지, 끝머리에 제법 힘차게 두들겨 준다. ~!, 철썩!, 또 철~!...

아이구 시원해라., 손에 눈이 달렸나..? ..하 하 웃겨요, 정말 시원해요. 감사..!”

비로소 시원하다는 것을 느끼는 아내, 그 소리에 치미는 울컥증(), 아침저녁 두 번으로 대수?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뒤섞인 나 자신의 절규, 얼마나 힘겨울까?

뒤끝에 남은 손의 기름기 나의 귀 구멍과 복숭아 뼈 주변으로 간다. 나 또한 무척 가렵기 때문이다. 늙은이 피부의 면역결핍 현주소다.

 

비로소 침대에 눕는다. 편하다. 벽으로 그득하게 쌓인 책과 논문들 이리저리 들추며 생각을 굴려간다. 사색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시간인 셈이다. 때다,

바로 그거야 하면 휘딱 서재로 간다. 추가하거나 고쳐놓곤 또 그 자리, 토요일 병원을 다녀온 날은 잠들 때까지 거칠어지는 숨으로 곤욕을 치루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아내가 있어 이나마 살지 싶다. 행여라도 아내가 먼저 간다면 난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속으로 다지고 다진다.

-정을 억지로 떼려하진 말자, 본심인즉 그놈에 정에 인이 백인 아내의 마음에 얹고 또 얹어 훗날 눈물고일 셈본일랑 미리 예방해 두기로 하자.-

겁 없이 당당하고 의연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길 바라며 도우려는 마음 그뿐이다. 단양의 대나무밭 가늘고 긴 외로운 대처럼 앙상한 아내의 육신, 아름다웠었다. 정말 예뻤다. 그 모습 어디로 갔을까? 몽땅 스스로 자신의 마음속으로 꾸겨 넣은 걸까? 장차 눈물은 어찌하려고..

 

우린 누구나 죽음 시간 저 너머에 산다.그것은 자연의 기본이다. 마음과 몸, 몸은 원자(原子)로 이루어졌단다. 원자속의 전자(電子)와 광자(光子) 왜 성질이 다를까? 그렇게 몰려있길 좋아하는 광자(光子) 그래서 빛이 되어 사랑하며 포옹했으리라. 그러나 결국 밀쳐내는 전자(電子)는 같은 시간 같은 곳에 함께 있질 못한다.(파울리의 베타원리, 1925 노벨상) 그렇게 좋아 포옹하던 광자(光子)의 시절은 가고 한자리에 같이 있지 못하는 지금, 배타적 전자(電子) 바로 사랑이 지나간 자리의 세상갈등에서-꼭 요즘 시국같이, 이제 겨울로 들어선 늙은 나이 늦게나마 그 길이 아니라 다시 사랑의 빛 광자(光子)를 모아 훈훈한 길, 넉넉한 길 바로 내가 갈 앞길 아내를 위한 길을 다지리라.

 

이 풍진세상떠나려니 아쉬워서가 아니다. 시간 저 넘어 산거기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다시 만나기로 아내의 등을 철~! ~! 활짝 웃음과 함께 다지고 환자들 만나는 이유다. ‘대통령 전용기라면 신종 바이러스 신출내기라 도망가면 좋으련만 곧 끝날 거라더니 오히려 기승만 부린다. 전문가들 어디로 밀치고 허세? 아내와 환자들에 꽂힌 나의 정, 고령에 폐암으로 쉽게 전염원이 될까 두렵기만 하다. (202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