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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나라의 「붉은 여왕」 덧글 0 | 조회 4,490 | 2021-02-02 00:00:00
관리자  

거울나라의 붉은 여왕

2021.02.02.

정신과의사 정동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거울 속으로 빠져든다. 거기서 만나게 된 붉은 여왕(女王), 마치 거울에 반사된 자동차의 좌측통행(左側通行)처럼 상징적으로 세계 어딜 가나 좌측을 통일한다. 서울? 물론 분명 우측통행이다. 하지만 그래선가 좌측으로 일원화될 조짐 대단하다. 이러쿵저러쿵 요즘 소란스런 정도로 말 많은 원자핵(原子核), 그 속의 양성자(陽性子)와 중성자(中性子) 그리고 그 주변을 돌고있는 전자(電子)는 반드시 반()양성자와 반()중성자 그리고 반()전자도 있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처럼 서울도 거울 속 붉은 여왕 휘하에 들어가니 반()물질 현상으로 모두가 좌측통행이 되는 듯 그 강도(强度)는 드세질 전망이다. 그런가? 혹 벌거벗은 붉은 여왕이 이제 옷을 입은 결과는 아닐까? 그렇다고 우리가 거울만 보고 그 속에서 사는 것도 아닌데 왜일까? 아니 반()입자(粒子) 세계에선 전하(電荷)가 반대가 되고 스핀(spin팽이 돌기와 유사한 현상)은 위아래로 바뀐다는 것까지는 상식이라 치자. 양성자나 중성자와 전자의 성질은 변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전하(+, -)가 바뀌고 전기의 흐름이 달라질 뿐인데. 대체 왜 거울 속에선 좌측일까? 일본과 영국에선 거울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엄연히 좌측통행이다. 그렇더라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우측통행인데 모두가 좌측통행으로 바뀌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거울 나라의 엘리스로 뛰어들더니 정말 이상해졌다. 아리아리 그저 칡뿌리처럼 헷갈린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은 좌우 소용돌이 속 좌측이 대세라 쎄진 걸까? 이석증(耳石症)에 걸린 듯 어지럽다. 중심까지 잃는다. 자세히 보니 마주한 사람과 악수를 할라치면 예외 없이 그의 좌측에서 오른쪽 손이 나온다. 어찌 된 일인가. 분명하다. 거울에 비쳐 반사된 나만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직접 거울 앞에 서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서로 마주 보는 모두의 얘기다. 하지만 우린 거울속 왼쪽 팔이 오른쪽 팔이겠거니 믿는다. 같은 방향으로 서서 보면 예외가 아니다. 익숙해 당연하기 때문이다. 뭐가 이상한가?

 

지난번 이상한 나라의 임금님과 반물질의 세계, 이제 거울 속 좌우가 달라진 이유 중엔 대칭(對稱)이 작동하고 있음을 안다. 남북은 대칭적 핵()일까? 그렇지는 않아도 입자(粒子)와 반입자의 동시성(同時性)처럼 필연인가? 깊이 속 끓일 이유는 없다. 우린 어차피 모르는 세계다. 현상적 결과만 보며 자신의 앞날을 똑똑하게 결정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다. 당연히 생각만이 아니라 행동, 엘리스처럼 비록 반물질이 되어 토끼굴로 들어가 반()토끼와 더불어 하나도 이곳 현실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은 세상의 현상을 체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눈여겨볼 일이다. 그곳의 붉은 여왕은 말한다. “제자리에 그대로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왜일까? 엘리스가 움직이면 주변이 동시에 같이 움직인다. 보다 더 빨리 입을 악물고 뛰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앞질러 갈수 없어서다. 바로 붉은 여왕의 효과. 그래서 집콕으로 몸은 제자리인 듯 마음만은 전혀 다르다. 사방팔방으로 열불 나게 뛰어다닌다. 아니면 조금도 앞으로 갈 길이 없다. 동학 개미든 돈 없으면 광속(光速) 배달이라도 해서 살 수 있는 길을 하여간 잡아야 한다. ‘붉은 여왕은 아무것도 실제 도와주는 것이 없다. 고작 그래야 한다는 것만 강조할 따름이다. 숨쉴 틈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빗댄 벌거벗은 임금처럼 그냥 그렇게 한 곳만 향해 일사불란 하라는 것뿐이다. 정답? 따라서 좌측통행은 죽고 죽을 때까지 달릴 수밖에 없다. 예외적 변명 의미가 없다. 우리 모두는 그렇다. 자유민주주의(自由民主主義)? 어쩐 일인지 자유(自由)란 개념은 들락거리기만 한다.

