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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신경세포 덧글 0 | 조회 216 | 2020-04-25 00:00:00
관리자  

할머니신경세포

2020.04.25.

정신과의사 정동철

 

 

몸이 만 량이면 눈은 구천 량!

눈빛을 보며 마음()속 깊은 속내까지 들여다보기에. 우린 경험적으로 그걸 잘 안다. 또록또록 총명한 눈빛 아장아장 애기들을 볼라치면 와락 껴안고 싶어진다. 귀엽고 깜찍해서다. 눈의 덕이다. 오죽하면 눈이 구 천량이겠나. 그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를 구분해서 사람, , , , 차 같은 것을 구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랑과 미움도 얼굴표정 깊숙한 눈매를 보고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눈의 역할일까? 아니다. 눈을 통해 보여 진 모습들이 시()신경을 거쳐 뇌의 신경세포(뉴런)에 연결되어 구체적으로 구분 저장된 결과다. 20세기까지 뇌를 이해하려는 의학은 바로 그런 뉴런(신경세포)의 기본을 할머니세포라 이름 지었다. 이른바 정상적(공정한) 자극-반응이론의 아이디어가 출발하면서다.

할머니? 뇌의 신경세포하나에 할머니 모두가 들어있다고? 어떻게 할머니가 세포하나에 전부 각인되어 있을까? 아니다. 할머니신경세포는 할머니가 아니라 망막에 맺힌 세상을, 자극에 따라 사람마다 서로 다른 반응으로 뉴런에 입력 저장하는 세포를 말한다. 카메라의 화소(畵素)처럼 눈동자 각막(렌즈)을 통해 망막(필름)의 필름이 다만 뇌 안으로 이동한 신경세포집합에서 작동된 것뿐이다. 할머니신경세포의 집합이 바로 구 천량인 것이다. 눈 자체가 구 천량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뉴런들의 집합으로 예컨대 할머니 생전의 모습이 새겨져 그와 함께 저마다 경험된 할머니의 생각 할머니의 마음씨(감성) 할머니(연인)의 체취 할머니의 몸짓 하나하나 모두를 역동적 뉴런에 담아 그들 상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베틀처럼 엮어 짜 연상되도록 작동한 뇌에 의한 것이다. 김환기(1913-74)화백의 푸른 점화(點畵)나 쉬라(1859-91)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점화처럼, 그래서 뇌가 구 천량이란 얘기다.

놀랍게도 세간의 민심(?)은 그러나 그 뇌를 우습게 여긴다. 비웃고 탓하며 얕보려한다. 아니면 계획된 노리개를 사랑이라 강조한다. 자유와 인권이 소중하다는 국민, 국가가 정히 영수한 부속물에 불과한 존재라 여기려는 정권의 경향, 연이나 자의적 기부가 진행될 모양 세다. 미끼와 자유? 어느 쪽? 공정성 어수선한 베틀이 이어지려한다.

 

침팬지의 뇌를 연구하다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다. 점토로 침팬지 머리통을 똑같이 만들었다. 침팬지들은 그 점토 침팬지 머리를 보고는 모두 기겁, 숨어버렸다. 태어 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침팬지들, 살아있는 또래든 어른이든 오순도순 잘도 어울리더니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침팬지머리를 왜 무서워했을까? 원래 동물은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데.. 경험한 바 없는 죽음이란 연상을 어떻게 떠 올렸나? 당연히 학습된 적도 없다. 무슨 조화일까?(Hebb,1980) 할머니신경세포에 이미 존재되어 있었던 건가? 유전(遺傳)?

 

나는 태어나 85년간 20203월 말까지 백내장으로 산 셈이다. 시각장애 말하자면 맹인이었다. 그러나 3월 말 수술 전까지 익숙하게 그런대로 살았다. 수술을 받은 것은 내 의도와는 상관없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단다. 세상을 보게 됐다. 햇볕을 봤다. 가지가지 화려한 색이 춤춘다는 것도 알았다. 덩실덩실 장구치고 북치며 나팔 불고 피리 부는 사이에 목소리마다 얼굴이 다르고, 그 서로 다른 얼굴들도 얘기 또한 달랐다. 그들 모두는 날 좋아했을까? 주치의는 만면의 미소로 기뻐했다. 그의 성공적 백내장수술경력은 매우 지능적이었다. 하나 막상 나는 맹추? 무덤덤했다. 할머니신경세포가 아예 없었거나 저장된 예상 체험정보가 없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불행..!

