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게시판 > 자유게시판
자살은 사회적 타살과 같다. 덧글 0 | 조회 13,401 | 2009-11-27 00:00:00
정동철  


오죽하면 자살을 선택했겠습니까?


노 전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날, 방송사마다 거의 예외 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결국 거의 같은 입장이다. 오죽하면 세상을 등지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도 일국의 대통령의 자살을 그런 식으로 표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직자, 가령 신부, 목사, 승려가 자살하는 경우 우리는 뭐라고 할까. 그들은 사실 자살을 하지 않기도 한다. 헌신적 직업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계형 직업관에 허덕이는 보통 사람들의 자살은 오죽하면 그 길을 선택하겠는가가 맞다. 헌신적 직업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그런 선택은 사회적 아노미를 더욱 복잡하게 뒤튼다.


 


어떤 공군부대 지휘관을 상대로 연초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장병의 자살예방을 위해 지휘관이 가지고 있어야할 덕망과 가치관,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지휘관이 집단동일성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그들은 헌신적 직업관과 유사한 철저한 의지를 유지해야 한다. 하물며 대통령의 경우는 더욱 말할 여지가 없다. 생계형으로 대통령이 됐다면 그것은 국각적 비극이다. 그럼에도 여론의 중심에 있는 기자들의 표현이 오죽하면이라고 하면 그야말로 하루 살기가 빠듯하다 못해 한치도 더 물러설 수 없는 벽에 부딛친 소시민들의 심정은 어떻게 추스려야 하는 건가.


 


대통령도 떠나는데 나 같은 하찮은 미물이 살아서 루가 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마치 울분의 불덩이에 기름을 붓는 격과 같다.


 


철학, 거창한 뜻이 아니라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철학, 그리고 이념이나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는 여론조성의 주체는 특히 유념해야 할 일이라 본다.


 


결과, 소시민의 자살은 그런 점에서 더 반복될 것이다. 아노미현상은 더욱 보잡해 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칫 지도층의 외곡 또는 잘 못 된 표현으로 자살은 사회적 타살과 같은 의미가 된다는 점에서 특히 유념할 이유가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시민의식은 언제 성숙해 질 수 있을까?


 


정동철.


 

 
닉네임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