 

과학이 정치보다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공언했다. “정치가 아니라 과학을 배경으로 하겠다, ’코로나 19‘에 대처하는 것을 중심으로 주장했지만 정책 전반에 걸쳐 그 말은 같은 뜻을 갖는 다는 얘기다.(Biden: My Plan based on ‘Science not Politics’-CNN, the title of Head Line News- https://edition.cnn.com/2021/01/21/politics/biden-national-coronavirus-plan/index.html) 하지만 여기선 통할 수 없는 얘기다. 마치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강조하듯 과학이 아니라 여왕의 한 마디가 더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적어도 좌측으로 통행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라고 묵시적으로 강조한다. 자유가 들락거리게 된 연유도 그래서 일 것이다.

원자핵의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가 반()입자로 바뀐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전하(電荷)와 동시에 스핀이 좌우동서(左右東西) ()이 아니라 반듯이 위-라래(up & down) 남북축(南北軸)으로만 바뀐다는 점을 명심하라 한다. 이상하다. 그러나 스핀의 실체가 그런 것은 사실이다. 어쩌랴. 지하수의 알짜 속내처럼 흐르는 내용을 모르니 답답하지만 따를 밖에..

물리학적(物理學的)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 자신도 그렇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알아봤자 그저 그렇고 거기서 거기다. 이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자(量子)물리학이 개입되면 사서 고생만 하는 셈이다. 그것도 엄청 말이다.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 답을 찾아야 하긴 하겠는데. 어찌해야 살 수 있지? 우리의 후손은 물론 당장 우리들의 삶이 더는 고달프지 않을 수 있는 길, 어디 쯤에 있으며 어디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것, 그것은 그러기에 매우 급하고 중하다. 누구나 쉽고 마음 편하게, 아니 힘들어 땀 흘리며 살망정 자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길 말이다. 그것을 넌지시 일러줄 사람 정말 이 세상엔 없는 걸까?

대한민국의 차도(車道)는 분명 우측(右側)통행이다.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 것이 아니라 째린다. 스스로 뜨끔 겁에 질린다. 정말 길은 없는 것일까?

 

놀랍게도 매우 가까운 곳에 그 길이 있음을 알아 채린다. 우린 엘리스가 아니다. ’거울 나라의 엘리스’, 거울 속에서 우리가 사는 것도 결코 아니란 뜻이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소설은 유난히 대칭에 집착하고 있는 듯 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원래 찰스 도지슨(Charles Dodgson) 이라는 이름의 수학자였다. ‘이상한 나라거울 나라같은 몽환적 세계를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물리와 수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소설(童話)이라곤 하지만 그가 그린 우주(宇宙) 배경은 그러나 확실히 소설이 아니다. 우주의 현실 자체다. 따라서 무작정 거울 나라붉은 여왕을 쫓아낼 수도 없다. 그럴 가능성도 없다. 거기 들어간 것은, 아니 어쩌면 불러들였을지도 모르는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그래선가 일단 우측통행은 법()이다. 그에 따라 우기며 살면 우선 좌측통행에선 벗어날 수 있다. 돈맛이 얼찐거린다고? 반려견 수준이라며? ()에 따라 갈릴 따름 아무도 뭐라 하진 못할 것이다. 설사 누군가 왜 우측을 고집하냐고? 그건 작은 소음으로 버티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바로 그것이 국민의 몫, 국민의 자유다. 바로 과학적 사고(思考)이기도 하다. 몽환적 거울나라를 엮어 우주 배경을 알린 것은 그래서다. 그렇긴 한데???, 그렇지만 헌법(憲法)도 바꾼다 하던데? 설마! (2021.02.02.)

 

참고:

눈사태는 어디서 부타 오는 걸까?:정동철. 2017.09.28.http://braintech.kr/community/board02/?method=view&no=2175&page=6

백미러 속의 우주:데이브 골드버그(박병철 옮김). 북하우스 퍼블리시스. 2015. 서울.

빛의 물리학:EBS 다큐프라임. 북하우스 퍼불리시스. 2014. 서울.

이상한 나라의 벌거벗은 임금님:정동철. 2020.12.10. http://braintech.kr/community/board02/method=view&no=2769&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