공간과 시각(時刻)을 읽고 난 후, 11세기부터 1912년까지 65명의 백내장수술기록을 집대성한 책을 읽었다. 햅이 세포집합이론을 생각한 것은 1932, 마리우스 폰 센덴의 1940년 중반 얘기다. 태어날 때부터 백내장으로 3세에서 46세까지 살다 수술한 환자들을 분석했다. 백내장 곧 맹인으로 살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환자들에 관한 내용이다. 당연히 나의 얘기는 거기에 없다. 이해를 위해 잠시 내가 살짝 끼어 넣었을 뿐이다. 그 내용을 보고 의대에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놀랐다. 오랜 과거사라..

시각장애에서 벗어나 광명을 찾았으니 하여간 그 당사자들은 말로 기쁨을 표현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그래야 했다. 결과는 그러나 달랐다. 그들의 할머니세포들엔 청각, 촉각, 후각, 미각에 의한 것들은 생생하게 분명했다. 시각적(視覺的) 흔적에 관한 것은 그러나 어디에도 없었다. 고등동물 그 최첨단의 인간 뇌 속, 신피질(新皮質neocortex)에 화소(畵素) 같은 시각뉴런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광명을 알 수 없었던 이유다. 담당했던 의사가 보고했다. 21살의 비엔나 여성에 관해서다.

붕대를 벗겨 낸 지 오랜 후에 그녀를 방문할 때마다 나는 그녀가 항상 눈을 감고 있음을

발견했다. 빛을 피하려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가 주위의 사물을 바라보기 시작하 자 이들과 친숙해지게 하는 데 힘든 설득이 필요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수술에 많 은 희망을 걸었던 그녀의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왔다. 그녀가 집 주위를 다니고 싶어 할 때 마다, 특히 계단 앞에선 예외 없이 눈을 완전히 감아버린다. 이 때 즉 눈을 감아서 완전 한 맹인의 상태로 되돌아갈 때가 자신의 딸이 가장 행복하고 편해 보인다고 했다.-(마음에 이르는 계단; 얼윈 스콧-안참림,백은경옮김,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1.)

어찌된 일일까? 내가 수술을 끝낸 것은 2020410, 눈에서 붕대를 풀고 성공적이었다는 환호는 417일이였다. 나는 49.91%() 41.45%의 양당 득표율의 결과가 21대 지역의원 당선인에서 각각 66%34%였다는 산수를 풀지 못했다. 너무 초보적 수학실력으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까지 끼어 혼란스럽던 까닭이다. 한마디로 풀지 못해 광명으로 열광하는 그 신천지를 보지 못한 것이다. 오리려 어리등절, 세상이 마치 96%의 암흑물질 속에 갇힌 듯 난 어둠속에서 지내야 했다. 고작 인간이 알고 있는 우주의 4%, 그 속에서 85년을 가상의 백내장으로 살았기에 아예 할머니신경세포를 갖지 못한 격이다. 그나마 4%의 세계라도 온전했으면 모르련만 미치지 못했다. 어찌 볼 수 있었겠나. 뿐인가 코로나-19로 이어지는 경제적 암흑기를 맞게 될 것이란 예언에 덜컥 겁이 났다. 창창하던 y.z세대, 그 의기양양하던 청춘들이 경제공황세대로 전락한다니,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아 가슴이 벌렁거렸다. 폭은 했던 할머니를 두루 간직하고 있던 세포, 거듭 강조하지만 할머니세포에 할머니가, 아니 세포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화려한 빛이 낯설고 희망찬 색색들은 혼란스러울 뿐 얼굴과 얼굴들의 목소리가 서로 달라 심히 헷갈렸다. ()즉 인생(人生)이 아닌 사회적 공정성을 필수로 여긴 인성(人性)교육마저 부실했던가? 그랬을 것이다. 결국 애석하게도 그 신세계(新世界)를 체감하지 못하고 만 꼴이 됐다.

