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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아니라 손발, MZ 세대 덧글 0 | 조회 2,473 | 2022-05-25 00:00:00
관리자  

말이 아니라 손발, MZ 세대

2022.05.25.

정신과의사 정동철

 

 

자신에게 무척 성실하게 보이네요. 그런 마음이 이뻐 보여요.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환자를 위해 결국 나까지 넉넉한 마음, 고마워요. 늘 코로나 조심..”

우연한 만남 계단에서였다.

오르지 못하는 층계, 숨 고르며 한발 또 한발 꼬부라져 내려오는데 급히 뒤미쳐 내려오던 간호사, 7층 출입구를 열기 전 얼굴 마주치자 전해준 말이다,

어머.. 너무.. 감사해요.. 박사님!”

주말을 연달아 법() 범위내에서 수시로 근무하곤 하기 때문이다. MZ 세대 비록 해당 수당이 있다 해도 웬만해선 피하곤 하는 경우와 달리 교대를 위함과 자신의 미래에 충실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신에 성실한 직원 그녀 외도 꽤 있다. 사무직이 아니라 환자를 직접 돌보는 간호인들과 정신과 전문 사회사업실 직원 그리고 영양사들이 유독 그렇다. 환자를 위해 배운 결과일까? 의료분야의 역할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지 싶다. 사무직과는 다르다. 직원 중 20대는 적다. 30대 여성이 대부분, MZ 세대라 해도 될 듯, 남성은 간호사를 제외하곤 나이가 많은 편 역시 비슷하다.

 

환자 가운데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60대 여성이 있다. 만나면 언제나 미소, 밝게 나누는 얘기들 풋풋하기만 하다. 좋아 보인다. 왜일까?

“103세 할아버지 철학 교수 김형석씨를 알죠? 인생의 황금기는 65, 특히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죠. 쉬지 않고 읽는 책 그 속에서 밝은 마음이(삶의 철학과 사회와 심성) 주변 환자와 더불어 동트는 것 같아서죠.. 정말 좋아요.”

병동마다 회진을 마치고 병실에서 나올라치면 환자들은 늘 합창하듯 한다.

박사님 건강하세요..!”

폐암 수술, 완치판결을 받긴 했지만 숨차 힘들어하는 낌새를 어느 틈새에선가 알아차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4개의 병동 남녀불문 병실 어디서나 노상 예외가 없다. 오가는 마음의 표현 삶의 의미가 넘나들고 있어서일 것이다.

마침 같은 또래의 MZ 세대 여자 환자가 말했다.

“.. 저기, 죽고 싶어 입원했었었어요. 근데 이제 그런 마음이 없어졌어요. 박사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 그래요? 너무 기뻐요. 그래서 우린 이렇게 함께 사는 것, 이제 같이 산다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란 걸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군요. 정말 대단해요.”

난 그녀의 주치의는 아니다. 아침 일찍 회진을 하면서 편하게 나누는 얘기들, 너무너무 소중하다. 같은 날 또 다른 또래의 여성, 처음 보는 환자다.

.. 혹시.. 원장님의 아버지..아니신가요?”

아주 작게 속삭이듯 하는 말,

그래요.”

, 맞네요. 행복해요!”

모두가 알고 있는 마스크 속에 숨어있는 늙은 눈매를 알아차렸나, 좋았다.

말이 아니라 행동 몸으로 표현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독서든 상담이든 대담이든 마음씨 곧 정과 행동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데 순박한 말과 행동이 소수 어떤 직원들에겐 다소 다르다. 출퇴근 시간에 규정은 같지만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려는.. 사사과 직원과 간호사들 그리고 영양사들은 그런 일이 없다. 왜일까? 말로 환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손발 몸으로 보듬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삶의 의미처럼..

 

손홍민씨가 갑자기 스친다. 기간 중 23골을 넣고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이 됐다. 말 대신 노력과 힘겨운 몸으로 해낸 것이다. 심지어 페널티킥을 양보하고 자신의 능력으로만 득점했다. MZ 세대에게 희망과 본을 보여주고 있다. 예쁜 마음을 지닌 간호사를 비롯 심지어 독서로 이어가는 환자의 마음씨 그들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소통하고 능력으로 결과를 얻곤 해서다. 병원이라서?

 

마침 야당의 MZ 세대 한 여성대표가 강조했다. 대단하다. 염치없지만 한 번만 더 밀어달라는 얘기다. 뭘 잘못했다는 뜻일까? 위장 탈당과 검수완박에 관한 이런저런 의견은 아닌 듯 보인다. 그렇다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사전에 약속됐다 하더라도 그대로 보장될 수 있음을 또한 포함하고 있지 않은 듯싶다. 과연 기회는 펑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다는 그 특유의 약속이 무엇으로 재검증될 수 있는 걸까? 무엇을 용서하고 뭘 믿어달라는 것인지? 국민에게 부탁한 것일뿐 국회가 아니라고? 국회가 곧 국민이 아니란 뜻일까?

국민 모두가 한 의견에 한결같이 똑같아야 되리라는 결론은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있을 수도 없다. 대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도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그러나 특히 정치 세계에선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주인공이 누구든 사정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국민의 입장만 생각하겠다 강조하지만 그것은 말뿐이다. 물론 모두가 손홍민의 효과처럼 득점으로 증명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쁜 마음들과 훈훈한 가슴 그리고 고마운 정성을 지니게 되는 것은 모두가 엇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정말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걸까?

넷풀릭스가 주저앉고 있는 형편이다. 119달러짜리 루나(한국 코인)0.0001달러로 추락했음에도 MZ 세대는 덤벼들고 있다. 그 유명한 위런버핏은 말한다. 복권형 투자라고.. 한데 정치가 가상화폐와 유사한 수준인가? 같은 의미로 베팅하는 일부 MZ 세대의 차이점은 뭘까? 분명한 실상은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거의 다름이 없다는 결과라 여겨진다. 장차 국민을 중심으로 어떤 궤도수정이 보장될지 그건 앞날의 결과가 증명해 줄 뿐 적어도 지금은 모르는 현실일 것이다. 한데 뭘 용서하고 뭘 믿어달라고 하는 건지 잡히는 구체성이 헐렁하다.

나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환자들이나 예쁜 마음들로 자신에게 매우 성실한 결과와 병원에게까지 고마움을 주는 직원들, 감사할 뿐이다. 인천에서 힘겹게 분당까지 오는 운전, 비록 걷기 힘들어 회진할 때 힘겨운 나의 모습을 보게 되는 그들을 생각하며 비록 손홍민 같은 능력과 실력은 없어도 최선을 다하여 회진만은, 힘 미치는 곳까지 가야겠다는 생각, 그것을 다지며 또 다지곤 한다.

MZ 세대와는 달리 90대를 몇 년 앞둔 늙은이로 노안(老眼)에 시달려 설사 내일을 알 수 없게 되더라도 마음을 주고받는 삶의 보람을 놓지 못하게 되는 의료인, 정치가가 아닌 의사이기 때문이다. 감히 말한다. 그래서일 것이다.(202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