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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암병원 개원 덧글 0 | 조회 10,030 | 2010-04-30 00:00:00
Shinjay  


 


정동철 의원님,


 


해암병원 개원을 축하드립니다.


 


의원님께서는 기억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는 군생활중 선생님의 잠실 소재 병원에


휴가 때 마다 내원치료 받았던 젊은 환자로, 무엇보다도 선생님의 팬입니다.


익명으로 글쓰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해 주세요.


 


고교시절 이후 수 년 만에 재개한 정신과 치료가 낯설기도 했지만


몇 번의 내원 및 상담치료 끝에


선생님께서는 비교적 정확한 진단을 내리셨었죠.


휴가복귀 후 일상생활 중 아무 이유없이 분열성 발작이 일어 공중전화를 통해


한밤중에도 전화를 하곤 했었는데. 기억하실런지.


제겐 도움될 게 없으니 프로이트를 읽지 말라고 하셨죠.


덕분에 선생님을 통해 강릉아나병원에서 약을 지어 부대로 받기도 했었고,


이런 건 이제 추억이 되네요.


 


당시 군 조직을 아주 좋아해 끝까지 남고 싶어했던 저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꽤나 큰 사고가 있었고


결국 삼성서울병원 폐쇄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후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강력한 요청으로 추정이라는 소견을 받긴 했습니다만)과 함께


공허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병원을 나왔습니다.


이후 며칠 안되어 현역복무부적합 제대했구요.


어느새 이것이 1년 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저를 예전부터 알고 지낸 이가 아니라면,


모르는 이들은 군 생활 중 외상이 있었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제대하여


사회적 의무 기피자 혹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 이분되어지는 사회에서의 비현실적 낙오자 정도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아주 어릴 적 부터 그랬기 때문에.


그런 시선에도 익숙합니다.


조직에 있었던 적도, 주식에 미쳤던 적도, 섹스 중독, 알콜 중독, 소비 중독, 폭력 중독..


타인과 자신의 마음을 동시에 갉아먹는 


타인에게 비정하며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했던


비정상적인 삶의 연속이었지요.


 


그 때에 비한다면 지금은 비교적 안정되고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학업을 재개하지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 또한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약 때문에 어지럽고 힘들긴 하여도


이력서를 못 쓸 정도로 지적 능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어서


이름있는 외국계 증권사 등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기도 하였는데.


스트레스를 원만하게 소화해 낸다는 것이 제겐 아직 아무래도 무리였는지.


이유없는 결근을 반복하다가 이 또한 그만두게 되었지요.


 


그러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제가


아직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으니.


발전이 없지는 않았나 봅니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친한 신경과 전문의가 있어


주1회 내원치료와 약물치료를 받고 있구요.


공허함과 충동을 달래며 부딪히지 않고 소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분은 정신과 전공의는 아니지만, 관련약물 처방은 가능한 면허이고.


큰 병원의 의사들처럼 환자를 기계적이고 무감하게 대하지는 않아서 많은 의존이 됩니다만.


 


가끔 이유없이 괴로워 잠못이룰 땐


선생님의 노련한 상담과 냉철하고 분석적인 접근이 그립기도 하네요.


저는 제 문제에 관해 지적인 해결책을 찾고 싶어했던 터라


제가 아는 한, 국내 최대 병원의 왕성한 활동을 하는 교수들보다도


베테랑 의사인 선생님의 진료가


훨씬 더 만족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개원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병원에 들러 치료받고 싶지만


아무래도 형편이 어려워 그렇게 하기는 힘들군요.


 


모쪼록 선생님께 항상 아름답고 좋은 일들만이 있으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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