실제로 내가 백내장수술을 받은 것은 20년은 족히 넘었을 과거다. 병원 문을 나서자 별천지, 밝고 화창한 하늘을 봤다. 찬란한 미래가 보이는 듯 기뻤다. 옛 얘기다. 할머니세포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는 양양의 산 어딘가 700m 깊은 땅속 커다란 수정체에 반사될 물질, 이른바 암흑물질만 기다리는 셈이 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구성입자들은 4%, 딱 뇌가 그럴 것이다. 그 속에서 으스대고 살아왔기로 그 대가는 너무 참담했다. 결국 417일 광명을 볼 수 있는 눈은 떴지만 거기 할머니세포엔 태양이 없었던 것이다. 할머니세포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를 포함한 암흑물질의 존재는 나에겐 커다란 불행이었다. 뇌를 모른다는 것과 같아서다. 인성은커녕 육법전서(六法全書)자도 뭔지 몰랐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생각을 바꿔봤다. 육법전서만 꾀고 살았다면 이미 암흑물질의 실험실이 아니라 감방 속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참에 알아낼만한 여분의 대상들이 차고 넘친 뇌란 우주를 알아차린 것이 엄청 다행한 이유가 됐다. 생각하며 공부하고 연구할 대상이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표어가 아닌 공정한 본성(本性)만 꾀고 있기만 하다면..

 

타마스와 레인은 의식과 사고(思考)기능을 연구하다 포유류 어느 뇌에서도 보지 못한 오로지 인간만의 뇌세포를 발견했다. 기증된 50대 남성 2명의 뇌에서 억제성(抑制性) 신경세포를 발견한 것이다. 뇌를 감싸고 있는 네모진 책상보만한 크기의 신피질, 두깨 2mm에 적어도 천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들, 거기 종횡으로 걸쳐있는 미지(未知)의 뉴런을 2018년 발표한 것이다. 훗날 매력적으로 아름답게 염색된 장미열매rosehip 신경세포란 이름으로, 그의 기능은 욕구나 욕망을 적절히 통제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슬퍼할 일도 방방 뜰 일도 아닌 세상, 뭔가 더 확실히 차분하게 사실적 공정성을 알 수 있게 될 여지를 보게 된 것이다.

 

할머니신경세포가 없다 해도 인생은 진행형으로 이어갈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엄청나게 많은 미지의 세계(없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있다는 96%의 사실을 알고 있다)가 기다리고, 개개인의 욕망과 욕구조절능력을 인간만이 간직하고 있게 됐다는 사실, 그것은 살만한 미래,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치 확실한 매장량이 보장된 금광처럼.., 따라서 과욕에 물들지 않기만 한다면 그건 행운이다. 돈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권력은 많을수록 좋다. 난들 예외일까? 왕왕 건드렸다하면 지뢰가 터지듯 포악하게 폭발하는 군상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 뇌 속엔 장미세포가 아예 없는 걸까? 할머니신경세포처럼 맹인으로 인해 성장하지 못했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 분명히 뇌에 존재한다. 문제는 그동안 쥐나 토끼를 통해 연구 규명되었던 뇌, 수많은 동물실험과 연구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장미세포의 사연은 인간을 상대로 실험 할 수 없었던 탓일 뿐이다. 장미세포를 알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상대로 바로 실험 할 순 없다. 그 길을 찾는 것은 그러나 시간문제가 아닐까? 따라서 그 정체의 구체성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기전이라도 분명한 것은, 금덩이만 보고 바로 살인자가 되지 않듯, 사회적 공정성이 우선하는 한 사람의 극단성은 나름일 것 또한 자명하다. 규명해야 할 숙제는 당연히 크고 많다. 급한 것은 과욕만은 금물이라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드시 지켜야할 대목은 거듭 강조, 공정한 인성교육과 과학적 사고(思考)방식이 아닐까?

다시 악수할 수 있는 관계의 세계를 생각해 본다. 괴물(怪物)로 성장하길 원하지 않는 한 정직한 원칙주의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식은 힘이라는 조지 오웰(1903~1950)1984속에 표어를 이념처럼 여기지 않는다면 공정성을 바탕으로 법을 악용하지 않는 전제하에 융통성이란 요령만이라도 익혀두는 것이다.

 

내가 사는 세상, 비록 능력 없어 수학을 풀진 못했으나 탓만 할 순 없다. 나의 통제력, 제어할 수 있는 뇌세포를 다스리는 생활방식에 주목해야 함을 자각한다. 거짓은 늘 있었고 있으며 있을 것이다. 그건 그 괴물()자신의 문제다. 없는 할머니세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있는 장미세포를 다듬기위한 인내와 끈기, 더 강인한 심성으로 지켜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적어도 나만이라도.. 코로나 이후의 공황세대와 악수문화가 살아진 세계적 전체주의, 각자도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2020.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