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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사는가? 덧글 0 | 조회 1,772 | 2021-12-31 00:00:00
관리자  

무엇으로 사는가?

2021.12.31.

정신과의사 정동철

 

 

톨스토이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의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것이 있다. 과거 어딘가에 인용한 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놀람에 이어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는 무척 마음이 무거워서다.

관리소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돌아오니 불과 500m밖에 안 되는 거리를 걸었다고 침대에 누울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니 87, 몸 어딘가의 세포가 죽어가리라는 신호, 그중에 뇌 신경세포가 죽어가면 돌연사 아니면 인사불성이 되기 싶상이다. 숨이 가쁘다. 두려움과는 별개의 문제다.

 

두어 달 전 아들에게 일러주었다.

내가 떠나면 엄마는 고아 같은 신세, 네가 정성껏 돌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여겨 각별하게 부탁한다..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엄마,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할 줄 몰라서..”

명심할께요..”

같은 정신과 의사, 나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숨기고 있던 폐암을 아들이 알아차리자 바로 모교 대학병원 암센터에 입원 수술했었다. 결과 어미인 아내에게 말했다는 기억, 수술이 잘 됐다는 뜻에서다.

엄마, 엄마! 기쁘지! 얼마나 다행이야...!”

그러나 나의 속내까지는 알진 못할 것이다. 얼굴은 팽팽하니 오히려 젊어 보인다는 것이 모두의 얘기다. 건강해 보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포화도가 94 이하로 내려가면서 나의 뇌 신경세포는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100조의 연결고리로 얽혀있어 멀쩡해 보이지만 기억력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몸의 4%에 불과한 뇌가 필요로 하는 산소량은 20%. 전신에 퍼져있는 세포들이 질식해 죽는 것은 당장의 문제가 아니다. 뇌세포가 기능을 잃으면 뇌사(腦死)로 가는 길, 아무리 아내를 위하고 아들과 딸들이 소중하다 해도 별개의 문제가 된다.

2, 주중 1회 그리고 일요일 1, 입원환자를 둘러보고 거의 생을 같이 한 외래환자들을 보며 아들의 내일을 위하고 걱정, 하지만 한계 그 때문이다.

박사님, 일요일 왜 나오셨어요?”

입원환자의 얘기다. 나의 건강상태를 알고 있어서다.

아픔에 일요일이 있나요?”

 

하필 올해 마지막 날 신고하러 간 관리소, 제출한 사연은 다음 글 그대로다.

 

주거시설 내 흡연 피해를 신고합니다.

흡연의 자유와 권리를 당연히 인정합니다. 입주 거주자의 맑은 호흡의 권리와 자유는 그러나 선택이 아니라 필수겠죠. 숨 쉰다는 것은 삶의 본질, 신진대사로 발생한 몸의 탄산가스를 맑은 산소로 교환하여 명을 유지하니까요. 산소 대신 니코친, 미세먼지는 물론 발암물질이 스며듭니다. 무엇보다 생명의 필수인 산소가 줄어듭니다. 아파트 내 흡연이 제한되는 이유겠죠.

 

이 아파트는 흡연 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불행히도 산소포화도가 88일 때가 생깁니다.(94이하 매우 위험) 고령(87)으로 폐암 때문에 폐 1/4을 제거한 상태입니다. 코로나 19로 다 같이 고생하는 때에 감염되면 산소포화도를 계속 측정합니다. 폐에서 탄산가스를 산소로 바꿔 혈액 내 적혈구(헤모글로빈)를 통해 전신의 세포로 날라 생명이 신선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감염증에 걸려도 이것이 잘되지 않습니다. 제가 코로나 감염자? 아닙니다. 폐암으로 수술한 이유일 뿐이죠. 매주 코로나 감염 여부(PCR)를 검사받습니다.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해서입니다. 물론 음성입니다. 화이자 3회 예방접종도 끝났습니다. 300여명의 환자 100명에 가까운 의료직원이 있기에 피할 수 없는 필수 절차로 검사를 받는 것입니다.

