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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혼돈(混沌) 덧글 0 | 조회 15,641 | 2009-04-17 00:00:00
정동철  


원초적 혼돈(混沌)
- MRI 드릴 속에 구멍 난 영혼(靈魂) -
(2008.9.3.)


천국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지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 세계는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 어차피 만나야 할 죽음이라면
MRI(주;1) 터널 속
톱니가 맞부딪는 소리, 띠릭 띠릭.
윙~윙, 응급차의 사이렌
그런가하면
규칙적 공중경보, 우우웅~ 우우웅~.
전연 외딴 세상의 아스팔트를 깨는 덜덜 떨리는 진동, 드르륵 드르륵
매우 격하게 정신적 마사지가 진행되는 시간들,
그리고
표현을 달리 활 수 없는 가지가지 수없는 소리들의 불규칙적 울림이
띡 띡, 찌릭 찌릭, 딱 딱, 윙윙, 드르륵 드르륵,
불쑥 괴물이 나올 듯 음산한 단속음의 연속,
형광 색 천정의 철로 같은 레일을 통해
산소 가득한 깊은 산속 같다면
뻥 뚫려 후련하기 좋으련만,
원초적 혼돈(混沌)
소원과는 달리 지리멸렬한 공명(共鳴)속에 묻힌다.

나의 의사(意思)와 상관없는 MRI 터널이지만
출생이 그러하듯
죽음 또한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라면
아내, 아들, 딸, 며느리와 손녀, 그리고 사위를 위해서라도
벌거벗어야겠다는 것
죽음 앞에 해야 할 몫이라 다짐한다.
결국 죽음까지도 나에겐 자유가 없다는 기숙사(寄宿舍)의 끝자락
인생은 찰나의 긴 여정.

오감(五感)의 화음(和音),
MRI가 신적(神的) 공명(共鳴)에 이르지 못함에
그 화음(和音)은 정신에 머물고, 공명(共鳴)은 바로 영혼이라 하나
영혼은 <거대 하드론 충돌기>(LHC)(주:2)
에 밀려 비웃는다.
필경
하늘은 그래서 파랗거나 검은가보다.

원초적 혼돈(混沌)
천지개벽(天地開闢)이 신(神)에 의함이 아니라
행여 LHC로 비롯된 블랙홀로 빨려 들어 갈 진데
대칭적 개념에 영혼은 태초부터 거기 없었음이라.


주1: 자기공명영상, Magnetic Resonance Imaging-특히 뇌 속의 구조적 문제를 실체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의학적 영상기법으로, 1929년 노벨상을 받은 G. Daivison, L..H. Germer은 원자배음을 발견하고 원자핵이 공명할 때 내는 특정한 양의 에너지나 주파수를 통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일부 원자의 소리를 시각적 영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주2: 거대 하드론 충돌기(Large Hardron Collider)는 태양광 에너지를 얻게 되는 대신 블랙홀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그 과학실험 장치가 가동될 때 지구가 블랙홀에 말려들어 멸망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과학자들도 있다. 이런 현상은 천지창조나 천지개벽의 과정을 풀어줄 수 있는 가상의 입자 힉스(Higgs)의 확인을 통해 신의 재해석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