 

한데 집에서 주 2~3회 밤 3~4, 현관 입구 쪽 화장실에 늙은이 빈요(頻尿) 현상으로 그때 들어서면 울컥 담배 연기 냄새에 놀라곤 합니다. 놀랍게도 금요일 밤은 예외가 없습니다. 화요일과 또 하루, 금요일 다음 날 토요일은 관리실도 휴무, 신고할 수가 없죠. 증거를 제시할 수도 없습니다. 해당 엘리베이터에 사정을 써서 달포 전 부치기도 했었습니다. 관리소에 연락을 했었고요. 나흘 후 제거, 이제나저제나 그러나 점점 더 노골화됩니다. 어느 층 어느 편 누구인지 알 수도 없고 안다 해도 제가 직접 거론할 형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관리소에 신고하는 것입니다.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냄새는 환풍기를 틀고 30분 정도면 희미해져 증거를 제시할 방법이 없습니다. 침실 화장실을 이용하곤 하지만, 저의 서재가 출입구 화장실 건너에 있어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관리소에서 엘리베이터에 경고문을 부쳐주시던가, 도와주실 수 있는 길을 부탁합니다. 아니면 제가 보건소에 집접 신고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담배나 약물 중독자를 사이사이 치료해 주는 입장이라 그들 나름의 고충이 크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내 흡연이 상하좌우로 환풍기를 통해 번진다는 점, 선의의 피해자는 어찌해야 할까요? 명대로 살고 싶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답배 연기 때문에 재촉할 이유는 없겠죠.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은 어쩌고요.

부탁합니다. 적절한 대책을 세워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오늘 새벽 또 담배 연기,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합니다.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지 않아도 많은 세대를 관리하는 관리소의 입장의 노고 얼마나 클 것인지 짐작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있죠. 수고하세요.

20211231

1071502호 거주자 드림

 

 

나는 이웃을 얼마나 생각했던가? 마침 다녀와 광고들과 관심 밖의 내용을 추려놓아 둔 오늘 신문을 넘기며 읽게 된 칼럼, 워싱턴특파원이 쓴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란 기사가 돋보였다. 지난해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안타깝던 시절, 미국의 프리서치센터가 조사한 여론 결과에 놀랐다. 선진국 17개의 나라 국민 만9천명을 상대로 물었단다. 결과 14개 나라 국민들은(영미일 포함) 첫째로 가족을 꼽았다. 예외적 세 개의 나라, 한국, 대만, 스페인은 달랐다. 스페인은 건강’, 대만은 사회’, 한국은 물질적 행복이었다. 유일하게 한국만 다른 나라와 달리 1순위로 물질을 강조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7147

정에 살고 정으로 죽는다는 우리의 옛 속담, 잘못된 조사가 아니었을까? 아니다. 그러고 보니 대선에서 강조되는 후보의 우선순위는 뒤바뀔망정 경제학이 아니라 즉 물질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40%는 미정이라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 정서와 여론조사들이 맞다면 역시 프리서치센터의 결과와 딱 들어맞는다. 놀랍다. 과연 그럴까? 어쩐다?

 

사실일까?

무섭다. 두렵다. 소름이 인다. 톨스토이가 사랑을 여러 경우를 통해 강조했지만 그것은 역시 소설일 뿐일까? 나는? 뇌사(腦死)) 직전까지 가족 우선이라 한다지만 과연 예외일까? 어찌 됐거나 분명한 것은 대선 여론조사결과에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참이라면 끔찍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의 우리 국민 정서, 정말? 이해되지 않을 따름이다. 그래서 글 자체를 피하고 있지만 편한 대안이 없다. 게다가 아사히신문 기자의 개인정보 수집으로 국제적 문제가 일 소지가 있단다.-https://www.youtube.com/watch?v=8AHuIBU5vSU 과연? 어떡해 해명하면 될까? 답답하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202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